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약바이오 마켓리뷰]헬스케어에 밀린 '신약개발', 펀딩액 절반은 '항암제'[비상장]항암제 트렌드 여전, 알츠하이머 기대 업고 CNS 약진도 눈길
최은수 기자공개 2023-12-29 08:11:55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08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비상장 제약바이오·헬스케어 펀딩 시장에서 줄곧 최상위를 차지해 오던 레드바이오 섹터는 2023년 펀딩 왕좌를 헬스케어에 내줬다. 전체 조달액에서 신약개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밑돈 건 이번이 처음이다.신약개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항암신약 분야로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전후로 찾아온 투자 호황기에서 각종 핫한 적응증과 모달리티에 묻지마식 투자가 횡행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여전히 시장에서 '가능성 있는 영역'으로 보는 중추신경계(CNS) 및 대사질환 투자가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항암신약 '조달왕좌', 전체 신약개발 바이오텍 펀딩액의 53.8% 비중
더벨이 2023년(12월 27일 기준) 국내 비상장 바이오텍 가운데 특정 '적응증'을 타깃한 파이프라인을 앞세운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총 50곳으로 거래규모는 3647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기간 전체 펀딩액 약 1조1564억원의 31.5% 비중이다.

더벨이 관련 집계를 진행한 이래 처음으로 비상장 신약개발 바이오텍이 헬스케어 벤처보다 열위한 조달 성과를 나타냈다. 전체 섹터에서 메디테크로 구분하는 의료기기 업체들의 조달 내역도 있지만 전체의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헬스케어 업체가 시장 자금 절반 이상을 빨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50곳의 신약개발사들이 앞세운 적응증은 총 12개(기타 포함)로 구분된다. 항암신약으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1956억원으로 전체 적응증 가운데 가장 컸다. 전체 조달액의 53.6% 비중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약개발사들에 몰린 자금 중 절반 이상이 항암신약 개발사였던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전 세계 펀딩 트렌드에 비춰볼 때 특별할 건 없는 일반적인 흐름이다. 바이오텍의 본고장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에서도 항암신약 개발사들에 전체 시장 자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몰린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자금이 대거 몰린데다 신약개발 바이오벤처가 난립하면서 대세 흐름과는 다른 분위기가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엔 CNS 질환 개발사들의 조달 성과가 항암신약 개발사를 앞질렀다. 당시 세계 첫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타깃 계열 내 최초(퍼스트 인 클래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이 제약바이오 시장의 최대 화두가 된 영향이 컸다. 다만 아두헬름은 2021년 첫 알츠하이머 근본 치료의 길을 열었지만 상업화엔 실패했다.
◇'비상장 바이오벤처 최고 딜 성과' 오름테라퓨틱 줄어든 밸류에도 펀딩 '톱픽'
2023년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혁신 신약개발 바이오텍은 오름테라퓨틱이다. 26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브릿지 투자를 받았다. 펀딩 직후 보유 파이프라인 가운데 하나인 'ORM-6151'을 빅파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업프론트 1억 달러(한화 1300억원)를 받고 파는 빅딜 성과를 냈다. 계약 총액 1억8000만 달러(한화 2340억원)지만 반환의무가 없는 업프론트를 기준으로 보면 비상장 바이오텍 역대 최대 규모 딜이었다.
역대급 딜 성과가 쏟아진 항암시장에 다소 밀렸지만 여전히 개화한 알츠하이머 및 퇴행성뇌질환 시장을 노리는 개발사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멀티오믹스(다중체학) 기반 신경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초기 투자인 시리즈A에서 200억원을 조달한 게 대표적이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뇌내 염증 발생을 피하면서 면역환경을 개선하는 접근법으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투자 후 기업가치(포스트밸류)는 650억원을 책정했다. 초기 투자인점을 고려할 때 기술 성숙과 자금 유입이 지속되면 끊어졌던 바이오 유니콘 명맥을 이을 기대주로 평가받는다.
앰틱스바이오는 총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C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중견 식품기업 대상홀딩스를 전략적투자자(SI)로 맞아 눈길을 끌었다. 미생물 감염병과 항진균 및 피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앰틱스바이오는 항노화(안티에이징) 시장 진입도 함께 노리고 있다.
이밖에 대사질환 개발업체들은 신약개발 섹터로의 투자금 유입 총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올해 들어 50% 순증한 조달 성과(2022년 80억원→ 2023년 120억원)를 낸 점이 눈길을 끈다. 당뇨에서 출발해 비만 치료제로 변모중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가 시장의 '테마'로 자리잡은 결과로 보인다.
올해 별도 조달 실적은 없었지만 GLP-1 계열 치료제를 개발 중인 디앤디파마텍이 삼수 끝에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으며 투자자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키도 했다. 당초 주력하던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은 차치하고 올해 미국 멧세라에 GLP-1 타깃 DD02s와 DD03을 5500억원에 L/O했다. 이 거래로 130억원의 업프론트를 수령한 게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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