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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칼은 OCI로 '전면전' 불가피 "건널수 없는 강 건넜다"이우현 회장 설득에도 소송…신주발행 타격, 법리싸움으로 진화

정새임 기자공개 2024-01-19 08:15:2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0: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그룹 오너가의 장남 임종윤 사장이 발목을 잡은 건 모친 송영숙 회장과 동생 임주현 사장의 지분 매각 및 스왑 거래가 아닌 '3자배정 신주발행'이다. 이는 OCI그룹을 한미그룹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이에 대한 칼날은 결국 OCI그룹으로 향한다. 최대한 포용하겠다는 OCI그룹 입장의 손을 뿌리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OCI그룹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만큼 원만하게 풀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화해와 타협'에 무게를 뒀지만 강경대응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지분율 격차 최소화 목적으로 소송 강행…집안 싸움에 'OCI' 직격탄

임종윤 사장의 OCI그룹과 한미그룹 통합에 맞서는 행보는 상당히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12일 통합그룹 추진 발표가 이뤄진 지 하루만인 13일 개인회사의 SNS 계정을 통해 부당함을 제기했다. 그리고 14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오후 늦은 시각 만나며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종윤 사장은 부당함을 토로하는 것에 더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한미그룹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지에 대한 청사진도 보여줬다. 생화학 전공자라는 전문성도 어필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감안해 이 회장은 그룹 통합 빅딜에 그의 역할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하며 타협점을 찾자고 했다. 둘은 이 회장이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23일 이후 다시 만나기로까지 약속했다.

하지만 이튿날 임종윤 사장은 곧바로 연일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소송전까지 불사할 정도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물론 한미그룹 역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대통합 발표 5일만인 17일 임종윤 사장은 신주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막냇동생 임종훈 사장까지 끌어들이면서 세까지 갖췄다.

임종윤 사장이 신주 발행 부분을 건든 건 사실 당연한 수순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그룹과 체결한 구주매각 및 주식스왑은 개인거래인 만큼 막을 방도가 없다. 그러나 3자배정 신주발행은 주주평등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유에만 할 수 있는 것인만큼 다퉈볼 여지가 있다. 또 경영권 분쟁시 발행한 3자배정 신주는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

상속세에 더해 개인부채 부담까지 있는 임종윤 사장 입장에선 한미사이언스 지분율 자체가 줄어든 만큼 신주발행이라도 금지시켜 지분 격차를 줄이고자 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신주 발행이 금지되면 장남과 차남의 지분율 합이 OCI홀딩스를 소폭 넘어서기 때문에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송 자체는 한미사이언스 내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타격을 받는 쪽은 OCI그룹이다. OCI그룹은 한미그룹 오너가와 체결한 구주 인수 및 주식스왑에 더해 한미사이언스 발행신주까지 안아야 총 27.03%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한다. 한미약품을 껴안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통합 후 OCI그룹의 지분율은 20.32%로 줄어든다. 의결권 있는 총 발행주식 수가 달라지지 않아 임종윤·임종훈 사장 등 다른 주주들의 지분율은 통합 전 상태를 유지한다.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지만 연합전선에 따라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된다.

◇원만한 합의 원했던 OCI, 임종윤 사장 분쟁 제기로 적극적 대응 태세 전환

결국 한미사이언스 내부 소송에 OCI그룹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OCI그룹은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 소식을 접하고 빠르게 법리 검토 들어갔다. OCI그룹은 공식적인 입장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한미그룹과 함께 전면전에 나설 뜻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임종윤 사장의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에 따라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지리한 지분율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분쟁이 아닌 소통을 원했다. 임종윤 사장의 불만을 접하자마자 그와의 만남에 적극 나선 이유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좌),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우)

통합그룹 출범을 위해 OCI그룹은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임종윤 사장의 소송전에 대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했다. 이제부터는 법리다툼으로 겨뤄보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과 임 사장이 약속한 23일 회동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다만 여전히 OCI그룹은 통합이 무산될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만큼 이번 딜은 특정 개인의 사적효익이 아닌 양대 그룹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불가피 한 결단이었다는 충분한 정당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임종윤 사장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더벨에 "통합그룹이 무산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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