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상자산사업자 재편 포인트]"1년 더 못버텨" 영업중단 택하는 코인마켓거래소③잇단 운영종료 발표, 갱신신고 통과 가능성 낮아 '개점휴업' 상태도
노윤주 기자공개 2024-01-19 08:57:10
[편집자주]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첫번째 법령인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이 3년째에 접어들었다. 사업자 신고제를 실시한 이 기간동안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법지대에 있던 위험성 높은 서비스들은 퇴출되고 있고 원화거래소 전환에 실패한 코인마켓거래소의 사업 중단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사업자 갱신 신고가 예정돼 있다. 가상자산 제도화 물결 속 업계가 어떤 형태로 재편될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한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지난해 말부터 연달아 사업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원화 입출금이 불가능해 코인간 거래만 지원하는 곳들이다. 비트코인으로 이더리움을 사고 파는 식이다. 이 탓에 고객 상당수를 원화거래소에 빼앗겼다. 코인마켓거래소를 사용해야 할 고객 유인책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특금법 시행 약 3년 간 적자가 누적된 곳이 다수다.코인마켓거래소들의 영업중단 선언이 최근 지속된 이유는 갱신신고 때문이다. 갱신신고를 통과하려면 결격 사유가 없을지 전문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높아진 심사 기준으로 갱신신고 수리 여부도 불투명하다. 더 이상 비용을 쓰지 않고 조기에 영업을 종료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사업을 접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은 기존에 받았던 컨설팅 대금조차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쌓이면서 사업 의지가 있는 거래소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악영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모양새다.
◇후오비까지 영업중단, 적자누적에 투자유치도 어려워
후오비코리아는 최근 거래소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준용 후오비코리아 대표는 "현재 사업환경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거래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으로 회사 입장을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특금법 시행 전까지 시장 점유율 4위에 오르는 등 큰 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던 거래소다. 하지만 원화거래소 전환에 실패하면서 다방면에서 규모를 줄여나갔다. 100명에 달하던 직원은 30명까지 축소했다.
지난해까지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창업자 리린(LiLin)이 보유하고 있는 후오비코리아 지분을 조국봉 의장이 취득하면서 중국계 이미지를 지우려했다. 소기의 성과도 없었다. 최종적으로 사업성이 없어 거래소를 접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규정에 따라 서비스 종료 한 달 전 사실을 공지하고 고객의 자산 출금을 도와야 한다. 후오비코리아는 이달 29일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출금은 별도 기간 없이 전액 출금이 완료될 때까지 지원한다.
캐셔레스트, 코인빗 등 거래소도 영업 중단을 택했다. BTX(옛 비둘기지갑)도 영업 중단을 고민 중이다. 사유는 동일하다. 적자 누적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진행한 상반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인마켓사업자 21곳 중 18곳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심지어 10곳은 거래수수료 매출이 전무했다.
평균 영업이익은 2022년 하반기 마이너스(-)530억원, 2023년 상반기 -325억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당국도 이들 코인마켓거래소의 지속적인 사업 영위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신규 투자를 받아 사업을 이어가는 것도 녹록지 않다. 코인마켓거래소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닥이 지니언스, 핑거 등 코스닥 상장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건당 투자금액은 20~30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운영자금이 바닥났다"며 "수익성이 없다는 시장 인식이 생겨 신규 투자를 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주요 심사 요소 기준 미달, 갑작스런 영업중단에 '미수금 발생' 부작용
이런 가운데 올해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다수 사업자들이 영업중단을 택한 핵심 사유다. 대다수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신고 기한은 12월이다. 갱신신고를 하려면 올 한해 꼬박 영업을 해야 한다. 1년동안 추가 비용을 써야 하는데 신고 심사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3년전 제출했던 사업 신고서에 담긴 내용 이행 여부를 보기로 했다. 수익이 없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신고서에 제출했던 내용 상당수를 이행하지 못했다.
다수 사업자들이 인력 규모도 기준 미달이다. 원화거래소 평균 종업원수는 275명이었지만 코인마켓은 26명에 불과했다. 24시간 장이 열리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운영하기엔 역부족이다. 주요 심사 기준이 되는 AML전문인력 수도 차이가 난다. 원화거래소는 평균 29명인 반면 코인마켓거래소는 6명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라도 일찍 사업을 접는 게 낫지 않냐는 기조가 업계에 팽배해졌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며 "갱신신고를 통과하기 어려우니 사업을 접는 것으로 앞으로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자금난과 영업 중단은 업계 전반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들로부터 컨설팅 자금을 받지 못했다는 회계법인, 로펌, AML 업체들이 속출 중이다. 갱신신고 준비를 위해 컨설팅펌을 찾았지만 사업 종료가 결정되면서 비용 지불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몇몇 거래소가 컨설팅펌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컨설팅펌들에서 영세 업체 대상 컨설팅을 꺼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 코인마켓거래소들도 이 영향으로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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