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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손실 대란]은행권 판매사 역할 '흔들'…찬밥 신세 자문업 키울까고위험상품 판매금지 시사…자문형 영업 필요성 부각

윤종학 기자공개 2024-03-14 08:23:2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 ELS 손실 대란 사태를 계기로 국내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도입 스탠스에 변화가 생길까.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판매 금지를 논의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판매 위주의 영업에서 자문형 영업으로 전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2년 투자자문업 진출 길이 열린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은행권의 행보가 주목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전일(11일)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가운데 향후 은행권의 고위험 상품판매가 금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도 개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삼가면서도 고위험상품 판매금지를 여러 옵션 중에 하나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논란은 과거 키코(KIKO)부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홍콩H지수 ELS 사태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은행권이 고위험 상품을 다룰만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앞서 DLF 사태 때에도 일부 고난도 투자 상품의 판매가 제한되기도 했다.

상품 판매금지는 단순히 은행권의 영업제한으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봐도 은행권 판매가 제한된 상품시장이 위축됨은 물론 고객 입장에서도 상품 선택권을 제한받게 된다. 일련의 상황들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의 리테일 영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권의 리테일채널 영업방식은 대부분 개별 상품 판매에 치중돼있다"며 "이는 상품에 포커싱된 영업방식으로 고객 개개인의 투자 리스크 관리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고객에게 몇몇 투자상품을 제안했다고 가정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고려하기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할 자금들을 고위험 상품군에 투자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판매 중심 영업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방식은 자문형 영업이다. 고객의 재산상황이나 기존 위험자산 보유수준 등을 고려해 복수의 금융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만큼 당장의 수익률이 높은 상품보다는 전체 자산의 밸런스를 맞추는 방식으로 영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고객의 선택권을 강화함으로써 사후 분쟁위험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2022년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진출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전까지 은행권의 투자자문업 진출이 증권, 운용업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부동산 투자자문만 가능했다. 2022년 금융당국이 투자자문업 진출을 허용하며 증권, 파생 등 다양한 부분에서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투자자문업 허용 이후에도 은행권은 투자자문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은행입장에서 자문서비스는 수익성이 담보되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이 자문 받은 내용을 실행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이에 지난해 KB국민은행이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것이 은행업권의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다만 이번 홍콩ELS 사태로 상품 판매채널이 또 한번 막힌다면 그동안 소홀했던 투자자문업 활용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 투자자문업이 허용됐음에도 수익성 등을 이유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면 최근 들어 몇몇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투자자문업 진출을 논의하고 있다"며 "투자자문업 진출이 판매 중심 영업을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지닌 만큼 금융당국에서도 허용에 긍정적인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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