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 허성무 대표 "기후테크 펀드 만들겠다"청년 세대 위한 인프라 펀드도 희망, IBK벤처투자와 '협력관계' 강조
구혜린 기자공개 2024-01-23 13:17:36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2일 0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부터 기후테크 펀드를 만들려고 고민해 왔다. 기후테크 분야는 대표적인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모험투자 성격에 가장 적합하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다만 출자자(LP)들은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선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허성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대표(사진)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성장금융 본사에서 더벨과 만나 현재 구상 중인 기후테크 모펀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성장금융은 좌뇌(공)와 우뇌(민간)를 둔 수행자다. 정부 측에서만 자금을 받는 한국벤처투자와 달리 정부 및 민간 양쪽 LP로부터 출자를 받아 모펀드를 운용한다. 2016년 설립 이후 작년 말 기준 운용 모펀드 약정규모는 8조1000억원, 자펀드 조성규모는 4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총 3657개 기업에 29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더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허성무 호(號)는 올해 '출범 2기'를 시작한다. 지난 2022년 9월 수장직에 오른 이후 총 3년의 임기 중 절반을 채웠다. 지난해에는 7400억원가량의 신규 모펀드를 조성해 출자 재원을 확보했으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조직 내부 재편에 힘썼다. 올해는 '성장사다리펀드2',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를 포함 다양한 신규 펀드 조성에 힘쓸 계획이다.
◇'8조 굴리는 기관' 수장이 집중하는 펀드들
허성무 대표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미션은 '기후테크 펀드'다. 기후테크는 지난해 말 한국성장금융이 진행한 '2023 모험투자포럼'의 대주제이기도 했다. 크게 탄소배출량을 절감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의미한다. 전체 글로벌 VC/PE 시장에서 기후테크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약 1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허 대표는 "기후변화는 탄소, 화석연료 등 에너지 산업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테크와 에너지 산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라며 "모든 산업의 근저인 에너지의 어두운 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기후금융의 화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디자인국가에서 제조국가로 돌아가면서 한국이 타격을 받는 이때 어떻게 기후금융을 잘해서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만들거냐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결성을 앞둔 LP 지분 유동화 세컨더리 펀드에도 열의를 드러냈다. 한국성장금융은 조만간 400억원 규모로 'K-Growth 세컨더리 일반 사모투자신탁 제2호'를 결성할 계획이다. 산업금융3팀이 직접 투자·운용하는 펀드다. LP세컨더리 펀드의 투자 대상은 기결성된 블라인드 및 프로젝트 펀드의 특정 LP 몫 지분이다. 지분을 매각하는 LP는 펀드 청산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그는 "국내 모험자본 시장은 뒷바퀴(세컨더리)가 지나치게 작고 앞바퀴(프라이머리)가 크다"리며 "주 거래대상이 세컨더리인 주식시장과는 완전히 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뒷바퀴가 커야 앞바퀴가 힘을 세게 받을 수 있다"라며 "즉 환금성이 높아 기대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시장에 자연스럽게 돈이 들어오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모펀드 운용사가 운용에 강점을 지닌 펀드이지만, 민간에 LP세컨더리 펀드 전업 운용사가 생겨난다면 더 이상 운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냈다. 허 대표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원래 이 펀드는 모펀드 운용사가 운용하는 것"이라며 "시장과 같이 가는 게 우리에게 중요하므로 민간에서 하겠다고 하는 곳이 많으면 우리도 굳이 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성장사다리 펀드 2'와 '지역활성화 투자 펀드'도 새롭게 닻을 올린다. 특히 지역활성화 펀드의 경우 한국성장금융의 신사업이다. 허 대표는 "재정과 공공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취지의 펀드"라며 "목적은 좋으나, 만들기에 난도가 높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청년을 위한 공간 조성 펀드'를 만드는 일에도 사명을 갖고 있다. 그는 "인구가 줄면서 미래 청년들이 받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므로 먼저 마중물을 넣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라며 "미래산업은 공간을 스스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사무실, 랩, 주거, 베이비케어센터 등 이런 걸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근무할 때 합정동 등에 청년주택을 만들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C레벨 중심으로 '청년 자수성가 프로그램', '첨단 기술 기업의 인프라 지원 펀드' 등을 얘기 중인데 여기(성장금융)에 있을 때 밑거름이라도 그려놓고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곳이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딥테크' 위한 심사 기능 강화, LP도 좋아해"
올해 여러 벤처캐피탈(VC)이 체감하는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LP 확보 어려움을 호소하는 VC들이 많다. 최근 대성창업투자 등이 한국성장금융에 GP 자격을 반납한 게 한 예다. 펀딩이 힘겨워지면서 투자금 집행에도 보수적이다. 더벨이 62개 VC로부터 집계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1년 6조 규모였던 국내 벤처펀드 투자 규모는 2022년 4조, 지난해 3조로 연속 감소세다.
그는 모펀드 운용사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위기는 단기 조정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허 대표는 "벤처업계는 기본적으로 투자 기간이 긴데 우리는 너무 짧은 기간에 성과를 재단하려 한다"며 "기술은 발전하고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모험자본 시장은 계속 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정기) 리드타임을 줄여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LP와 협의해 출자비율을 높이거나, 공제회 등 매칭기관과 협력하고 기간도 유동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성장금융의 모펀드 재원이 지속 증가할 수 있을까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에서는 IBK벤처투자가 출범하면서 '한국성장금융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IBK기업은행은 한국성장금융의 지분 상당량을 보유한 출자자이면서 M&A 펀드 등 모펀드의 재원을 공급하는 단일 대규모 출자자다. 기업은행이 직접 벤처투자를 위해 자본금 1000억원을 쏟아 IBK벤처투자를 설립함에 따라 앞으로 한국성장금융에 대한 기업은행의 출자가 줄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허 대표는 "기업은행은 오랜 기간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였다"라며 "은행도 모험자본에 직접 투자해야 하지만, 전체를 커버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완관계지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며 "우리 모펀드를 통해 투자해 발굴한 기업을 IBK벤처투자에서 더 투자할 수도 있으므로 굉장히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허성무 대표는 한국성장금융의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나가겠단 입장이다. 그는 "딥테크 투자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투자 범위도 넓어졌다"며 "넓게 알면서 깊게 알아야 하는 과제로 인해 미래산업 세미나를 진행하는 등 우리 운용역의 심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세스를 체킹하는 것을 넘어 투자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니까 LP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기준을 도입, 부패방지 경영시스템(ISO 37001) 및 규범준수 경영시스템(ISO 37301)을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완전히 민간이 아니라 공공성이 있으니 엄격해질 필요가 있어 부패방지 경영시스템 인증 등으로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느끼게 했다"며 "좀 더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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