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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재계, '희귀 사례' 이번에는 다를까사업적 이득은 분명…양사 균형 강조했지만 OCI에 쏠린 무게추

조은아 기자공개 2024-01-17 07:23:0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혀 다른 두 그룹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그간 공동 창업에 따른 두 집안의 동거는 종종 있었지만 각자 갈 길을 가던 두 그룹이 하나로 모인 건 처음이다. 두 그룹 오너일가는 통합 지주사를 함께 경영하기로 했다.

세속적인 비유지만 흔히 얘기하는 결혼과도 비슷하다. 장단점은 명확하다. 부족한 역량은 보완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필요에 의해 모였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끝이 어느 정도 보인다는 한계도 있다.

재계는 유례없던 두 그룹의 만남에 주목하고 있다. 둘의 결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떻게 끝날지, 다른 비슷한 사례가 또 다시 등장할지 등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균형 강조했지만 OCI그룹에 쏠린 무게추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단순하다. 통합 지주사가 한미사이언스와 OCI, OCIM을 거느리는 구조다. 우선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JVM과 온라인팜' 구조로 이어지며 또 다른 축으로는 'OCI→OCISE→부광약품', 'OCIM→DCRE→OCI파워' 구조가 있다.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통합 지주사 지분 10.4%를 확보해 단일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우현 회장의 예상 지분율은 5%대이지만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그룹이 균형과 상호 신뢰를 강조하지만 사실상 OCI홀딩스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려있다.

두 그룹의 계약 조건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얼마동안 지분을 보유하면서 관계를 유지할지 등을 놓고 양쪽의 충분한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개된 건 없다.

업계는 이번 거래의 목적에 주목하고 있다. 시작은 개인적 문제였다. 상속을 마무리해야 하는 한미약품그룹 오너의 개인적 문제가 발단이 됐다. 거래 성사 과정에서도 두 집안의 개인적 친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미약품그룹의 송영숙 회장과 이우현 회장의 모친인 김경자 송암문화재단 이사장의 친분이 양측이 원만하게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뒤집어보면 개인적 문제가 해결되거나 혹은 개인적 친분이 악화되면 언제든 거래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이번 거래 역시 다소 급했던 한미약품그룹 측이 OCI그룹 측에 손을 내밀어 성사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반적으로 OCI는 잃을 게 없다. 통합 지주사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거느리게 됐고 통합 지주사의 최대주주 역시 특수관계인을 더하면 OCI다. 지분을 일부 내어주게 됐지만 바이오 사업을 단번에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불할 만한 가치도 있다.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재계, 이번에는 다를까

재계의 시선 역시 엇갈린다. 두 회사의 결합은 이득을 위해서라면 그룹 규모도, 업종도 가리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간 외국에서는 종종 있었던 사례지만 국내에선 처음이다.

오너 경영이 보편화된 국내에선 사업적 이득이 된다고 해도 섣불리 다른 회사와 지분을 섞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를 내려오면서 지분율 역시 점차 낮아졌고 지분과 관련해선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역시 양사의 사업적 이득은 분명하다. 한미약품그룹은 상속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데다 막대한 신약 개발비용 역시 조달할 수 있게 됐다. OCI그룹은 제약·바이오라는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두 그룹은 대표를 한명씩 선임해 각자대표 체제로 통합 지주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사회 역시 양쪽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게 된다. 사이가 좋을 땐 문제가 없지만 한쪽의 반대가 있을 땐 이사회 통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더 멀리 봤을 땐 두 회사의 결말이 어떤 방식으로 날 지 역시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필요에 의해 서로 손을 잡았다고하지만 언제까지 동거가 이어질지는 알수 없다"며 "수십 년을 함께 경영하고도 승계나 경영환경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갈라지는 곳 역시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종 기업집단의 결합이 처음 있는 사례다보니 이번 통합 지주사가 가는 길이 곧 이정표가 된다. 다만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어떤 형태가 됐든 두 기업의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사례는 많지 않다. 겉으론 공동의 목표를 향하고 있지만 결국 속을 들여다보면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슷한 결합이 또 다시 추진될 가능성 역시 그리 높지 않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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