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반격의 시간]2025년 자립 기대, 변수는 '업황·용인'⑥계속되는 분사설에 선긋는 삼성…계열사 분리 시 장·단점 뚜렷
김도현 기자공개 2024-01-22 10:00:09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제2의 메모리로 파운드리 사업을 낙점했다. 양과 질을 동시에 향상하면서 빠른 속도로 '확실한 2위'에 올라섰다. 코로나19 국면 전후로 파운드리 호황기를 맞이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으나 선두주자 TSMC와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인텔, 라피더스 등의 추격을 신경써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증설, 첨단공정 투자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과 전망에 대해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의 모토다. 파운드리 회사의 본질은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대신 제조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 공장에서 남의 물건을 만든다'는 것으로 설계와 생산의 역할 분담이 핵심이다.
다만 2위 삼성전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에서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설계한 자체 칩도 외부로부터 수주한 칩도 양산하고 있다. 고객의 협력사이지만 잠재적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안팎에서는 파운드리사업부가 별도 회사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거둬들이는 수익 대비 지출해야 할 비용이 많다는 점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파운드리사업부가 지속 성장하면서 홀로 설 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경 '진정한 자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금 자체 조달, 언제 가능할까…업계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삼성전자는 2017년 조직개편에서 파운드리사업팀을 '부'로 승격시키면서 해당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시스템LSI사업부 내에서 역할을 해온 만큼 빠르게 자리를 잡고 '확실한 2위'로 올라섰으나 한계는 명확했다. 모순적이게도 최대 고객인 시스템LSI사업부의 존재때문이었다.
시스템LSI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등이 주력 상품이다. AP는 퀄컴 애플, 이미지센서는 소니 등이 주요 회사다. 이들 입장에서는 특정 부문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자신들의 설계도가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파운드리사업부에서 고객 정보를 철저하게 단속하겠으나 이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수차례 분사설을 부인했다. 내세우는 명분은 투자 자금 조달이다. 당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구매를 비롯해 수조~수십조원을 쏟아야 하는데 현재의 파운드리 매출로는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 건 2022년이다. 그해 7월 삼성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금 같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2025년에 자체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수익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모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에서 벌어들인 돈을 끌어오지 않아도 시설투자액(CAPEX)을 자체 충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당 발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결국 분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지난해 DB하이텍이 비슷한 이유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을 설계하는 브랜드사업부를 DB글로벌칩으로 분할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예나 지금이나 '확대 해석'이라는 반응이다.
분사설을 차치하더라도 파운드리사업부가 자립할 기반이 확보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증설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금을 내부에서 마련한다면 타사업부와 무관하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원하는 일정대로 끌고 나갈 수 있게 된다.
변수는 파운드리 업황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작년부터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도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우상향하던 매출도 주춤한 만큼 당초 예상한 자립 시점이 2025년에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재발표된 용인 투자도 주목할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360조원을 들여 시스템반도체 공장 5~6기를 해당 클러스터에 구축할 계획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이 투입되기 때문에 파운드리사업부가 전적으로 충당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평가다. 이렇게 되면 분사는 물론이고 투자 재원을 마련 시 타사업부의 힘을 빌려야 할 수 있다.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지로 거듭난 평택사업장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장이 동시 가동되고 있다. 특히 EUV 시설이 들어선 'V2' 팹은 두 공장과 연결된다. 즉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EUV 장비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메모리 세대가 높아질수록 EUV, 차세대 EUV인 하이NA 등 활용 범위가 높아질 예정인데 시스템반도체도 마찬가지다. 평택 4~6기도 복합 공장이 될 예정이어서 EUV 공용은 당분간 계속된다. 부서 간 생산 제품이나 도입 공정이 다르긴 하나 EUV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점은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파운드리 트렌드가 달라진 것도 고려할 요소다. 이전까지 파운드리 고객은 전통적인 팹리스 회사인 경우가 많았다. 인텔, 엔비디아, AMD 등이 그렇다. TSMC 최대 고객인 애플도 '애플실리콘'으로 다져진 업력이 상당하다.
이들과 달리 데이터센터 사업을 영위해온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기성업체의 칩을 받아썼다. 하지만 영역이 넓어지고 각자 원하는 조건이 세부화하면서 범용 반도체의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자체적으로 반도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면서 연이어 직접 칩 설계에 돌입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신규 고객들은 과거부터 반도체를 개발하던 곳이 아니어서 관련 노하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이를 파운드리에서 메워줄 수 있다면 오히려 순수 파운드리보다 IDM과 협력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를 담당한다. 여기에 파운드리사업부의 생산 기술을 더하면 새롭게 반도체 개발에 뛰어든 업체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과거의 단점이 현재의 장점으로 승화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파운드리사업부가 메모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등과 공존할 때 장점이 생겨난 상황이다. 고객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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