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엔 누가 회장이 됐으면 하냐고, 35년 포스코맨에게 최근 질문한 적이 있다. 박태준 전 회장을 거쳐 최정우 현 회장까지 이르는 숱한 변화를 경험한 사람답게 답은 간결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했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일본제철은 조강(쇳물)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의 글로벌 철강 회사. 그런 회사가 27위에 불과한 US스틸을 지난달 약 19조원에 인수했다. 아무리 미국 산업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US스틸이어도 현 주가에 40% 웃돈을 얹은 가격이라 관심이 모였다.
그러게, 왜 그랬을까 싶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미국이라는 선진국 시장을 안방으로 만들어 비싼 고급 강재를 최대한 많이 팔겠다는 뜻이고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에 대응해 시장 재편을 보다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은 아마 작년일 것이다. 일단 수요가 크게 확대될 요인이 없었다. 성장이 둔화한 중국을 대체할 만한 다른 시장이 보이질 않아서다. 그럼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져만 갔다.
국내 대표 철강사 포스코의 삶도 팍팍해졌긴 마찬가지. 이미 외부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하고 떠밀려 가고 있다.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6% 감소한 8530억원에 그쳤고 김학동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 초 직원들에게 '혁신적 변화'를 강조했다.
물론 철강업계 대책론은 언제나 주기적이었고 포스코도 탈탄소 노력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간다. 일본제철만큼의 과감한 대응이 없다면 설 자리는 더 좁아지고 비철강 사업에서 도약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일도 갈수록 드물어진다.
앞서 외부 사례를 언급했던 포스코맨은 덧붙여 이렇게 말했다. "고 김만제 회장 때처럼 이번에도 철강을 잘 모르는 회장이 올 수도 있겠죠"라며 "다만 현시점에선 철강 산업의 변곡점을 포착해 그룹의 중추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최근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며 차기 회장 선출 구도도 요동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마주해야 할 결과는 분명하다. 철강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철강 산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갖춘 리더가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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