이 기사는 2023년 12월 27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여의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장기 집권해왔던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가 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인력 감축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말처럼 본부 내 세대 교체도 빠르게 이뤄졌다. 자본시장의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평가업계도 예외는 아니다.특히 한국기업평가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내년부터는 기존 기업·금융·SF본부를 신용평가본부 하나로 가져가면서 신용평가 관련 본부를 5개에서 3개로 축소했다. 언뜻보면 평가에 힘을 빼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본부가 줄어들면서 본부장 자리도 축소됐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연스런 세대교체도 꾀했다.
신용평가사는 변화가 많지 않은 보수적인 조직이다. 보통 한 번 신용평가업계에 발을 들이면 경쟁사로의 이직도 거의 없는 데다가 대부분의 본부장들은 한 회사에서 최소 20년 이상은 근무한다. 이 때문에 그간 조직 변화도 크지 않았다. 또 인가를 받는 신용평가업의 특성상 제도 개편이 아니고서는 변화의 계기가 크지 않다.
여기에 대표가 교체된 것도 아니라 변화가 더 의외였다. 실제 김기범 대표는 2017년 3월 이후 쭉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다가 임기가 아직도 2년 넘게 남아있다. 또한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부 통합도 뜻밖이었다. 실제 올해 160조원의 공모채가 발행됐고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의 신용평가 관련 수익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늘어났다.
그럼에도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컸다. 최근 몇 년새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내의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수가 줄어들면서 신용평가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커지는 역할만큼 고민도 커졌다.
한국기업평가는 시장 내에서 신용등급 신뢰도와 평가 만족도가 높지만 개별 크레딧 사안에 대한 보고서나 세미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예를 들어 부동산 PF등의 이슈는 각 개별 본부의 이슈로 보기 어려운데 본부가 달라 혼선이 있었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듯 신설 신용평가본부 내에는 리서치를 전담하는 전문위원도 두기로 했다.
결국 하나의 본부 체계로 만들어 부문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시장과의 소통을 발빠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는 평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한편으로는 조직 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도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다만 변화에는 출혈도 따른다. 김기범 대표 체제하에서 이뤄진 두 차례 희망퇴직으로 인해 조직 내에는 상흔이 남아있다. 이번 조직개편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변화가 내년에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모르겠지만 신용평가업계가 더욱 발전하는 방향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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