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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실익 없는 장남의 반란, '임종훈·신동국' 설득한다면신주발행 무효 '경영권 분쟁' 이력 입증 어려울 듯, 주요주주 설득 '관건'

김형석 기자공개 2024-01-17 10:07:4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OCI-한미'의 통합그룹에 반대 입장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는 창업자의 장남으로 핵심 승계 대상자였던 본인이 통합 과정에서 소외된 것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의 불만이 합리적이고 또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는 힘이 있는 지는 따져볼 문제다. 현재구조에서 단독으로 움직여봐야 실익이 없다. 이사회 멤버도 아니었던데다 지분율도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미미하다. 그러나 주요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또 다른 오너일가인 막내 임종훈 사장을 움직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 임종윤 사장, 임종훈·신동국 회장 우군 합류 시 통합 제동 가능

한미가의 장남 임종윤 사장은 13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시 공식 계정을 통해 'OCI와 한미'의 빅딜에 대해 몰랐다는 발언을 남긴 뒤 연일 언론을 통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전에 협의 없이 진행됐던 일이었던데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신주발행 등이 문제라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은 당사자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개인적 지분의 매각 그리고 맞교환이 핵심이다. 그리고 대상은 한미사이언스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가량을 쥐고 있는 주요주주이지만 이사회 멤버는 아니다. 그는 경영권 분쟁 사례에서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것에 대해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판례를 보더라도 경영권 분쟁 시 3자배정 유상증자 등 신주발행을 무효 판결을 받은 사례는 있다. 대법원은 2009년 2008다50776 소송건에서 신주발행무효 판결을 냈다. 당시 법원은 "경영권 분쟁 시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면서 주주 아닌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보유 주식의 가치 하락이나 회사에 대한 지배권 상실 등 불이익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부친인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상황을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봤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을 인정받기 위해선 가처분 신청이나 주총 소집청구 혹은 주총안건제안 등의 분명한 사실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앞선 판례에선 원고가 사측으로부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을 거부당해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 점이 경영권 분쟁으로 인정됐다.

임종윤 사장은 최근 3년간 경영권 분쟁을 증명할 근거가 없다. 2022년 3월 임기만료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을 때도 외부적으로 큰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빅딜을 미리 고지받을 이유도 없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멤버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에게 빅딜 사실을 미리 고지했다면 '미공개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된다.

임종윤 사장이 OCI-한미약품 통합그룹을 반대하기 위해선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 발언권을 얻어야 한다. 임종윤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대척점에 있는 모친 송영숙 회장과 동생 임주현 사장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미사이언스 공시에 따르면 임종윤 사장이 현재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2.56%다.

◇ 신동국 회장 지분 인수 여부…임종훈 사장 의도 여전히 '오리무중'

다만 임종윤 사장이 우호지분 확보에 성공하면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 임종윤 사장에게 우호세력이 될 인물은 3남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회장이다. 두 인물은 각각 한미사이언스 지분 7.20%, 12.15%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모두 임종윤 사장을 지지할 경우 '한미OCI홀딩스'의 지배력에 버금갈 수 있다. 주주총회에서 통합에 비토를 놓을 경우 통합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임종윤 사장이 통합을 수용하더라도 세 인물이 연합을 지속하면 한미사이언스를 통해 직접적으로 한미그룹 계열사를 지배할 수도 있다. OCI-한미약품의 계획에 따라 추산한 통합후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한미OCI홀딩스(27.03%)다. 임주현 사장(1.96%)까지 합하면 동원할 수 있는 지분율은 28.99%다. 반면 임종윤 사장(9.08%)과 임종훈 사장(9.67%), 신동국 회장(11.12%)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29.87%로 앞선다.

관건은 임종윤 사장이 두 인물을 설득할 수 있느다. 임종윤 사장의 단독 지분으로는 통합을 반대할 수 없다. 임종윤 사장측으로부터 이미 두 인물에 대한 설득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 두 인물이 직접 임종윤 사장을 지지한다는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 신동국 회장의 경우 지분 매각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국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은 849만8254주다. 15일 종가(33만8000원)를 기준으로 보면 주식 전량의 규모는 287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이 자금여력 상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가 최대주주인 DX&VX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603억원이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막역한 관계인 만큼 딜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외부에 기관이 가진 지분을 블록딜로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자금을 확보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중국 사업에 집중했던 임종윤 사장과 그룹 내에서 이렇다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임종훈 사장을 한미 올드보이들이 지지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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