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VC 로드맵] 배진환 메디치인베 대표 "투자·펀딩·회수 3관왕 목표"금융기관과 Co-GP 펀드 준비, 최대 2000억 펀딩…만기펀드 성공보수구간
구혜린 기자공개 2024-01-26 07:50:30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초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을 분사한 뒤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하우스다. 한때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운용자산(AUM)을 자랑했으나, 벤처캐피탈(VC) 부문이 홀로 서면서 3500억원 수준으로 AUM이 축소됐다. 올해 2000억원의 펀딩을 목표로 '제2의 도약'을 꿈꾼다.하우스 경쟁력은 KTB 출신의 30년차 벤처캐피탈리스트 배진환 대표의 식견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우주항공 분야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지닌 그는 지난해에 이어 새 우주 펀드를 기획 중이다. VC 업계 첫발을 들이는 심사역 충원으로 투자 영역 확장의 기회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회수 잇단 '잭팟', 펀딩 아쉬웠던 2023년
배진환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지난 18일 더벨과 만나 "올해는 투자, 펀딩, 회수 3관왕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많은 회수 성과를 거뒀다.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한 회수 규모가 372억원으로 2022년(306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미국 에드테크 법인 몰로코를 20배 멀티플에, 소프트웨어 검증 서비스사 슈어소프트테크를 5배 멀티플에, 인공지능(AI)기반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개발사 코어라인소프트를 4배 멀티플에 회수하는 등 잇단 '잭팟'을 터뜨렸다.
배 대표는 투자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회수 금액과 동일한 372억원 규모로 국내 기업 투자를 단행했다. 배 대표는 "2022년에 두 명의 심사역을 충원했는데, 이들이 물리적으로 회사에 있는 시간이 적었음에도 잘 뿌리내렸다"며 "2022년에 투자한 게 벌써 회수로 이어질 만큼 이들이 짧은 시간 안에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펀딩 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메디치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펀드는 100억원 규모 '메디치 2023-1 뉴 스페이스 벤처투자조합'이 전부다. 이 펀드는 정시 2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계정 뉴스페이스 부문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한국모태펀드로부터 50억원 출자를 받아 결성한 펀드다. 한국모태펀드 정시 외에도 여러 크고 작은 출자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었단 분석이다. 특히 원펀드 전략을 고수한 데 따른 기회비용이 컸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500억원 이상 규모 하나의 펀드를 가지고 운용인력 총원이 일정 기간 투자를 하는 원펀드 전략을 구사하는 하우스다. 뉴 스페이스 펀드는 예외다. 지난해 중형(1000억원) 리그에만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해당 리그의 경쟁률이 극심한 탓에 마지막 단계에서 미끄러졌단 설명이다.
배 대표는 "VC와 PE를 구분해서 제안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중형인 1000억원대는 격전지였다"며 "원펀드를 버리지 않고 중형으로 지원하면서 쟁쟁한 경쟁사와 붙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앵커 역할을 하는 기관들의 경우 펀드 결성 불발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확약서(LOC)가 아닌 투자의향서(LOI)만 발급해줬는데, 매칭 라운드에 LOI로는 지원할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최대 2000억 펀딩 목표, 우주분야 '선도'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굴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간다. 올해 1000억원 이상의 펀드 결성에 도전, 원펀드 전략을 고수한단 계획이다. 예상 펀딩 규모는 최소 1000억원, 최대 2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드라이파우더가 총 556억원 존재하나 세컨더리펀드를 제외하면 '메디치 2020-2 스케일업 투자조합' 201억원, 뉴 스페이스 펀드가 78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2025년을 위한 실탄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준비 중인 펀드도 있다. 타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조성하는(Co-GP)는 펀드다. 메디치인베스트먼트는 2016년(IBKC-메디치 세컨더리 투자조합), 2021년(메디치-IBKC 세컨더리 투자조합 2호) 등 캐피탈사와 활발히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배진환 대표는 "500억원에서 1000억원 규모의 코집 펀드를 준비 중"이라며 "세컨더리가 좋은지 일반 펀드가 좋은지 방향을 논의 중이며 3월쯤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 분야 투자를 개척한 공로도 펀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배 대표는 KTB 시절 현재 한화에 인수된 인공위성 제조사 쎄트렉아이를 발굴해 투자했다. 민간 우주산업 시장을 꽉 쥐고 있는 박성동 쎄트렉아이 의장을 만난 뒤 그의 소개로 여러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을 키웠다. 지난해 한국모태펀드가 첫 우주펀드를 개시할 때 총대를 매고 도전한 배경엔 배 대표의 사명감이 있었다.
배 대표는 "우주 분야는 아예 크거나, 아예 극초기 단계인 기업들만 있기 때문에 소부장 기업 대비 투자처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100억 펀드에 왜 지원했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뉴 스페이스 펀드는 우리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출자금 50억원 외에 우리가 20억원을 태우고 쎄트렉아이 등 과거 인연을 맺은 3사가 각각 10억원을 출자해 펀드를 결성했다"며 "2차 뉴 스페이스 펀드 GP를 선발할 때 우리의 전문성과 결성 속도를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수 면에서는 2023년보다 더 많은 결실을 예상하고 있다. 청산을 앞둔 네 개 펀드가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016년 결성 'IBKC-메디치 세컨더리 투자조합'(350억원)이 20%, 2017년 결성 '메디치중소선도기업투자조합'(500억원)이 14%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2014년 결성한 '메디치 2014-2 스타트업 투자조합'(300억원)도 성공보수 구간에 진입했다.
심사역 충원으로 새로운 기업 발굴에도 활발히 나설 계획이다. 배진환 대표는 "VC 업계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산업계 친구들에 관심 있다"며 "다른 하우스에서 데려오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에 있는 심사역 윗사람으로 충원하는 게 아니라 주니어급 심사역들을 두 명 정도 보충해 잘 키우고 싶단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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