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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VC 로드맵]윤건수 DSC인베 대표 "스타트업 해외 진출, 필수적"'세컨더리' 중심 투자 본격화, 기업 경쟁력 깎는 '플랫폼법' 강한 우려

이기정 기자공개 2024-01-25 08:07:12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3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특성을 보면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며 역동성이 감소한 국내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해외로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더벨과 만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시장을 타깃하는 기업은 장기 성장에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금리 인상과 벤처캐피탈(VC)업계 위축 속에서도 2000억원 이상의 펀드레이징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에는 시장 회복을 앞두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역대급 빈티지를 맞이한 세컨더리 시장에서 활약하겠다는 목표다.

◇생각 변화 많았던 작년…기술기업 투자 방향 설정 '의미'

윤 대표에게 2023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였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으로 선임돼 VC업계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내부적으로는 세컨더리펀드 결성을 준비하며 투자 영토 확장에도 도전했다.

시장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금리 인상과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고평가 이슈 등이 VC업계를 덮쳤다. LP(출자자)가 주머니 열기를 망설이면서 펀딩에 많은 VC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회수 시장 역시 한파가 찾아오면서 펀드 청산을 연기하는 하우스들이 늘어났다.

윤 대표는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주력했다. 스타트업의 IPO(기업공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특례상장 개선안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또 퇴직연금의 벤처출자 허용 등 VC업계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금리 부담이 높아지면서 벤처투자 시장에 변곡점이 찾아왔다"며 "기존 스타트업의 성장성을 주로 보던 투자사들이 수익성을 중요시하는 등 '생각의 변화'가 많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늦더라도 천천히 가자는 생각으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며 "다만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방향을 정하고 다른 분야 대비 많은 투자를 집행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였다"고 덧붙였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투자액 100억원)와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망고부스트(67억원), 실용 AI 기술 기업 무하유(50억원) 등에 투자를 진행했다.

◇"AI·로봇 필두 '노동 효율성' 끌어올리는 스타트업 주목"

윤 대표는 올해 인구구조, 환경 등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 기업에 투자사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봤다.

그는 "그동안 화이트칼라가 주목을 받았다면 향후 10년 정도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블루칼라가 더 유망한 직업군으로 자리할 것"이라며 "노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같은 맥락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의 투심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인구구조 상 가장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에서 오랜시간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소 등의 친환경 에너지와 자원 재활용 등 환경 분야 기업들도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2차전지와 플랫폼 섹터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먼저 2차전지의 경우 이미 투자 시점이 지났다고 분석했다. 또 플랫폼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을 추진 중인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플랫폼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비용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국내 경제 특성상 가격을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쿠팡과 같이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해야 하는데 법으로 이를 막으려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플랫폼 업체들의 반칙이 우려된다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 된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안그래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 업체들이 더욱 밀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빈티지 최고점, '에스엠랩·몰로코' 회수 기대

윤 대표는 올해를 세컨더리 투자에 나설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2030억원 규모의 'DSC세컨더리패키지인수펀드제1호'를 결성을 마치며 투자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현재 DSC인베스트먼트는 500억원가량 펀드 규모를 키우기 위해 LP를 모집하고 있다.

그는 "국내 벤처펀드 청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서는데 세컨더리펀드는 5000억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구주를 팔겠다는 하우스는 많은데 이를 받아줄 펀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세컨더리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는 최적의 투자 시점"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투자는 올해 2분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이미 시장에서 더 이상 금리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르면 5월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보다 1분기 정도 빠르게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대되는 포트폴리오로는 퓨리오사AI와, 에스엠랩, 몰로코 등을 꼽았다. 우선 2차전지 제조업체 에스엠랩의 거래가격 형성으로 회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머신러닝 기반 광고 솔루션 업체 몰로코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펀드레이징은 시장 상황을 보고 유동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시장이 살아나 투자가 속도 있게 진행된다면 새로운 펀드 결성에도 도전할 것"이라며 "다만 이보다는 현재 보유한 펀드들의 투자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펀딩이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모태펀드가 출자액을 늘렸지만 매칭할만한 LP가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VC간 LP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해외 시장 공략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규모 투자유치가 필요한 기업들이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VC는 로컬 중심의 투자가 핵심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과는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아직 국내 VC가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로 평가받을 수는 없는 상황은 아니기에 해외 유명 VC들과 네트워크를 갖추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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