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리뷰]판매 보수 외부화, 길게봐야 시장 확대 효과보수 인하시 판매 유인 떨어져 단기적으론 시장 위축 우려
황원지 기자공개 2024-01-05 08:22:17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4일 13: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매보수 외부화 방안에 운용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판매사가 공모펀드 판매를 지양하고 있는 가운데, 판매사 간 경쟁을 붙이는 제도가 생기면 단기적으로 오히려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고객 편의성을 높여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열고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기관·상품·인프라 등 3개 부문에서 총 9가지 혁신방안이 제시된 가운데, 기관 부문에서는 판매사 보수체계 개편 내용이 담겼다.
제도 개편 핵심 가운데 하나는 판매보수 외부화다. 현재는 판매보수와 운용보수, 사무관리보수를 모두 합쳐 펀드재산에서 직접 수취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중 판매보수만을 떼어내 고객의 입출금 계좌에서 직접 보수를 수취하도록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고객에게 판매보수 수준을 체감하도록 바꿔 판매사간 경쟁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판매보수 절감을 꾀한다.
실제로 공모펀드 총보수에서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신영자산운용의 1조원대 간판펀드 ‘신영밸류고배당’ C클래스의 총보수는 연간 1.35%다. 운용사가 0.39%, 판매사가 0.91%, 신탁업자가 0.03%, 일반사무관리사가 0.02%를 가져간다. 판매사가 실질적으로 돈을 굴리는 운용사보다도 2배가 넘는 돈을 가져가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상위 10개 판매사의 추천펀드 평균 판매보수율은 0.981%로 법정상한(1%)에 근접했다.
제도 개편에 대한 업계의 의견은 갈렸다. 한편에서는 판매사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게 돼 단기적으로 시장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투자자의 편의를 향상시킨다면 장기적으로는 시장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중견 종합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판매사들 사이 경쟁을 강화하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며 “결과적으로 보수가 줄면 판매사 입장에서는 공모펀드를 판매할 유인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금융소비자보호법이나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송 위험 등으로 판매가 위축된 상황에서 펀드판매에 대한 선호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의 이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은행권은 지난 10년간 공모펀드 판매를 눈에 띄게 줄였다. 2011년만 해도 공모펀드 판매에서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46%로 증권과 비슷했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논란 등 사건사고가 반복되면서 2022년 판매 비중은 30%까지 떨어진 상태다. 판매보수가 줄면 은행권의 이탈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또한 보수율이 경쟁상품인 ETF보다 이미 많이 높아 낮추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총 판매보수는 현재 약 1~2% 수준이다. 반면 ETF의 경우 대부분이 0.2~0.4%로 5배 이상 낮다. 삼성자산운용의 대표 ETF 상품 ‘KODEX200’의 경우 총보수가 연 0.15%로, 신영밸류고배당(1.35%)의 거의 10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판매보수가 과도하게 높은 문제를 없앨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중견 종합운용사 임원은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친다는 점에서 필요했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판매보수 외부화와 함께 당근으로 제시된 다양화 방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판매사가 기본적인 계좌관리 서비스 외에 환매, 재투자 등에 대해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판매보수를 성과에 연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기준지표 대비 펀드성과를 반영해 보수를 수취하는 것이다. 일선 PB들이 시장을 분석해 고객에게 적절한 상품을 추천하면 그에 따른 성과도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새롭게 공모펀드 시장에 뛰어든 한 운용사 임원은 “투자자와 판매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스템은 고객은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지만, 판매사는 판매보수가 높은 상품을 먼저 보기 때문에 괴리가 발생한다. 판매사에게도 성과보수를 지급한다면 이해관계 상충을 보다 줄일 수 있다.
우선도입 방안 중에서는 E클래스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금융위원회는 판매보수 외부화 제도 개편안을 W클래스와 E클래스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W클래스는 신탁과 일임계좌에서 투자하는 공모펀드다. 신탁이라는 비히클을 중간에 끼기 때문에 펀드에서는 거의 판매보수를 떼지 않는 구조다. 때문에 실제 외부화가 이뤄지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반면 점점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온라인 판매 펀드 E클래스의 경우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서 펀드를 구매할 때 판매사의 역할은 사실상 미미하다. 고객이 직접 비교해 고르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E클래스의 판매보수 인하 경쟁이 강화될 수 있다. 판매보수가 0에 가깝게 줄어들면 공모펀드에 관심이 있는 잠재 고객층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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