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어 프로파일]'고객중심 DNA' 앞세운 M&A 메신저, 김목홍 태평양 변호사2007년 태평양 합류 이후 한우물, PE·대기업 네트워크 무기
임효정 기자공개 2024-02-19 08:15:59
[편집자주]
인수합병(M&A) 시장은 국내 로펌에게 신성장동력이 됐다.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송사 업무에 쏠렸던 무게중심 또한 자연스레 M&A 섹터로 이동했다. M&A 법률 자문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그에 걸맞게 맨파워 또한 풍성해졌다. 더벨은 법률시장의 성장을 이끈 M&A 자문 핵심인력들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3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40여년간 성장을 거듭하며 손에 꼽히는 대형로펌으로 자리매김했다. 태평양은 설립 초기에 송무 분야에 집중하며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후, 기업법무 분야로 영역을 확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태평양에게는 오히려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적극적인 대응 전략을 펼친 태평양은 증가하는 M&A 거래에 대응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2000년대 태평양에 발을 내딛은 김목홍 변호사(사진)가 택한 것도 M&A자문이었다. 이후 지난 15여년간 태평양에서 M&A자문 업무를 이어가며 전문성을 쌓았다. 태평양의 성장과 함께한 그는 국내 M&A 법률 자문에 있어 손에 꼽히는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성장스토리 : 'M&A 자문' 다양한 산업 트렌드를 배우는 매력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육군법무관으로 복무한 이후 2007년에 태평양에 합류했다. 당시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M&A자문을 택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M&A 사례가 증가하고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당 섹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시대적 상황을 읽었다.
M&A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산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창(window)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자연스럽게 산업 트렌드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했던 경험은 김 변호사에게 큰 자산이 됐다. 이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는 법률 수요를 충족시켜왔다.
이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그를 성장시킨 배경이기도 했다. 트랙레코드가 쌓일수록 성장하는 기쁨은 컸다. 딜을 수행할 때마다 관련 산업을 더 깊게 알아가고 흐름을 예상해야 하는 일은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15여년간 한우물을 팔 수 있게 한 이유다.
M&A 거래 증가와 함께 치열해진 로펌간 인력 경쟁 속에서 김목홍 변호사는 M&A 법률 자문 업계의 전문가로 각광받으며 유혹도 많았을 터다. 하지만 그는 첫 발을 내딛은 태평양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친구'로 표현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김 변호사에게 태평양은 단순한 직장이 아닌 성장을 함께한 소중한 동반자였다. 태평양은 그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토대가 됐으며, 그는 태평양의 발전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는 두 파트너의 여정은 앞으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문 스타일 및 철학 : 고객중심 DNA 바탕, 최적 솔루션 제공하는 전문가
김 변호사는 모든 업무를 철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수행한다. 이는 태평양의 '고객이 먼저'라는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너무 가까워서 고객 스스로가 알아채기도 전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미리 말해줄 만큼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라’던 스티브 잡스의 모토와도 일치한다. 태평양은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으며, 김 변호사 역시 이러한 가치를 딜 수행 과정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는 ‘KISS 원리’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KISS는 Keep it short and simple의 약어다. 짧고 간결해야 이해하기 쉽다는 해군이 고안한 디자인 원리다. 그 역시 클라이언트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은 법률 문장을 최대한 짧고 쉽게 풀어주는 데 주력한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배려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사람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클라이언트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텍스트 뒤에 숨겨진 컨텍스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제3자 입장에서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클라이언트는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고 느끼며 만족했던 사례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트랙레코드1 : 성공적 스토리 쓴 '배달의민족', 자문 역할 일깨워준 딜
배달의민족 M&A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보람과, 해외 투자자와의 호흡을 경험할 수 있는 사례였다.
태평양은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인수에서 매수인측 대리를 맡았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한국시장 내 유니콘의 역사이기도 한 기업이라는 데 의미가 컸다. 창업한 이후 성장을 거듭해 해외 투자자가 인수하는 성공적인 스토리를 장식하는 시점에서 태평양은 주요 플레이어로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그간 회사가 성장하면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엑시트를 하는 과정이었기에 의미가 컸다"며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자문을 맡은 로펌들도 다양했고 매수측 대리를 하면서 독일 투자자와 호흡을 맞춰 일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M&A는 기업가치 산정이나 딜 구조 등 양측이 합의를 이뤄야 할 과제가 많았고 딜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았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과 2위 회사 간 결합인 만큼 경제제한성이 커질 수 있어 딜 구조를 짜는 게 만만치 않았다.
양측은 한국 시장이 아닌 동남아시아 시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JV) '우아DH아시아'를 세우기로 합의를 이뤘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100% 가치가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달하는 빅딜이었다.
◇트랙레코드2 : 이마트의 지마켓 인수, 태평양의 역량을 보여준 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3조4000억원 가량을 베팅해 지마켓(옛 이베이코리아)을 손에 넣는 과정에도 태평양이 자리했다. 당시 태평양은 인수측 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측 로펌은 글로벌 M&A분야 선두 로펌인 왁텔 립턴 로젠 앤 카츠(Wachtell Lipton Rosen & Katz)였다. 1년 가까이 딜을 진행하면서 태평양은 협상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클로징까지 마칠 수 있었다. 한국 로펌들의 역량을 다시금 시장에 보여준 딜이었다.
지마켓 인수는 당시 이마트가 진행했던 M&A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딜이기도 했다. 딜 규모 뿐 아니라 이마트의 향후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태평양의 자문 역량을 입증한 딜이었다.
◇향후 계획 : 후배 양성 '가교 역할' 지향
김 변호사는 올해 더 바쁜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지난해 한껏 위축됐던 M&A시장이 다시 꿈틀대는 분위기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제 전쟁이나 금리 이슈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이것이 M&A를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프라쪽에 더 많은 활동이 있을 것이고, 짧은 시간 안에 대박 수익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5년 넘게 태평양에 몸담으며 김 변호사의 책임감은 한층 커졌다. 과거 선배한테 배웠던 경험을 이제 후배에게 나눠주는 위치에 자리하면서다. 그 역시 실수를 성장과정으로 이해하고 이끌어주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이를 실력으로 키울 수 있었다.
김 변호사는 훗날 법조계와 학계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할 의지도 갖고 있다.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학계의 연구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반대로 실무에서의 경험과 도전이 학문적 연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후배를 양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를 통해 법과 학문이 연결돼 더 나은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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