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넘긴 이재용]"분식회계 아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 종지부자회사 에피스 관계사 변경, 김동중 CFO 등 핵심 경영진도 리스크 해소
정새임 기자공개 2024-02-07 08:56:15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6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유무죄를 가르는 주된 판단 중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였다. 법원이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적법했다고 판단하면서 분식회계 의혹을 씻었다.이번 1심에서 로직스 핵심 경영진으로 꼽히는 김동중 부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내이사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경영과 재무, ESG 경영 전반을 이끄는 그는 리스크 해소로 운신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을 전망이다.
◇에피스 종속사→관계사 변경한 회계처리, 분식회계 의혹 핵심 키
그동안 이 회장 승계 의혹과 관련한 혐의 중 일부는 로직스의 2014 및 2015회계연도와 관련있다. 2014회계연도까지 종속회사로 처리했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2015년 관계사로 바꿨던 게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에피스의 가치를 장부가치가 아닌 공정가치로 평가하게 됐다. 순식간에 에피스에 대한 가치가 취득원가인 3000억원에서 공정시장가로 재평가한 4조8000억원으로 뛰었다.
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변경으로 4년간 적자를 내던 로직스는 1조9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내게 됐다. 로직스의 실적 개선은 모회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던 근거가 됐다.
로직스가 91% 지분을 보유한 에피스의 회계처리를 변경한 배경은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항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로직스와 합작사 에피스를 설립하며 추후 지분 50%-1주를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쥐고 있었다. 실제 콜옵션 행사는 2018년에야 이뤄졌지만 로직스는 2015년부터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항을 사전에 공시하지 않은 채 숨긴 점 △2015회계연도에 에피스 회계처리를 변경함으로써 로직스 가치를 부풀린 점 등을 내세우며 이 회장에 대해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로직스 회계처리 방식의 적법성을 두고 학계 내 갑론을박이 일 정도로 첨예한 사안이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한다 해도 로직스는 여전히 51% 지배력을 갖는다. 하지만 이사회는 양사 동수로 구성되며 바이오젠과 로직스의 공동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로직스가 에피스의 경영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1심 재판부 "로직스 회계처리 적법" 논란 종지부
1심 재판부가 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회계처리가 적법했다'는 결론이다.
재판부는 "당시 에피스의 성공여부가 불확실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로직스는 2014회계연도에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2015회계연도는 유럽 판매승인 권고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실질적 권리가 돼 공동지배한다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2019년 로직스와 에피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서버 자료 및 임원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메시지 등이 증거능력을 상실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이 로직스·에피스 본사 및 관련 임직원을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전자정보에 대한 선별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이 외에도 검찰이 주장한 에피스 나스닥 상장 등 '허위 호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합병 발표 이전부터 진지하게 추진됐고 관련 협의도 이뤄진 상태였다"고 배척했다.
1심 판결로 로직스는 분식회계 리스크를 완전히 벗게 됐다. 1심 판결이 난 5일 로직스는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고발 등 조치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당사는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고 내부감시장치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공시했다.
◇로직스 핵심 인물 김동중 부사장도 '무죄'…경영진 리스크 해소
1심 판결과 함께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경영지원센터장, 사진)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통해 향후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이 로직스에서 맡은 역할은 막중하다.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기획지원팀장 출신인 그는 로직스에서 재무·회계를 총괄하는 CFO이자 CRO(최고위원책임자)로서 ESG 전반을 이끈다. 2015년부터 사내이사로 이사회 활동도 하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으로 그의 역할이 축소되지는 않았지만 드러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검찰은 이 회장과 함께 로직스 김태한 전 대표, 김 부사장 등을 기소했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4년,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 때문에 김 부사장이 2022년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감독당국으로부터 해임권고를 받았던 데다 검찰 기소를 당한 인물이 사내이사를 3년 더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 권익을 침해한 이력을 근거로 대신자산운용은 그의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낸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로직스의 회계처리는 적법했다고 판단함에 따라 김 부사장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아직 항소심 등 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CFO이자 주요 경영진으로서 회계 리스크를 떨쳐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김 부사장은 임기만료일인 2025년 3월까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와 산하 경영위원회·보상위원회·ESG위원회 위원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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