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05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린다. CES는 1967년 시작해 반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글로벌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첨단 기술력을 뽐내는 경연장이다.CES에 참가하는 기업들의 국가별 비중을 보면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위상은 남다르다. CES에서 부여되는 최고혁신상과 혁신상의 수상에서는 단일 국가 중 1위다.
행사를 휘젓고 어떻게 보면 주도하는 한국 기업들의 첫 모습은 어땠을까. 우리나라 기업 중 CES에 처음으로 참가한 곳은 금성사(현 LG전자)다. 당시 흑백TV를 들고 행사장을 찾았다. 또 대한전선, 동남전기 등 10여개 기업이 참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1979년 CES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기는 했지만 개발도상국이었다. 그 당시 기업들도 스스로의 기술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은 있었겠지만 '글로벌 기업'이라고 칭하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와 금성사가 CES를 처음 참여하던 때는 고 호암 이병철 회장, 고 상남 구자경 회장이 경영하던 시기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가며 전자 계열사의 CES 참가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시장의 쟁쟁한 기업들이 어떤지, 트렌드는 무엇이고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파악하기 위한 '절실함'이 내포된 것은 아닐까.
첫 참여는 미약했지만 이제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기업을 뺀다면 규모가 크게 축소됨은 물론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시원치 않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도 주요 분야가 되면서 한국 기업의 활약이 더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HD현대그룹, 두산그룹 등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CES는 말 그대로 '전시회'로 참가한 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내 소비자와 고객사에 공개적으로 마케팅하는 게 1차적인 효과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세 과시'에만 골몰하지는 않는다.
상인은 이문을 남기는 게 숙명인만큼 주어진 기회를 '대목'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래에 회자될 '스토리'들을 만들고 있다. CES 행사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교류하며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고 심화·발전시키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더 많은 글로벌 기업,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과 '초연결'되기를 바란다.
또 중요한 부분은 글로벌 경쟁자에 대한 냉정한 평가, 옥석 가리기다. 이번 CES에는 1000곳 넘는 중국 기업들이 참여한다. 과거 CES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그대로 베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에도 기술적 진보가 더딜 수는 있다. 다만 그 힘과 영향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또 개발도상국 기업이라도 기술력이 있다면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 그들이 언젠가 사업 협력과 투자 파트너가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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