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철옹성' EU 뚫은 대한항공 '더하고 빼기'2월 조건부 승인 가능성 높아…슬롯 반납해 대체 항공사 먼저 띄울까
허인혜 기자공개 2024-01-16 15:23:10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큰 틀에서 더하기(+)지만 그 과정 중에는 적지 않은 뺄셈(-)도 적용됐다. 두 항공사 합병이 길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합병 후의 체급과 그에 따른 유럽연합(EU)의 경쟁제한 우려였다.EC의 조건부 승인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승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한항공의 선택은 잘 알려진 것처럼 화물과 여객노선 다이어트다. 덜어낸 무게는 대체 항공사(Remedy taker)의 몫으로 이전된다.
최종 승인을 위해 합병 전 대한항공의 운수권과 슬롯 등 권한들을 일찌감치 대체 항공사에 떼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건부 승인이 내려지면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 매각 작업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FSC 합병, EC 조건부 승인 임박
항공업계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EU 경쟁당국이 제시한 합병 승인 마감기한은 2월 14일이다. 그보다 일찍 승인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C의 조건부 승인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인수합병 승인을 기다리던 과정 중에는 EC가 경쟁 제한 등을 이유로 일정을 여러 차례 미룬 바 있다. 합병 불발도 전망됐지만 이후 EC와 대한항공이 협상을 거치며 접점을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제안서를 제출하고 EC의 판단을 기다리기보다 협상 가능한 접점을 지속적으로 논의한 뒤 시정조치서를 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제출 후에도 EC가 우려하는 바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게 대한항공의 입장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알려진 대로 두 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과 아시아나항공과 중복으로 운항하는 유럽 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이관하는 방안이다. 유럽 4개 노선은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다.
◇"양도 노선, 대한항공 보유 운수권·슬롯 활용…선제적 취항 가능"
EC가 2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내줄 허가는 조건부 승인이다. 대한항공이 일정 기간까지 경쟁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활동,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할 매각과 유럽 4개 노선에 대체 항공사(remedy taker)가 진입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이행해야 최종 승인이 난다.
유럽 여객 노선 이관은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있다. 슬롯 반납은 대한항공의 독자적 판단으로 가능해서다. 슬롯은 항공사끼리 협의가 가능하다. 운수권은 반납하면 국토부가 재분배한다. 해당 국가의 항공사만 배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EC 승인 조건으로 양도하는 유럽 노선 4개는 대한항공이 가진 운수권과 슬롯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보유분이기 때문에 합병이 이뤄지기 전에도 대한항공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반납과 배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유럽 노선은 오픈스카이 협정을 맺지 않아 운수권을 배분받지 않으면 취항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EC의 최종 승인이 나기 전 대체 항공사가 일찌감치 대한항공의 유럽 노선을 받아 취항할 수 있다고 점쳤다. 대한항공의 합병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서다. 대체 항공사로는 중장거리 노선을 운항할 수 있는 티웨이항공 등이 거론된다.
티웨이항공은 6월부터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취항에 나선다. LCC로서 첫 유럽 취항이다. 이번 취항은 티웨이항공이 4년 전인 2020년 국토부 운수권 배분을 통해 따낸 항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대한항공의 운수권과 슬롯 이관과는 무관하다. 다만 티웨이항공이 유럽 항로를 정상적으로 운항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EC에 증명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은 2022년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347석 규모 대형기 A330-300 기종을 도입했다.
◇EC 승인, 아시아나 화물 매각 물꼬…美·日 남았다
EC의 조건부 승인이 이뤄지면 아시아나항공 화물노선 매각 작업에도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안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통과했다. EC 등 남은 국가의 경쟁당국의 조건부든, 최종이든 승인이 나야 화물 매각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밟지는 않아왔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에어프레미아와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등이 매각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LCC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로이터는 아시아 지역, 되도록 한국계 항공사를 대체 항공사로 선호하기 때문에 티웨이항공도 화물 사업 인수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심사까지 마무리되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두 국가의 경쟁당국 승인은 EC 심사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일본은 이달 중으로, 미국은 올해 상반기, 늦어도 연말까지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매출 20조원, 항공기 보유 대수 230여 대의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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