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OCI 뿌리친 장남, 막내와 뭉쳤다…해볼만한 '지분다툼'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제기…지분율 격차 줄이기 총력
정새임 기자공개 2024-01-19 08:01:4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임종윤 사장이 결국 소송 카드를 내밀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위해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진행할 신주 발행을 멈춰달라는 것이 임 사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골자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는 차남 임종훈 사장과 함께 제출했다.임종윤 사장은 신주 발행만 멈춰도 지분율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발행이 금지되면 장남과 차남의 지분율 합이 OCI홀딩스를 살짝 넘어선다. '해볼만 한 싸움'이라고 본 셈이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음에도 그의 손을 뿌리친 배경이다.
◇이우현 회장과 두 번째 회동 앞두고 소송 강행
임종윤 사장은 17일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임종윤 및 임종훈 공동으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사장 측 담당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지평이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3일 같은 계정으로 'OCI와 한미' 빅딜에 대해 몰랐다는 발언을 남긴 지 4일 만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9.91%를 보유 중이다.
임 사장은 줄곧 이번 빅딜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밀실 경영'에서 비롯된 잘못된 결정이라 주장하고 있다. OCI그룹과 통합이라는 중요한 결정이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들이 모두 배제된 채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얘기다.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발행할 신주 역시 법적 타당성을 갖추지 않아 무효라는 논리를 펼쳤다.
임종윤 사장의 문제제기가 표면화되며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중재자로 나섰다. 이 회장은 일본 출장 전날인 14일 밤 임 사장과 전격 회동했다. 이 회장은 분쟁보다 소통과 타협에 초점을 맞춰 임종윤 사장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했다. 서로 소통하며 딜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려는 의지였다.
실제 그날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이뤄졌다고 전해졌다. 양측은 이 회장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23일 두 번째 회동도 약속했다.
하지만 모녀와 장남 간 완전히 단절된 소통으로 벌어진 이번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못했다. 특히 통합그룹에서 임종윤 사장의 영향력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임주현 사장의 굳건한 의지도 대통합으로 나아가지 못한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결국 임종윤 사장은 이 회장이 내미는 손을 뿌리치고 전면전에 나섰다.
◇가처분 인용 시 장·차남 지분 20.47%, OCI 20.32%
임종윤 사장은 가처분 신청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을 금지한다는 입장이다. 인용 판단만 받아도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추측된다.
본래 계약대로 신주가 발행될 경우 통합 후 한미사이언스에서 OCI홀딩스가 지닌 지분은 총 2065만1295주(27.03%)가 된다. 통합 후 한미사이언스에서 임 사장의 지분은 693만5031주(9.08%)다. 임 사장과 뜻을 같이 한 임종훈 사장 지분(9.67%)을 더해도 OCI홀딩스 지분과 큰 차이가 있다.
만약 임종윤 사장이 신주발행을 무효화하는데 성공해 OCI홀딩스가 643만4316주에 해당하는 신주를 받지 못한다면 OCI홀딩스의 지분율은 20.32%로 떨어진다. 의결권 있는 총 발행주식 수가 달라지지 않아 다른 이들의 지분율은 그대로다.
현물출자나 구주매각을 하는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만 달라질 뿐이다. 이렇게 되면 OCI홀딩스 지분(20.32%)보다 임종윤+임종훈 지분(20.47%)이 더 많아진다.
물론 임주현 사장과 그 가족, 그리고 송영숙-임주현 측으로 분류되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까지 합치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치열한 지분율 싸움이 예상된다.
적어도 임종윤 사장은 지분 격차를 최대한 좁혀놓아야 자신의 발언권을 키울 수 있다. 현재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신주발행 무효 시 신 회장의 지분율은 12.15%에 달한다. 그가 표를 행사하는 쪽이 승자가 된다. 신 회장의 경우 지분 매각 의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849만8254주로 17일 종가(4만9850원) 기준 4236억원 규모다.
임종윤 사장이 자금여력상 신 회장 지분을 매입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인 개인 회사(DX&VX)를 활용하기도 마땅치 않다. 금융업계에선 임종윤 사장이 사모펀드와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 사장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인용될 여지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요건상 문제가 없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게 우리측 법률 검토 사항"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특별한 입장은 없지만 양 그룹사가 합의한 동반·상생 공동 경영의 취지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원활한 통합 절차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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