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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의 NCC]SK지오센트릭, 뒤안길 걷는 최초의 NCC⑤리사이클링 사업전환, NCC 일부 가동 중단…범용화학 5000억 수준 EBITDA 유지

김동현 기자공개 2024-01-26 10:33:05

[편집자주]

석유화학 산업은 생활용품부터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까지 전 산업의 기초소재를 생산하며 '산업의 쌀'로 불렸다. 이중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유분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설비(NCC)는 그야말로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다. 산업 고도 성장기에 든든한 기초소재 공급처가 됐던 NCC이지만 반복되는 업황 변동성에 이제는 매각 대상 1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벨이 국내 NCC 업계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2024년 행보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SK종합화학은 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바꾸며 이름에서 화학을 지우고 대신 '지구 중심적'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국내 최초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로 출발해 석유화학 산업 중흥기를 뒷받침했던 회사가 기존 화학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미 NCC 설비 일부를 가동 중단하며 범용 화학제품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 SK지오센트릭의 목표는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사업의 안착이다. 지난해 11월 울산공장이 있는 울산콤플렉스(CLX) 내 부지에 리사이클링 설비 구축을 위한 첫삽을 떴고 내년 말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의 사업전환은 이미 시작됐지만 기존 범용화학 사업이 완전히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SK지오센트릭은 기존 NCC 및 화학 제조 시설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관리하며 수익을 만들어 내고 이 수익을 고부가·친환경 신사업 확장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울산에 자리 잡은 국내 최초 NCC, SK 인수로 진화

1960년대 경공업 발전기를 지나 1970년대를 맞이하며 정부는 소재 자급화를 위해 석유화학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대한석유공사가 1964년 울산공장을 가동하며 원유를 처리하기 시작해 석유화학의 기본 원료인 나프타 자급도 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울산을 석유화학공단 입지로 선정하고 NCC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모집했는데 이때 대한석유공사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1972년 국내 최초 NCC 사업의 시작이다. 운영 첫해 에틸렌 생산능력은 10만톤에 불과했지만 이후 구축된 여수단지와 함께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SK 울산CLX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1980년 선경(현 SK그룹)에 인수되며 민영 기업(당시 유공)이 됐고 1980년대 말 석유화학 산업 투자 자유화 정책으로 유공은 추가 설비를 구축해 1989년 40만톤 규모의 NCC 시설을 가동했다. 석유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룬 유공은 이후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범용 화학제품군으로 사업을 넓혀 수직계열화에도 성공했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의 기본 사업(기초유화·화학소재)이 선경그룹에 인수된 뒤 확립된 것으로 해당 사업부문이 별도 회사로 독립한 시기는 2011년이다. 당시 SK에너지의 중간지주사 전환과 함께 정유(신설 SK에너지), 석유화학(SK지오센트릭), 윤활(SK엔무브) 등 사업군이 밑에 자회사로 출범했다.

SK지오센트릭 역시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과 같이 유가 변동성에 따라 실적이 널뛰긴 했으나 꾸준히 흑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을 유지했다. SK지오센트릭 출범 이후 적자를 기록한 해는 2020년(-535억원)이 유일하다. 다만 이 시기 시황에 민감한 범용제품 비중은 줄이고 고부가 소재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NCC 일부 라인 가동 중단이다. 중단 대상으로 선정된 라인은 1972년 상업가동을 개시한 제1 공정 라인으로, 해당 라인 가동 중단으로 SK지오센트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87만톤에서 66만톤으로 줄었다. 아울러 NCC공장에서 원료를 받아 운영하던 합성고무제조공정(EPDM) 공정도 함께 중단했다.



◇2년 남은 리사이클링 사업, 무시 못할 NCC 존재감

SK지오센트릭은 버려진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활용해 리사이클링 사업에 진출한다. 국내에서 소각·매립되는 폐플라스틱(350만톤)의 10% 수준인 32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울산ARC)을 울산CLX 인근 부곡용연지구에 구축하고 있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미 생산 물량의 30% 정도를 선판매하는 단계에 있다.

다만 이 신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NCC를 비롯한 기존 범용화학 사업을 완전히 접을 수는 없다. 과거 SK지오센트릭이 NCC·EPDM 공정 일부를 중단할 때도 약 1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가동 중단 이후에도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고려해 해당 공장을 전면 폐쇄하지도 않았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존 NCC 라인을 가동하며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울산ARC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시점은 2026년 이후인데 SK지오센트릭은 범용 화학제품 사업에서 연간 5000억원 수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꾸준히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SK지오센트릭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NCC 가동률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90% 아래로 내려갔던 NCC 가동률은 지난해 상반기 100%까지 치솟았고 이후 일시적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90%를 웃도는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유지 중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업황 둔화기에 빠지며 가동률 조정, 생산라인 재점검 등의 방식으로 대응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SK지오센트릭의 경우 아직까지 NCC를 유지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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