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OCI 통합 무산된다면…한미 '상속세·재무·갈등' 3중고캐스팅보트 신동국 장·차남 지지의사, 통합 불발 가능성 증대

차지현 기자공개 2024-03-25 07:36:24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3일 12: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통합 작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미그룹 오너가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통합에 반대편인 장·차남에 지지의사를 선언하면서다.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장·차남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경영권을 가져오면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계획대로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그룹은 어떻게 될까.

◇총 상속세 5400억 중 절반 납부, 4차 납부시한 내달

당장 직면하는 문제는 상속세 해결이다. 한미약품 창업주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유족들이 부과받은 상속세는 총 5400억원 규모다. 이들 오너 일가는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고 있다.

당초 3월 말로 예정됐던 상속세 납부 기한을 한달 연장해 4월 말로 예정하고 있다. 작년까지 오너일가는 상속세의 절반가량을 납부한 걸로 파악된다. 대략 3회차까지 납부한 걸로 보이는데 4회차 납부 기한이 한 달 뒤로 예정돼 있는 셈이다.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하나의 납세의무를 여러 사람이 함께 짊어지는 연대납부를 활용 중이다. 이에 따라 공동상속인 중 각자가 납부할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하면 관세관청은 다른 상속인의 재산에 대해 압류를 신청할 수 있다. 누구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이번 OCI그룹과 통합 딜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상속세 이슈를 해결코자 했다. 유상증자, 구주 매각, 현물출자 등이 섞인 패키지 계약을 통해 송 회장이 손에 쥐는 현금은 대략 2775억원에 달한다. 통합 무산이 상속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단기차입 3000억대, 현금곳간은 텅텅…R&D 경쟁력 저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작년 말 연결 기준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75억. 같은 기간 OCI그룹 자회사 부광약품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1512억원에도 한참 못 미친다. 반면 한미사이언스의 단기차입금만 3361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한미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그룹 측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 심문에서 OCI그룹과의 통합 결정 전 고려했던 대안들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2023년 7월 하이투자증권과 사옥 활용 재임대(Sale And Lease Back)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융비용이 연 6%를 상회해 포기했다. 같은 해 10월 메리츠증권을 상대로 1000억원 규모로 메자닌 발행을 검토했으나 장기적 재무 부담이 예상돼 역시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제약업계선 지난해 내내 한미그룹이 투자유치를 위해 제약사 등을 만나고 다녔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한미그룹이 '매각하고 싶다'며 보령, 한국콜마, 셀트리온 등에 인수 의지를 확인했다.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OCI그룹 외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증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효성, 솔브레인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된 연구개발(R&D) 투자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한미그룹 R&D 거점인 한미약품이 매년 2000억원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듯한 예산이다. 경쟁사들이 R&D 비용을 늘리는 상황에서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앞선 심문에서 한미그룹은 자금이 부족해 입었던 경영상 피해 사례들도 언급했다. 당시 한미사이언스 변호인은 "다국적 제약사보다 임상 속도가 앞서던 폐암 치료제 개발을 자금력이 부족해 포기해야 했던 서글픈 사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임종윤 사장 측이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단기간 내 쉽지 않다. 더욱이 상장사인 만큼 지분가치 희석 등을 고려하면 상당한 이견도 예상된다. 자금 유치를 위해 역시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을거라는 얘기다.

◇'송영숙-임종윤' 공존 이사회 가능성, 경영갈등 유발 불안

임종윤 사장 측이 장악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갈등의 소지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현재 송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 3인이 있다.

송 회장은 2026년까지 임기가 남아있고 나머지는 2025년까지다. 임종윤 사장 측이 추천한 5인의 이사가 선임되고 나머지 1인이 임주현 사장 측이 선임한 인물로 되면 5대 5 전열이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반대측에 있는 인물들이 이사회에 공존하는 데 따라 경영상 상당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신동국 회장이 형제측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송 회장 측 인사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상당한 불협화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회자되며 불안정한 경영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그룹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신동국 회장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현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 온 기간에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점에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한미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는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가 아닌 일부 대주주의 이익과 직결된다고 판단했다고 서술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