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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C 피노바이오, 280일째 심사 불발 '상장' 자진철회 작년 5월 예심청구 후 9개월만의 결단, 두번째 좌절…높아진 거래소 심사 문턱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13 08:22:56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서 가장 핫한 모달리티로 평가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을 보유한 바이오텍도 상장 문턱을 넘기는 어려웠다. ADC 개발 전문기업 피노바이오가 상장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기업공개(IPO) 심사 문턱이 높아진 결과다. 작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9개월째 결과를 받지 못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뒤 재도전이었다는 점 때문에 이번 결정이 더 아프게 읽힌다.

◇깐깐해진 거래소, '280영업일' 최장기 심사에 자진 철회

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피노바이오는 최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작년 5월 4일 신규상장을 위해 예비심사 청구서류를 제출한 지 9개월만의 결정이다.

2017년 설립한 피노바이오는 ADC 플랫폼 전문 바이오벤처다. 자체 개발 캠토테신 계열 약물을 기반으로 관련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역량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작년 1월 SCI평가정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각각 A와 BBB 등급을 획득하며 기술특례상장 첫 관문을 넘었다.

이번 상장 철회는 거래소 심사 문턱이 높아진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트랙과 관계없이 45영업일 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날 기준 피노바이오가 상장을 심사한 지 벌써 280영업일이 흘렀다. 초장기 예비심사 사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작년 파두 사태 이후 상장 심사 허들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추정 실적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공모가를 부풀친다는 논란이 일면서 거래소는 예비 상장기업의 미래 추정이익과 업황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기술특례제도로 상장하는 바이오 기업에 대해 한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신약개발 바이오 업종 특성상 매출 등 실적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데 따라 기술수출의 질이나 기술의 완성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기술성평가 시 상장예비기업의 사업성 항목을 보기 위해 △빅파마 또는 나스닥 상장사 대상 기술수출 이력 △기술수출 이력이 없을 경우 임상 2상 단계 데이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성과가 아닌 해당 성과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다. 이런 기조는 기술성평가 다음 단계인 예비심사 단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피노바이오에 있어 사업성 입증은 기술이전 성과였다. 2022년 10월 셀트리온과 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어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와 두차례에 걸쳐 ADC 플랫폼을 이전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로써 ADC 관련 기술수출 및 옵션 계약으로만 누적 마일스톤 2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내세웠다. 피노바이오는 ADC 후보물질 4개, 저분자화합물 파이프라인 3개를 보유 중이다. 저분자화합물의 경우 모두 본임상 단계지만 ADC 물질은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서는 피노바이오에 대한 거래소 심사가 엄격했던 배경을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도에서 찾는다. 피노바이오가 ADC 플랫폼을 핵심으로 꼽고 있는 만큼 관련 파이프라인에 대한 높은 단계의 임상 진척도를 요구했을 것이란 얘기다.

◇재증명의 시간 돌입…자본확충 및 파이프라인 재정비

피노바이오의 코스닥 상장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기술성평가에서 한 등급 차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전문 기술평가기관 두 곳으로부터 각각 A, BB 등급을 받았다. 재수 끝에 기술성평가를 통과한 뒤 상장 목전에서 또 한 번 좌절한 셈이다.

상장 철회로 R&D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피노바이오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550억원이었다. IPO를 통해 약 200억원 자금을 공모해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었다.

자본 확충과 파이프라인 보강 등 재정비 후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재상장을 위해 주어진 과제는 사업성을 입증해 거래소를 설득하는 일이다. 추가 기술수출이나 임상 개발 단계 진척 등 추가 성과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


전임상 단계의 ADC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를 끌어올리면 지금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상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약 15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2020년 프리IPO 당시 밸류에이션과 동일한 수준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각광받는 트렌드인 ADC 기업 조차 상장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단계 등 거래소는 더욱 엄격한 걸 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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