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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시너지 본격화' DSP, 고객 수주까지 담당⑤생태계 확장 초점, 토종 팹리스 협업 확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19 13:26:20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7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생태계 강화에 나선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고객 및 협력사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를 고려해 동맹전선을 확대하고 제공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등 '삼성 파운드리 브랜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역할이 두드러진다. DS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로 이뤄진 조직이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와 파운드리 회사 간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하는 업체다. 최근 DSP는 단순히 돕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고객을 발굴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혼자 아닌 함께"…파트너 추가하는 삼성전자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는 메모리 중심이었다. 메모리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특정 업체가 주요 과정을 대부분 처리한다. 설계부터 패키징까지 한 곳에서 담당한다는 의미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다. 제품군이 워낙 많고 요구사항이 제각각이어서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여러 회사의 협동이 필수적이다. 팹리스-파운드리-OSAT(패키징 및 테스트) 등이 원팀을 이뤄 반도체를 만드는 구조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는 건 전후방 기업과의 밀접한 관계 덕분이다.


특히 TSMC는 가치사슬협력사(VCA)라는 그룹을 운영 중이다. 글로벌유니칩(GUC), 알칩 등 세계적인 디자인하우스가 포함된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에이직랜드가 소속 주이다. VCA는 TSMC 양산 공정 스펙에 맞춰 레시피를 제공하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VCA 대항마로 삼성전자가 조성한 것이 DSP다. 구체적으로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지원, OSAT 연, 공급망 관리 등을 맡는다. 현재 DSP에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알파홀딩스 △코아시아세미 △가온칩스 △세미파이브 등 국내 기업과 △패러데이 △손드렐 △베리실리콘 등 해외 기업이 공존한다.

DSP 아래에는 하위 조직인 가상설계파트너(VDP)도 있다. VDP는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DSP와 달리 특정 로직 설계 등 소규모 프로젝트 위주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고민은 고객 확장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비교적 업력이 짧은 데다 종합반도체회사(IDM) 특성상 고객과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하나둘씩 상쇄하고 있는 게 DSP다.

TSMC와 오랜 기간 협력해온 에이디테크놀로지, 중화권 네트워크와 차량용 반도체 기술력은 갖춘 코아시아세미, 삼성전자와 프로젝트 200건 이상을 수행한 가온칩스, 팹리스 업계에서 주목받는 리스크파이브(RISC-V) 아키텍처를 다루는 세미파이브 등이 삼성전자의 든든한 우군으로서 소명을 다하고 있다.

역할 분담도 확실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도 디자인하우스 같은 조직이 있지만 인력이 제한적이다. 삼성전자가 퀄컴,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에 집중하고 DSP가 중소형 고객을 응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추세다.

더 나아가 DSP는 삼성전자가 확보한 고객만 상대하지 직접 고객 발굴도 하고 있다. 자체 기술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삼성전자 공정을 홍보하면서 삼성 파운드리 생태계로 끌어들이는 흐름이다. 코아시아세미가 LX세미콘, 미국 암바렐라, 일본 스쿠에아루토 등을 경쟁사에서 삼성 쪽으로 데려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 매출에서 애플, 엔비디아, AMD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건 사실이나 이외 중소 및 스타트업 고객들의 몫도 작지 않다"며 "삼성전자도 고객 다각화가 이뤄져야 업황에 따른 부침이 적어지고 진정한 파운드리 리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경우 같은 회사인 시스템LSI사업부 의존도가 아직 높은 편이다.

◇"고객과 같이 큰다"…삼성전자, AI 반도체 회사 지원 '팍팍'

새 고객 유치를 위해 삼성전자는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선 고객의 설계 역량 향상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는 공정 설계 지원 키트인 PDK(Process Design Kit)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PDK 프라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3나노미터(nm) 공정을 활용하는 팹리스를 시작으로 추후 8인치(200mm) 및 12인치(300mm) 성숙(레거시) 공정으로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반도체 지적재산(IP) 에코시스템도 확장한다. IP 분야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는 시높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세미 등과 동맹을 고도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주력인 모바일에 더해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 등까지 IP 라인업을 늘린다.

*출처 : 삼성전자

국내외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도 증대한다.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서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복수의 팹리스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설계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작년부터 4나노 공정 MPW를 개시한 삼성전자는 올해 가동 물량을 더 증가시키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3년 대비 2024년에 MPW 서비스를 10% 이상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칩을 만드는 만큼 설계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과거에는 이 점이 발목을 잡았으나 최근에는 범용 제품이 아닌 직접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빅테크 기업이 생기면서 삼성전자와 손잡으려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테슬라, 구글 등은 실제로 삼성전자와 설계 단계부터 공조하면서 자연스럽게 파운드리까지 협업이 이어지는 흐름이다.

일련의 과정을 통한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발굴 및 육성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을 호텔업에 비유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육성 측면에서는 TSMC 사례를 배우고 있다. 현재 미국 퀄컴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다투는 대만 미디어텍은 수년 전만 해도 큰 존재감이 없던 회사였다. 하지만 TSMC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면서 주요 고객으로 거듭났고 현재는 TSMC 사업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AI 반도체 회사들과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면서 미래 가치를 높이고 있다. AI 반도체를 만들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리벨리온, 딥엑스 등과 첨단 기술인 5나노 공정을 공유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AI 성장성에 베팅한 셈이다.

텔레칩스, 넥스트칩, 픽셀플러스 등 기존 국내 고개과도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들과의 공존으로 시스템LSI사업부 또는 해외 고객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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