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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은 지금]신규 수주·리스크 관리 이중고, 수익성 개선 '안갯속'③업황 악화에 신탁계정대 부담↑…기존 사업장 모니터링 필요

김지원 기자공개 2024-03-12 08:04:20

[편집자주]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 호황 바람을 타고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하지만 업황 침체로 사업장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위기 속에서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더벨이 KB부동산신탁의 당면 리스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의 포트폴리오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으로 구성돼 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두 사업방식을 활용해 시장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신규 수주가 줄어들며 수주잔고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관리신탁, 담보신탁 비중을 키워 수익구조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지만 비토지신탁은 수익성이 높지 않아 이를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황 악화로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시공사들이 늘어나고 분양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기수주 사업장에서의 자금 회수도 늦어지고 있다. 대손상각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신탁계정대 회수가 늦어질 경우 수익성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규 수주 감소…비토지신탁 비중 확대 전망

KB부동산신탁의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는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중심에서 차입형 토지신탁 중심으로 변화했다. 2016년 업계에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방식을 처음 도입한 이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신규 수주를 늘리며 시장지위를 높였다. 이후 타 부동산신탁사들도 해당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영업수익 기준 점유율은 초기에 비해 낮아졌다.


KB부동산신탁은 도시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도시정비사업은 주로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진행된다. 2020년을 기점으로 공격적으로 신규 수주를 진행한 결과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 수탁고도 빠르게 증가했다. 2020년 말 기준 2394억원이던 차입형 토지신탁 수탁고는 지난해 말 1조4139억원까지 증가했다.

현재 업황 침체로 시장 내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은 전무한 상황이다. KB부동산신탁의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신규 수주실적도 크게 감소했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2020년을 기점으로 신규 수주를 빠르게 늘려오기는 했지만 아직 준공 실적은 한 건도 없다.

통상적인 신탁사들의 매출 구조상 착공 전보다 착공 후 매출 및 영업이익 인식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착공에 돌입해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다.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수주 이후 실제 사업을 완료하기까지 타 사업에 비해 훨씬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2020년 이후 KB부동산신탁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장 중 현재까지 준공을 마친 곳은 한 곳도 없다.

이에 따라 KB부동산신탁은 '비토지신탁'으로 분류되는 관리신탁과 담보신탁의 비중을 다시 키울 예정이다. KB금융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계열사와 연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 비금융지주계열 신탁사에 비해서는 사업 확대 시 유리한 지점이 있다. 다만 해당 사업의 경우 차입형 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단기간에 실적을 대폭 개선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부도 위험…대주단과 소송 리스크도

기존 사업장에서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앞으로의 수익성 개선에 주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사업환경이 빠르게 저하되며 KB부동산신탁의 대손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KB부동산신탁이 대규모 적자를 낸 주요 원인도 대손상각비 증가였다.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 사업장에 투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준공 후 자금 회수 시에도 선순위권을 지니지만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은 자금 상환 순위에서 밀린다. 책임준공 확약을 맺은 사업장에서 시공사가 공사 기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해 준공을 마쳐야 한다.

책임준공 미이행 사례가 발생하며 대주단과 신탁사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KB부동산신탁도 평택 지식산업센터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주단과 한 차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해당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의 책임준공기한이 9월까지였으나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공사비가 증가하자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공사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책임준공확약을 맺었던 KB부동산신탁에게 준공 책임이 넘어갔다. 책임준공 기한은 이달 1일까지였으나 결국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교체 없이 기존 시공사와 사업을 계속 진행해 이달 말까지 준공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해당 사업장의 분양률은 약 8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주단 및 시공사와 협의도 마친 만큼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사업장 이외에도 KB부동산신탁의 사업장 가운데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한 곳들이 존재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칫 소송전으로 번질 경우 이에 따른 각종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데다 사업 기한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현재 KB부동산신탁은 개별 사업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부실 사업장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뒀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져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경우 영업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아직 대주단과의 소송이 발생한 사업장은 없지만 최근 중소형 시공사들의 부도 위험이 계속 커지고 있어 고삐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도 발생 시 시공 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은 불가피하다.

KB부동산신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사업장에서 신탁계정대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사업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대주단이 먼저 자금을 회수해야 KB부동산신탁도 신탁계정대 관련 환입을 진행할 수 있다.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KB부동산신탁의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 수익구조의 다각화, 리스크 대응능력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운용자산의 건전성과 위험 완충력의 적정성을 핵심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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