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술특례상장의 명암]선배 바이오텍 책임론, 신약 실패 합리화 문턱 높였다③후기임상 실패 후 영속가능성 불신, 주주보호 위한 제도적 보완책 강구
한태희 기자공개 2024-03-05 08:21:55
[편집자주]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바이오기업에 있어선 단비와도 같았다. 기술밖에 없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비전을 연결하는 가교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제도덕에 바이오 기업들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매출 및 법차손 요건 등 영속하기 어려운 허들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엔 기술성평가 후 거래소 심사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더벨은 달라진 바이오텍 기술특례상장의 양상과 명암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9일 10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헬릭스미스, 제넥신, 신라젠. 1세대 바이오텍인 이들은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바이오 열풍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을 앞둔 2019년 이들의 시가총액 합만 10조원에 달했다.믿음의 보답은 임상 실패 후 창업주의 엑시트로 돌아왔다.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향했고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나섰다. 지금의 높은 심사 문턱을 만든 건 선배 바이오텍이 자초한 결과란 비난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임상 실패 후 창업주 엑시트, 처벌 및 제제 규정도 전무
2005년 기술특례상장 제도 도입 후 2013년까지 8년간 상장한 기업은 총 13곳. 기술특례상장이 전 업종으로 확대되기 전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이다. 업계는 이들을 일컬어 '1세대 바이오텍'이라고 한다.
눈에 띄는 지점은 거버넌스 변화다. 이들 중 최대주주 등 경영권 변화를 겪은 기업은 절반 이상인 8곳으로 61.5%에 달한다. 인수합병(M&A) 형태의 매각도 이뤄졌지만 임상 결과 부진 후 보유 지분을 헐값에 넘기는 엑시트도 있었다.

2005년 상장한 헬릭스미스는 기술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신약 개발 청사진을 그렸다. 당시 증권신고서를 통해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 엔젠시스의 한국·미국·중국 본임상을 2012년까지 모두 마치고 2013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목표와 결과 사이엔 격차가 있었다. 2019년 엔젠시스의 임상 3상 실패를 발표했다. 사유는 약물 혼용으로 인한 데이터 오염. 앞선 임상을 3-1상으로 명명하고 3-2상을 추진했으나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그 사이 경영권도 바뀌었다. 2022년 12월엔 창업주 김선영 전 대표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사실상 50억원에 경영권을 매각했다. 작년 12월엔 바이오솔루션이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1999년 설립된 제넥신은 25년째 출시된 신약이 전무하다. 2009년 기술특례상장 후 여러 차례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문어발식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아직 실체를 입증하지 못했다. 2021년엔 창업주 성영철 전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6년 기술특례상장한 신라젠은 2019년 펙사벡의 간암 글로벌 임상 3상을 중단했다. 2020년엔 경영진 배임 혐의 보도 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후 유상증자를 통해 엠투엔이 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기술특례상장 후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그리고 임상 실패 후 경영권 이전. 이러한 결과가 반복되면서 거래소 입장에선 이들 기업의 주주들을 '피해자'로 보는 시류가 생겼다. 그래서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고 지금의 높은 거래소 심사 문턱이라는 허들을 양산했다. 이 때문에 바이오 업계선 1세대 형님들의 '업보'라는 볼멘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실패할 수 있다는 그 합리화 뒤에 숨은 앞선 상장 바이오텍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는 있다"며 "문제가 있는 회사를 거래소 차원에서 강력히 제재할 수단과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고민, 관리종목과 결부된 특례기업의 생존
2005년 제도 도입 후 작년까지 기술특례상장한 바이오 기업은 총 105개다. 그러나 이 중 상장폐지까지 이어진 사례는 아직 한 차례도 없었다.
거래소가 견제수단으로 마련해 둔 장치는 '관리종목 지정'이다. 코스닥 시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사업연도말 매출액 30억원 미만이거나 3년간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 이상인 경우가 2회 이상인 경우 등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다만 기술특례상장 기업에는 유예제도를 적용했다. 법차손은 3년간, 매출액은 상장 후 5년간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다. 초기 단계 매출 확보가 어려운 바이오 업종을 고려한 결정이다.
그러나 견제수단은 거래소가 의도한 방향대로 작용하지 못했다. 바이오텍이 유예 기간 후 위기를 벗어난 방법은 신약의 기술이전이 아니었다.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증자를 통한 자기 자본 확충으로 법차손 위험을 벗어났다. 본업과 무관한 사업부를 확충해 수익성 낮은 상품 판매로 매출 30억원을 만들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일련의 사태를 지켜볼 수 없었다. 작년엔 미래 실적 추정치로 산정하던 공모가 선정 방법도 손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내부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공모가 산정 표준모델 구축 등 상장주관업무 체계를 정비할 계획이다. 상장 문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 표준모델에 대해 “TF팀을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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