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그리는 중동의 붐]"현실 세계복제" 빈 살만 홀린 '디지털 트윈'②75조 시장 공략 본격화, 한국 IT 업계 진출 확대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05 10:11:04
[편집자주]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가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700조원 내외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 의지를 가진 국내 IT기업으로 국한해보면 네이버가 가장 적극적이다. 네이버,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로 구성된 '팀 네이버'가 현지에서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네이버를 넘어 한국 IT업계의 '중동의 붐'이 실현될 전망이다. 네이버 사우디 사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1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백조원을 들여 조성하려는 네옴시티는 서울 면적의 약 44배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투자금만큼이나 물리적인 규모도 상당하다. 아울러 최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되면서 구현 난도도 매우 높다. 시행착오가 불가피한데 이러한 초대형 프로젝트에서의 작은 오류는 막대한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이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세계 속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종의 지름길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우디가 네이버에 1억달러(약 1350억원)를 들여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배경이다.
◇무궁무진한 디지털 트윈, 선점 효과 기대하는 네이버
시장조사기관 블루위브에 따르면 사우디의 디지털 트윈 시장은 2023~2029년 동안 연평균 63.1% 성장해 566억달러(약 75조40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해당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는 만큼 네이버의 추가 수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특정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활용해 집중 호우 시 침수 지역을 예측하고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등 도시 계획을 설립 및 점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도시의 데이터화다. 이를 기반으로 도시 시뮬레이션은 물론 모빌리티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갈 수 있다.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구현을 위한 도구로는 △얼라이크 시리즈 △고정밀 매핑 로봇(M시리즈) △차량형 모바일 매핑 시스템(R시리즈) △웨어러블 매핑 디바이스(T시리즈) 등이 있다.
이중 얼라이크를 통해 항공 사진과 사진 측량 기술 기반 3차원(3D) 도시 모델을 제작한다. 이 모델을 중심으로 도로 구조 정보, 자율주행 전용 지도, 실내외 공간 환경 등을 만들게 된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시장에 먼저 발을 들인 만큼 주도권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전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은 2027년 1조244억달러(약 136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사우디 이외 다른 중동 국가는 물론이고 글로벌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사업을 펼쳐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이 과정에 여러 파트너와의 협력으로 관련 생태계가 고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프로젝트를 한국국토정보공사(LX), 한국수자원공사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건설업체,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의 진출까지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통신 네트워크 등 기간 인프라 성격을 갖추고 있다. 국내 공기업과 사기업 모두 합류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면 또 다른 중동의 붐이 열릴 것이라는 게 과장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IoT·OTT 등 디지털 트윈 영토 확장 기대
디지털 트윈의 확장성도 긍정적인 요소다. 디지털 전환(DX) 작업에도 쓰일 수 있다. DX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것을 나타낸다. 같은 맥락에서 네이버클라우드는 작년 말 사우디 아이오티스퀘어드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사우디 국영 통신기업 STC그룹과 사우디 국부펀드(PIF) 공동 설립한 곳으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솔루션 등을 주력으로 한다. 이번 MOU를 계기로 로보틱스 등 전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에서 양사가 협업할 예정이다. 주요 건물들의 DX를 위한 IoT 동맹도 형성될 수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콘텐츠 영역에서도 디지털 트윈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스위트홈' 시즌2에 나오는 배경이 네이버랩스 솔루션으로 구현된 바 있다
해당 드라마에는 극중 인물들의 피난처인 '스타디움'이 나오는데 이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을 모티브로 했다. 이때 얼라이크로 제작한 3D 모델링 데이터를 통해 실제 공간처럼 재현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직접하기 어려운 작업을 무한 반복하면서 창작자가 원하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고 세트장 설치나 컴퓨터 그래픽(CG) 작업 등에서 시간과 비용을 단축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콘텐츠 산업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에 향후 디지털 트윈 부문과의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본다. 둘을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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