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스타트업 돋보기]'SK지오센트릭 러브콜' 에코크레이션, 1600억 밸류①'폐플라스틱→정제유' 열분해 장비사, 상용화 오일 공급 개시에 주목도↑
구혜린 기자공개 2024-03-08 07:37:09
[편집자주]
전세계적으로 폭염, 한파, 가뭄 등 이상 현상이 빈발하면서 인류는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배출 절감 등 기후 변화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글로벌 자본이 몰리기 시작한 배경이다. 기후테크 스타트업은 대부분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않은 초기기업이라 벤처캐피탈(VC)의 투자 비중이 높다. 글로벌 전체 투자 시장의 12% 비중을 차지한다. 더벨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 현황, 자금조달 이슈, 미래 청사진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6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쓰레기에 불과했던 폐플라스틱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점차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광받고 있는 곳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오일을 만드는 기업'이다. 특히 수십여년의 역사가 축적된 열분해 기술에 대한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신뢰는 높은 편이다.대표적인 열분해 전문기업이 '에코크레이션(Eco Creation)'이다. 에코크레이션은 상용화 오일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모두를 시장에 공급하는 국내 유일한 사업자다.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은 지 2년여 만인 최근 정식 정제열분해유 공급을 시작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폐플라스틱 80% 탈염 '기술력', 환경부 NET 검증
2010년 설립된 에코크레이션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원유 대체 원료물질'을 개발·생산하는 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다. '화학적 재활용'이란 제품을 분자 단위에서 변형해 재활용하는 것으로 열분해, 해중합, 초고순도 용매추출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이 중에서 에코크레이션은 열분해 방식을 채택하고 장기간 장비 개발에 매진해왔다.
국내에서 에코크레이션이 알려진 건 SK그룹의 투자를 받으면서다. 에코크레이션은 2021년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227만주를 발행하고 SK지오센트릭으로부터 68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SK지오센트릭이 열분해 장비사에 직접 투자를 단행한 건 에코크레이션이 최초다. 2년여간의 검토를 거친 끝에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형 석유화학사의 선택을 받은 배경엔 에코크레이션의 기술력이 있다. 에코크레이션의 장비는 환경부로부터 신기술인증(NET) 및 혁신제품지정(패스스트랙 III)을 받았다. 두 가지 인증을 모두 받은 열분해 플랜트 기업은 에코크레이션이 유일하다. 특히 NET는 산업통상자원부 관련 인증 대비 기술평가 난도가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코크레이션의 장비 내에서 폐플라스틱은 '고체→액체→기체→액체'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플라스틱은 복합제질이기 때문에 이를 녹여도 다량의 불순물 탓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염소 성분이다. 염소는 저온에서 불완전 연소될 경우 다이옥신으로 변질된다. 실제 폐플라스틱의 매립 후 가장 문제가 되는 대기오염 성분은 다이옥신이다.
에코크레이션은 경제성과 탈염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에코크레이션이 개발한 플랜트 타워 내에는 특수 촉매가 있다. 플라스틱이 기체가 된 상태일 때 이 촉매를 만나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탈염과 더불어 왁스 개질(reforming)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염소를 '제로(0)'화하는 것은 가능하나, 1000억원대 비용이 발생한다. 에코크레이션은 원플라스틱의 80% 수준 탈염하는 수준에서 균형을 잡았다.
◇SK 투자 2년만 상용화 오일 공급, IPO '청신호'
에코크레이션이 생산하는 열분해유는 경유·등유 수준이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정유탑에 순수 원유 외에 열분해유를 투입해 납사(나프타) 등 정유화학 제품으로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다. SK지오센트릭은 에코크레이션의 정제열분해유를 매입해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로 사용한다. 작년 12월부터 SK지오센트릭에 상용화 오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년간 테스트 물량을 공급하며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이뤄진 쾌거다.
주력 사업은 오일이 아닌 장비 판매다. 장비 1대당 가격은 약 20억원 수준이다. 현재 인천(뉴에코원) 및 경기 연천(이앤씨연천)에 각각 1대, 2대의 장비를 놓고 직영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장비를 시범으로 보이고 외부에 판매한다. 폐기물종합재활용 인허가가 있는 국내 사업자에 장비를 판매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푸에르토리코) 등 해외 수출도 진행했다.
최근 열분해 과정에서 대기오염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으나, 에코크레이션의 장비와는 관련이 적다. 에코크레이션 장비는 간접 열분해 방식을 택해 배기가스 발생량이 현저히 낮다. 폐플라스틱 매립 시 대비 67%가량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하다. 이에 친환경 기술 진흥 및 소비 촉진 국무총리상 수상과 더불어 지속가능성 국제 인증(ISCC PLUS)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마지막 투자 라운드 기준 에코크레이션의 몸값은 1620억원 수준이다. 가장 최근 진행한 라운드는 2022년 4월 전환사채(CB) 투자로 포스트 162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았다. 에코크레이션은 SK지오센트릭 등 전략적투자자(SI) 외에도 브레이브뉴인베스트먼트와 SJ투자파트너스, SL인베스트먼트,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다양한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누적 약 288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700억원 밸류에서 펀딩 추진 시 수요를 충족했으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어 자체 철회한 바 있다.
IPO를 추진할 시 이보다 높은 밸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크레이션 관계자는 "에코크레이션은 국내 시장에서 상용화 정제열분해유 공급 사업과 플랜트 공급 사업을 모두를 영위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라며 "최근 '순환경제'가 글로벌 화두가 됨에 따라 향후 정제열분해유와 열분해 장비의 수요는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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