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언더독 연민, 전략의 지지? 결론은 '현 체제 불신'이었다송영숙 체제 불만 지닌 주주·친인척들, 국민연금·법원 판도 뒤집어
정새임 기자공개 2024-03-29 08:15:0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1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주들의 판단은 결국 임종윤·종훈 형제였다. 국민연금과 법원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지지하면서 판세가 뒤집힌 듯 했지만 다시 임종윤·종훈 형제가 승기를 잡았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판세가 기울었다는 얘기는 나왔다.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엮여있던 친인척들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다.언더독으로 평가되던 이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평가와 그들이 내민 청사진에 대한 환호라는 분석 등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를 두고 다양한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현 경영 체제에 대한 불만이 핵심이었다.
◇단 3~4%p 차이로 갈린 희비…간발 차이로 형제 이사회 입성
한미사이언스 제51회 정기주주총회 이사선임 결과가 28일 오후 3시 8분께 발표됐다. 현 경영진인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올린 6개의 이사선임안은 모두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올린 주주제안 5건은 모두 통과됐다.
송 회장 측 안건의 득표율은 47~48%로 보통결의 요건인 50%에 2~3%p 부족했다. 반면 두 형제 측 안건은 51~52% 득표율을 기록했다. 불과 3~4%p 차이로 양측의 희비가 갈렸다.
전날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이 모녀 측 손을 들면서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해석됐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직계가족과 친인척, 재단 지분에 국민연금 지분을 합한 총 지분율은 42.66%였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와 직계가족, Dx&Vx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 지분은 40.56%로 집계됐다. 2.1%p 차이로 추산됐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표심과 함께 오너일가 친인척들까지 임종윤 형제 측에 힘을 실어줬던 게 이번 표결의 핵심이었다는 전언이다. 두 형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 의결권을 모았다. 막판까지 호소를 거듭했다.
송 회장은 입장문만 냈을 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 부회장도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정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송영숙 체제 불신이 표심으로…이종산업 결합도 불만
이번 표결을 뒤집은 배경 즉 주주들의 표결을 결집시킨데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언더독으로 평가되던 임종윤·임종훈, 그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장자승계 원칙이 대세를 이루는 우리사회에서 모친의 힘에 밀린 모습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측면에선 한미약품그룹을 싼값에 OCI그룹에 넘기려고 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충분히 주주들과 통합에 대한 의미, 비전을 소통하지 못한 결과였다. 한미약품그룹의 정신과 입지 등을 높이 사는 주주 그리고 여론의 시선을 무시한 영향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시한 시가총액 200조원 한미를 만든다는 전략이 주주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핵심이었다.
선대 회장 작고 후 갑자기 경영에 등장한 송 회장이 주주들에게 충분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였다. 임 부회장은 오랜기간 근무했지만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도 거의 없다. 주주들에겐 상대적으로 생소한 인물이다. 친인척들은 물론 개인 대주주였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도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
반면 장남은 이사회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활발한 경영활동을 했다. 코리그룹이라는 개인 사업에 더 몰두했지만 무언가 일을 한다는 뉘앙스를 끊임없이 시장에 내놨다. 장남이라는 입지 역시 여전히 한미의 '공식 후계자'로 인식돼 있었기도 했다.
특히 한미약품그룹의 전직 임원들은 송 회장이 경영권을 잡은 후 진행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큰 불만을 지니고 있었다. 장남이 이사회에서 물러난 뒤 일어난 핵심 임원진 물갈이에 반발을 지닌 오랜 주주들이 많았고 이는 송 회장 체제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들은 OCI와의 통합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종산업 간 결합이 오히려 한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가 OCI와의 통합 정당성을 인정하고 국민연금이 통합 가치를 지지했음에도 성난 주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분위기는 주총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두 형제를 응원하는 주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주총장 분위기가 형제 편으로 기울었다. 임종윤·종훈 형제 선임안 통과가 발표되자 주총장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주총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가족, 파트너들과 함께 회사를 빠르게 복구하는데 집중하겠다"며 "갈등을 끝내고 화합으로 즐겁고 밝은 한미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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