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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진화]석탄 매출 포기한 삼성물산의 버팀목은②2008년 신재생 개발 노하우 쌓아...2021년부터 태양광 매각 이익 실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08 07:18:33

[편집자주]

종합상사의 기세가 남다르다. 분야를 막론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회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0년대부터 추진해 온 사업다각화 노력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와 자원개발, 식량, 바이오 등 기업마다 추구하는 사업재편 지향점은 각양각색. 더벨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종합상사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은 2020년 10월 큰 결단을 내렸다. 석탄 관련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것. 당시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연간 석탄 트레이딩 규모는 550만톤으로 관련 매출은 약 4000억원이었다. 건설부문의 화력발전소 수주 잔고 3조6000억원까지 고려하면 전사에서 석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대신 택한 건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사업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과 저장시설, 풍력·태양광 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상사부문은 태양광 발전단지를 발굴해 개발하고 해당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의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 태양광 개발 사업은 회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했다.

◇2008년 캐나다서 신재생 사업 첫발...2021년 사업권 매각 모델로 첫 이익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처음 발을 들인 시기는 2008년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신재생 발전단지 조성안을 제안했다. 이는 풍력 1069㎿, 태양광 300㎿ 규모의 발전 단지를 2018년까지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 규모는 50억 캐나다달러(약 5조원)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노후 발전설비 폐쇄에 따른 에너지원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 고민이었다. 글로벌 42개국, 90여개 거점을 보유했던 삼성물산은 정보 수집력을 기반으로 온타리오주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후 삼성물산은 사업부지 확보와 인허가, 건설업체 선정, 금융 조달 등을 총괄했다. 처음 진출하는 분야였음에도 발전설비 전문업체 씨에스윈드·지멘스 등의 생산공장을 온타리오주에 유치하는 등 상사 특유의 수완으로 사업을 이어나갔다.

삼성물산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개발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프로젝트 기획부터 부지 사용권 확보, 전력 계통 연결조사, 제반 인허가 취득까지의 과정만 수행한 이후 '태양광 사업권'이라는 무형자산을 만들어 파는 수익 모델을 고안했다. 발전소 착공 이전 사업 개발자 역할까지만 수행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물산은 2018년부터 신재생 에너지 수요가 높은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등 미국 주요 지역에서 태양광 개발 사업을 본격화했다. 연도별 사업 매각 이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건 2021년부터다. 2022년 9월에는 호주에 신재생 에너지 법인을 신설하며 지역을 확장했다. 설립 1년 만에 1GW가 넘는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태양광 개발 사업으로 올린 매각 이익은 2021년 2200만 달러(293억원), 2022년 4800만 달러(약 640억원), 지난해 5800만 달러(약 773억원)로 매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덕분에 상사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3970억원)에 근접한 36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 4분기에만 2500만 달러(약 317억원)를 기록해 연말 트레이딩 물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상쇄하는 데 일조했다. 투자업계는 삼성물산의 태양광 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한다.

이는 삼성물산이 근래 석탄 관련 투자와 시공, 트레이딩 분야의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사업을 순차적으로 철수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배터리 재활용·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추진 발판으로

태양광 개발 사업은 올해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 유력하다. 현재 회사가 확보한 미국 파이프라인은 14.9GW, 호주는 1.3GW 규모다. 올해 총 20GW, 2025년 25GW 수준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5GW씩 증가한 수치다. 올해부터는 미국 내에서 태양광 단지를 건설·운영하는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태양광 개발 사업은 이차전지 소재 재활용 등 신사업 확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내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폐배터리를 분쇄해 스크랩을 만드는 전처리 공정을 담당하는 공장이다. 이를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성일하이텍과 손잡았다.

수소와 친환경 소재,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을 위해 파트너사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은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와 간담회를 갖고 전기차 충전 프로젝트를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도 역량 있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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