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VC 로드맵 대표]이동현 대표 "신한벤처 시즌2 오픈, 섹터펀드 집중"AUM 2조 달성 시기 '선택'의 문제, "3500억 투자, 맥락과 균형이 포인트"
이영아 기자공개 2024-01-30 08:23:21
[편집자주]
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벤처캐피탈은 혹한기를 보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펀딩, 투자, 회수 등 모든 지표가 최근 몇 년 새 크게 하락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서바이벌에 성공한 곳과 실패한 하우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주요 VC 수장들의 올해 목표와 비전을 조명하고 각 하우스 별 펀딩, 투자, 회수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6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시장의 맥락을 읽고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성에 무게를 싣는 '섹터 펀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본다. 소재·부품·장비와 바이오를 비롯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사진)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한벤처투자 본사에서 진행한 더벨과의 인터뷰에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한발 앞선 펀드 전략'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춰 투자할 수 있는 펀드 라인업과 조직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하우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이 대표는 올해를 '신한벤처투자 시즌2'로 명명했다. 지난 2020년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된 이후 빠른 외형 성장을 기록하던 시기(시즌1)를 지나 내실을 다질 때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스케일'이 아닌 '디테일'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문성을 띈 섹터 펀드 결성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용자산(AUM) 2조 돌파' 목표는 내실을 다지다 보면 자연스레 따라올 결과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신한금융그룹이 '초대수장' 이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이런 구상에 힘이 실렸다. 이 대표는 신한금융 조용병 전 회장이 발탁했는데, 진옥동 회장 임기에도 신뢰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혹한기 속 투자 2배 늘려, 올해 '다양성' 방점
벤처투자 혹한기에도 신한벤처투자의 활약은 이어졌다. 지난해 46개사에 1932억원을 투자했다. 1050억원을 기록했던 전년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이 대표는 "무엇이 더하고 덜한지 위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시기"라며 "다양한 시도를 하며 그 과정에서 맥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투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다. 초기 기업과 기술 기업 투자가 늘어났다. 이 대표는 "초기투자펀드를 통해 12개 기업에 투자했고, 새로운 기술 기업 발굴에 주력했다"며 "기업 생애주기 전반을 커버하는 펀드 라인업을 구축하는 시도가 탄력을 받으면서 투자금이 확대됐다"고 했다.
올해 투자 목표액은 3500억원이다. 시장과 고객(기업) 수요에 맞춰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맥락과 균형이 포인트"라며 "기대감과 비례해 불확실성이 큰 시기이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이럴수록 중심 잡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해외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인도를 중심으로 혁신 기업 발굴에 나선다. '신한-글로벌브레인 퓨처플로우 펀드', '신한 글로벌 플래그십 투자조합' 등을 조성하며 투자 실탄을 마련해 둔 상황이다. 이 대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인도 시장 8개 기업에 투자하며 경험을 쌓았다"면서 "동남아시아 유력 운용사(GP) 펀드에 출자하며 네트워크 기반도 다져놓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올해 3개 섹터 펀드 결성, 소부장·바이오 집중
올해 펀딩 전략은 '섹터 펀드' 발굴에 주력하는 것이다. 소부장과 바이오 섹터를 포함한 3개 펀드 결성을 목표로 한다. 이 대표는 "300억~500억원 규모로 각각 결성할 것"이라며 "AUM 확대를 위한 스케일에 집착하지 않고, 투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테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공지능(AI)과 문화콘텐츠, 실버산업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 대표는 "산업의 디테일을 보고자 한다"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되 사용자 경험으로의 연결성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적용되는 기술이 유효하다는 의미다.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AUM 2조원 돌파'는 목표가 아닌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달성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지만 시기와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성 중인 1000억원 규모 세컨더리 펀드를 포함한 현재 AUM은 1조6792억원이다.
이 대표는 "3년간 운용자산 규모를 2배 키우며 주력했던 것은 단순 볼륨 확장이라기 보단, 기업 생애주기를 커버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인수합병(M&A), 세컨더리, 글로벌, 초기투자, 하이브리드 펀드를 시장의 기대보다 한발 앞서 조성한 것도 '시장과 기업에 필요한 하우스가 되자'는 철학이 바탕이 됐다. 펀드 대형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작금의 시장 분위기 속에서 섹터 펀드를 키워드로 내세운 것도 이런 철학의 연장선이다.
◇견고함 다지는 한 해, 회수 성과 기대감 '쑥'
이 대표는 올해를 '새로운 도약을 위한 견고함을 만드는 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한금융그룹 편입 직후부터 지난해까지는 '안착의 시기'로, 외형을 두 배 불리며 빠른 성장을 했다"면서 "이와 동시에 기업의 생애주기를 커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강조했다.
2024년에는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더욱 내실있는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펀드 전략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돌아보며 '성장의 축'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빠지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며 지금 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판'을 짜는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회수 성과도 기대가 모인다. 에이피알, 스튜디오삼익, 이노스페이스, 클로봇 등 포트폴리오는 기업공개(IPO) 문턱에 도달했다. 이 대표는 "인도 투자기업 두 곳은 멀티플 4배 이상의 성과를 내며 엑시트했다"며 "2015년 결성한 600억원 규모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은 내부수익률(IRR) 20% 목표로 청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시장과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하우스'이다. 이 대표는 "초기에 만나면 키워주고, 파트너가 필요하면 연결해주고, 금융그룹과 시너지도 만들어주는 등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단단한 조직과 인력을 갖춰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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