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M 10대 뉴스]'영광과 고뇌' 남긴 ETF 100조 시대파킹·만기매칭·월배당 등 인기…과열경쟁은 여전
윤종학 기자공개 2023-12-29 10:54:18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8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은 국내 ETF시장이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한 기념비적인 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 120조원을 돌파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조만간 200조원 달성이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단순 외형 성장에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상품들을 개발하며 질적 성장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 지수형 상품을 넘어 만기매칭형, 월배당, 파킹형 상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100조 시대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다만 과열경쟁이 만들어낸 부적절한 관행들은 숙제들로 남겨졌다.
◇ETF 100조 시대, 투자자 선택폭 넓어졌다
2002년 국내에 도입된 ETF가 21년만인 올해 6월 순자산 100조원을 넘어선데 최근 순자산 120조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말 78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사이 50%가량 외형을 키운 셈이다.
올해 '100조원'이라는 상징적 수치 달성과 더불어 주목할만한 점은 상품 저변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단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국내 ETF 시장의 질적 성장을 나타낸다는 평가다.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며 큰 틀에서 채권형 ETF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다. 국내채권 ETF에 7조9000억원, 해외채권 ETF에 10조5000억원 등이 순유입됐다. 투자 접근성이 떨어졌던 채권을 ETF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며 100조 시대 도약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처음 등장한 만기매칭형 ETF에만 7조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되며 인기를 끌었다. 만기매칭형ETF는 존속기한을 정해두고 설정된 상품으로 지속해서 채권을 리밸런싱하는 채권형ETF와 달리 개별 채권을 매입한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말 1년 만기로 설정된 상품들은 올해 말 만기상환됐으며 동시에 2024년 12월 만기인 만기매칭형 ETF들이 대거 설정됐다.
파킹형 ETF도 고금리 장기화에 각광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상품들이 대표적이다. 'KODEX CD금리액티브'는 올해 6월 상장 이후 최단 기간 1조원을 달성한 뒤 최근 순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금리를 추종하는 'TIGER KOFR금리액티브'와 'KODEX KOFR금리액티브'가 각각 4조6000억원,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월배당 상품도 인기를 끌었다. 첫 선을 보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지만 경기침체기가 지속된 올해 급격히 존재감을 키웠다. 고배당 종목들로 구성한 주식형 월배당 상품뿐 아니라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ETF, 채권 이자를 매달 쪼개 지급하는 상품 등 다양한 월배당 상품들이 출시되며 올해 들어 2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마케팅·수수료인하 경쟁 과열양상
올해 ETF 100조 시대가 열린 동시에 향후 해결해야할 숙제들도 속속 드러났다. ETF가 운용업계에 대세로 자리매김하며 투자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과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앞서 10월 금융당국은 블로그 등 채널을 통한 불법 금융상품 광고 실태조사를 금융투자협회에 요청했다. ETF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며 일부 운용사들이 유튜버, 파워블로거 등을 활용해 ETF를 홍보했다는 이유다. 금융회사나 소속 직원이 아닌 사람이 특정 투자상품을 홍보하는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운용업계는 자정 작업에 나섰지만 마케팅 경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근본적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TF 상품 수가 8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어도 투자자 유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포트폴리오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만큼 경쟁사가 상품을 모방하기도 너무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도 지속되고 있다. 유사한 상품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수수료를 낮춰서라도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함이다. 앞서 미국 배당주 ETF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서로 수수료를 인하하다 종국에는 0.01%까지 수수료를 낮췄다.
특정 유형의 상품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섹터에 투자하는 ETF 간에도 한 곳이 수수료를 낮추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수료를 따라 낮추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이나 수수료 인하 등으로 당장에 자금 유입을 확대시킬 수는 있겠지만 향후 ETF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ETF 생태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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