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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TSMC 넘었다" 일 AI 반도체 2나노 고객 확보⑦가온칩스 지원 효과 톡톡, 퀄컴 AP 탈환 기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2-19 07:30:29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6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2나노미터(nm) 시대의 막을 올렸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이벌인 대만 TSMC를 제치고 거둔 쾌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밝혀진 고객은 일본 프리퍼드네트웍스(PFN)다. 일본과 TSMC 간 공조가 깊어지는 가운데 성과를 낸 삼성전자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파운드리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선수주가 그 시발점이다. 향후 AI 반도체 업체들의 행보에 파운드리 업계가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판 뒤집혔다" GAA가 쏘아올린 작은 공, 2~3나노 경쟁 심화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1분기 2나노 AI 가속기 과제를 수주하는 등 미래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공식 행사에서 계약 사실을 전한 것이.

AI 가속기는 AI를 구현하고 실행하기 위해 정보 처리와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반도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들과 단짝을 이루는 게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한 HBM은 압도적인 데이터 처리 속도로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메모리로 꼽힌다.

세계 최초 생산한 3나노 반도체를 들어보이는 삼성전자 직원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 진행하는 유일무이한 회사다. 이번 PFN와 손을 잡는 과정에서 HBM 및 첨단 패키징에 더해 AI 반도체 제작까지 해주는 '일괄 처리(턴키)'의 장점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2014년 설립된 PFN은 일본에서 촉망받는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도요타, 화낙 등 자국 기업은 물론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협력하기도 했다. 당초 PFN은 TSMC를 통해 AI 반도체를 생산해왔다. 1~2세대까지 TSMC에 제작을 맡기다 3세대 들어 삼성전자로 틀었다.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과 HBM 턴키가 있다.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회로 내 전기신호 증폭과 스위칭을 담당하는 소자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전류가 드나드는 문)와 채널(전류가 흐르는 길)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구조다. 기존 핀펫(FinFET) 시스템은 3면이 접촉한다. 많이 닿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파운드리 업계 중 처음으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는데 이때부터 GAA를 도입했다. 반면 TSMC는 3나노까지 FinFET을 쓰고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하기로 했다.

HBM 측면에서는 사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밀렸었다. 삼성전자는 이를 인정하고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기로 정하고 메모리와 파운드리 모두 대응할 수 있다는 부분으로 어필했다. HBM의 경우 2.5차원(D) 패키징이 핵심 역량으로 여겨지는데 삼성전자는 '아이큐브'라는 자체 2.5D 패키징을 고도화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문화가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둔다. PFN이 삼성전자로 선회한 건 (삼성전자의) GAA와 2나노에 대한 경험과 신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빠르게 HBM 기술력을 끌어올린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PFN은 아직 스타트업에 불과하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처럼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PFN 프로젝트가 부각받는 건 2나노 레퍼런스 차원에서다.

최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1위 퀄컴은 삼성전자와 TSMC 동시에 2나노 AP 시제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샘플 테스트를 거쳐 메인 협력사를 결정하게 되는데 PFN을 통해 2나노를 연습한 삼성전자가 유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수년 만에 퀄컴을 메인 고객으로 맞이하게 된다. 앞서 '갤럭시S22' 사태로 삼성전자는 퀄컴 주요 제품 물량을 TSMC에 내준 바 있다.


◇확실한 DSP 지원사격, 삼성 파운드리 반등할까

삼성전자와 PFN 거래 성사에는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인 가온칩스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DS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를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로 이뤄진 조직이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와 파운드리 회사 간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들어 DSP는 단순히 돕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고객을 발굴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가온칩스는 2022년 일본지사를 세우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작년 말 약 56억원 규모 체결한 계약이 FPN건으로 파악됐다.

앞서 또 다른 DSP인 코아시아세미는 미국 암바렐라, 일본 스쿠에아루토 등 고객을 TSMC로부터 빼앗아왔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독일 비딘티스를 삼성 파운드리에 합류시킨 바 있다. 이처럼 DSP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삼성전자와 시너지 극대화하는 추세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회사(IDM)라는 파운드리 업체로서의 약점을 강점으로 치환하고 있다. AI 반도체 등 신생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인텔, AMD 등의 범용 반도체 대신 자체 칩 개발을 원하면서 설계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와 동맹을 맺고 싶어하면서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메모리 제공까지 총동원하면서 테슬라와 구글 등을 끌어들였고 또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고객이 2022년 100곳에서 2024년 134곳, 2026년 169곳, 2028년 211곳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IDM 특성을 살려가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의 승부수가 통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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