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이 인수한 텐엑스, 순자산가치 '마이너스' 이성수 KMR 대표 취임과 함께 유증 거쳐 매입…카카오 "투자 건 감사 중"
고진영 기자공개 2024-01-31 10:47:2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9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계열사 출자와 투자활동이 유난히 활발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과 함께 구조적 재편을 진행 중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투자에 대해선 의문 섞인 시선이 따라 붙는다.특히 잡음이 시끄러운 곳으로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이하 KMR)가 있다. 텐엑스엔터테인먼트 등 스타트업을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이다. 모회사 카카오 역시 외부 로펌에 맡겨 투자건을 뜯어보고 있다.
◇텐엑스 인수 '이례적'…영업권>양수대금
KMR은 이수만 전 총괄의 조카인 이성수 SM CAO(Chief A&R Officer)가 대표이사로 있다. 원래 팬클럽 관련 운영과 기획사업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사명을 바꾸고 ‘더허브’의 음악 퍼블리싱 사업, 텐엑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업을 영업양수한다.
양수는 한 달 간격으로 2023년 8월과 9월 이뤄졌으며 더허브가 63억원, 텐엑스는 22억원으로 거래대금이 책정됐다. 2022년 KMR의 자기자본이 4억6000만원에 불과했던 데다, 순손실이 4년째 이어지던 중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SM이 출자한 돈이 여기에 쓰였다고 짐작된다.
KMR에 대한 SM의 출자는 2023년 7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이성수 CAO가 KMR 대표로 취임한 것도 같은 해 7월이다. 이 CAO의 취임과 함께 KMR이 자본을 확충해 덩치를 키우고 사업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KMR의 자본금은 271억원으로 훌쩍 증대됐다.
문제는 사업양수 당시 KMR이 매긴 몸값이 적정했는가에 있다. 더허브는 음악 프로듀싱 회사로 2020년 결성됐다. 있지(ITZY)의 ‘Not Shy’, 트와이스의 ‘Breakthrough’, 트레저의 ‘음(MMM)’ 등을 제작한 팀이다. 하지만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가 취득할 당시 더허브의 퍼블리싱사업 규모는 현금성자산이 8만원, 유형자산은 1229만원 수준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직 규모가 작았다.
텐엑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텐엑스는 스트레이키즈 메인보컬 출신인 김우진 씨가 그룹을 탈퇴한 뒤 2020년 말 전속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후 영입된 다른 아티스트가 전무했다. 취득 당시 현금성자산이 313만원, 매출채권은 2000만원, 유형자산이 730만원 뿐이었던 반면 차입금은 약 3억2000만원, 기타금융부채는 5억6000만원 있었다. 가진 순자산의 가치보다 빚이 더 많았다.
자산과 부채를 고려해 식별가능 순자산의 공정가치를 따져보면 더허브의 경우 약 2억원, 텐엑스는 마이너스(-) 8억2000만원에 그친다. 자연히 SM은 이번 양수에 따른 영업권이 각각 61억원, 30억원가량 발생. 양수대금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규모가 영업권으로 처리됐다. 특히 텐엑스는 순자산 공정가치가 마이너스였던 만큼 인수대금(22억원)보다 영업권 규모가 컸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흔치 않은 케이스다.
영업권은 인수대금이 피인수회사의 시장 가치보다 비쌀 때 생긴다. 이 웃돈을 회계상 영업권이라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데, 문제는 손상 리스크다. 피인수기업의 현금창출력이 영업권 가치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 그만큼 당기순손익에서 깎아내 손상차손 처리하기 때문이다. 텐엑스는 소속 아티스트가 단 1명이고 인지도나 영업 노하우 측면에서 특별히 경쟁력이 돋보인다고도 보기 어렵다. 영업권이 추후 손상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누적 영업권 2배로 껑충…1900억 육박
SM은 텐엑스를 왜 고가에 인수했을까. 업계에선 경영진 간의 친분이 배경으로 이야기 된다. 텐엑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던 최진권 전 대표와 윤이삭 이사가 2020년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함께 창업했다. 최 전 대표는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 대표로 있다가 2023년 9월 SM의 사업 양수와 동시에 물러났으며 후임으로 김낙현 대표가 취임했다.
윤 이사의 경우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매니저, 비누랩스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등을 거쳐 2019년 SM 계열인 디어유로 이동했다. 이듬해 텐엑스 공동설립자(Co-Founder)가 되면서 다시 자리를 옮긴다. 최 전 대표와 달리 아직 텐엑스 등기이사로 남아 있다.
다만 SM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M은 텐엑스와 더허브를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영업권이 대거 늘어난 상황이다. 하이브가 이 전 총괄에게 사실상 ‘프리미엄’을 주고 샀던 에스엠브랜드마케팅 지분(42.04%)을 작년 8월 같은 가격(539억원)에 되사온 탓이다.
당시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식별가능 순자산 공정가치는 248억원, 여기서 비지배지분 몫을 제외하고 셈하면 188억원이다. SM이 하이브로부터 매입한 주식을 합쳐 지분 84.4%를 확보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1074억원이므로 영업권이 886억원 발생했다. 이밖에도 에스엠유니버스 지분 취득에 따라 30억원, 스튜디오클론 인수로 17억원이 추가로 생겼다.
2022년 연말 기준 SM엔터테인먼트의 영업권 규모는 940억원이다. 별도의 손상차손 처리가 없었다면 작년 연말엔 그 2배 수준인 1900억원 가까이 쌓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감사가 진행 중이라 특정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투자 건들을 살펴보고 있는 건 맞고, 영업권에 대해선 2023년 사업보고서가 나와봐야 알 것 같다"며 "에스엠 연결감사보고서에 대한 책임은 최종적으로 카카오에 있기 때문에 (모회사의 책임 차원에서) 카카오 이사회 산하의 감사위원회가 법무법인에 위탁해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고진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롯데그룹 재무 점검]캐시카우 부재에 불거진 위기설
- [유동성 풍향계]자사주 '10조' 매입하는 삼성전자, 현금 보유량은
- 삼성전자의 해빙(海氷)과 해빙(解氷)
- [2024 이사회 평가]'현금부자' 케이씨텍, 재무건전성 좋지만 오너 중심 '감점'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롯데지주, 계열사 손상차손 지속…5년간 1조 쌓였다
- [2024 이사회 평가]삼아알미늄, 이사회에 최대고객 LG엔솔 입김 뚜렷
- [유동성 풍향계]'현금 넘치는' 현대글로비스, 순상환 기조 4년째 지속
- [유동성 풍향계]'조단위' FCF 남긴 현대글로비스, 보유현금 역대 최대
- [2024 이사회 평가]이사회 물갈이한 한화엔진…사외이사 영향력 '글쎄'
- [Financial Index/GS그룹]'빚 줄이기' 매진… 3년간 순상환액 3조 육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