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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반도체 리빌딩]'후공정 진출' SKC, 소재·부품 포트폴리오 다각화④반도체 사업 선택과 집중, 올해 효과 가시화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2 13:20:23

[편집자주]

섬유, 정유, 통신 등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SK그룹이 재계 2위로 올라선 건 반도체 덕분이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기점으로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키워온 결과다. 그룹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도 반도체다. SK하이닉스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소재·부품 내재화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2024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반도체 육성에 대한 의지가 드러난다.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9일 10: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또는 매각이 활발한 SK그룹 내에서도 눈에 띄게 움직이는 계열사가 있다. 바로 SKC다. 2020년 전후로 공격적인 활동을 이어가면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가장 큰 성공사례는 동박업체 KCFT를 품은 것이다. SK넥실리스로 사명을 변경한 이 회사는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면서 SKC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문제는 전기차 확산세가 주춤한 탓에 최근 부침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수요가 다소 정체된 가운데 올해도 상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믿을 구석은 반도체 소재 부문이다. 2022년 하반기 시작된 기나긴 불황을 지나 2024년 반등이 예상되는 분야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측면에서도 SKC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이완재 배턴 이어 박원철 사장이 그리는 반도체 청사진

반도체 소재는 2021년 말 선임된 박원철 SKC 사장이 공들이는 분야다. 전임인 이완재 전 사장이 포문을 열었다면 박 사장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는 자체 테크데이 등을 통해 반도체를 2차전지, 친환경과 함께 3대 성장축으로 수차례 꼽았다. 2016년에 이은 2021년 두 번째 '딥체인지' 전략 중 핵심 품목이 반도체이기도 하다.

다만 '미래 성장'일뿐 아직까지 성과는 요원하다. SKC는 지난해 3분까지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4분기도 적자가 유력하다.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그럼에도 연말 인사에서 박 사장이 유임된 건 올해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책임감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뿌려온 반도체 씨앗을 직접 수확하라는 의미다.

박 사장이 대표에 오른 뒤 여러 변화 작업을 단행한 주역이란 점도 연임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사례를 보자면 SKC의 반도체 소재 투자사 SK엔펄스가 작년 9~10월 반도체 웨트케미칼, 세정액 등 기초소재사업과 파인세라믹스 사업을 연달아 매각한 바 있다. 각각 중국 업체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넘겼다. 2건의 계약을 통해 4480억원을 확보했다.

SKC 관계자는 "양도 대금을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PET 필름사업, SK피유코어 등을 매각하면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이 역시 반도체 등 신사업 확장 용도로 쓰인다. SK엔펄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탄이다.

현재 SK엔펄스의 주력 품목은 화학기계연마(CMP) 패드와 블랭크마스크다. 각각 미국과 일본 회사가 독점하던 제품으로 국산화 비중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CMP 패드는 폴리우레탄 기반으로 노광·식각·증착 공정을 거친 반도체 웨이퍼 표면을 기계적·화학적 작용으로 연마하는 고부가 제품이다.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SK엔펄스는 2015년 동성에이엔티로부터 CMP 패드 특허 및 영업권을 인수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기 안성과 충남 천안에서 전용공장을 가동 중이다. 주요 고객은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이다.

포토마스크 원재료인 블랭크마스크는 일본 수출규제 당시 주목을 받은 소재다. 나노미터(nm) 단위 초정밀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캔버스 역할을 한다. 블랭크마스크는 석영(쿼츠) 위에 금속막과 감광막을 도포해 만들고 여기에 회로패턴을 형상화하면 포토마스크가 된다.

블랭크마스크 후발주자인 SK엔펄스는 하이엔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난도가 높아 예상보다 상업화가 늦어졌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고객 확장 및 증설을 통해 관련 부문 몸집을 키워갈 방침이다.

앱솔릭스 미국 조지아 공장 착공식 현장

◇시장 커지는 후공정 도전, 외부 고객 유치 집중

SK엔펄스가 재편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나서는 동시에 SKC는 별도로 새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부각되고 있는 패키징, 테스트 등 후공정이 공략 대상이다. 대표적인 게 자회사 앱솔릭스다. 앱솔릭스는 2021년 SKC가 설립한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사다.

반도체 기판은 패키징 과정에서 쓰이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일컫는다. 반도체와 완제품 간 연결 및 지지대 역할이다. 통상 PCB는 플라스틱 기반이다. 플라스틱은 고르지 못한 표면이 단점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실리콘을 끼워 넣는데 PCB가 두꺼워지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소하고자 SKC는 유리 기반 기판 개발 및 생산에 나섰다. 표면이 매끄럽고 사각 패널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판 표면에 설치해야 했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내부에 넣고 표편에 더 큰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할 수도 있다. 유리 특성상 플라스틱 기판에서 자주 나타나는 휨(Warpage) 현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앱솔릭스는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했고 올해부터 글라스 기판을 본격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한국 구미 파일럿 라인에서 시생산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등과 사전 인증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인텔, AMD, 엔비디아 등을 잠재 고객으로 지목한다. 인텔의 경우 글라스 기판 도입을 공식화한 바 있다.

SKC는 미국 반도체 패키징 스타트업 칩플렛 투자 유치에도 참여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미공개이나 지분 약 12%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칩플랫은 AMD 사내벤처로 시작한 회사로 여러 이종 칩을 3차원(3D) 구조로 연결하는 '3D 패키징'에 특화된 곳이다. 앱솔릭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적자 속에서도 5000억원 이상을 들여 ISC을 품은 것도 SKC의 반도체 사업 의지를 나타내는 활동이다. 지난해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인수한 ISC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인 실리콘러버 소켓, 포고핀 소켓 등을 다룬다.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회로 양품 여부를 판단하는 전기적 성능 시 검사 장비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ISC는 실리콘러버 소켓에서는 세계 1위다. 고객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퀄컴, 인텔,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도 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다.

SKC는 "ISC 인수로 SKC의 반도체 포트폴리오는 고부가 제품과 솔루션 중심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하게 됐다"면서 "ISC 성장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과감한 투자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SKC는 추가적인 반도체 M&A를 추진할 예정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27년까지 반도체 부문 매출을 3조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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