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한미약품 '통합그룹' 탄생]국민연금·법원에 힘붙은 모녀, 소액주주에 달린 통합통합 가치와 정당성 인정, 주총서 2%p 근소한 차이…예단할 수 없는 통합
정새임 기자공개 2024-03-28 07:00:58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7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와의 통합 추진으로 촉발된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갈등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편에 서며 제동이 걸리는 듯했던 OCI와의 통합이 법원과 국민연금공단의 판정으로 다시 탄력을 받았다.재판부와 국민연금의 선택은 OCI와 한미약품그룹 현 경영진이 정기주주총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OCI와의 통합 정당성을 확보한 동시에 양 그룹 통합이 객관적으로 장기적인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향상에도 도움된다는 점을 인정받은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OCI 통합 가치 인정…형제 아닌 모녀 선택
OCI와 통합을 반대하는 한미 오너가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줄곧 양 그룹 통합이 현 경영진의 사익을 위한 것이고 기업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종윤 전 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하며 "OCI와 한미 합병이 이뤄진다면 불안정한 거버넌스 상황이 이어져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증대가 불투명해진다"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을 발휘해 올바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중립 가능성이 제기됐던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결정했다. 다만 방향은 달랐다. 형제가 국민연금에 호소했던 '통합 저지'가 아닌 '찬성'에 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한미그룹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내건 이사 선임 안건 6개에 모두 찬성했다. 반면 두 형제가 제시한 주주제안 안건 5건에 모두 반대했다.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줄 쪽은 OCI와의 통합이라고 본 셈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시한 5년 내 순이익 1조원과 시가총액 50조원, 장기적으로 시총 200조원 비전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OCI와의 통합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나아간다는 비전이 더 현실성있다고 보고 모녀에게 힘을 보탰다.
◇불리했던 주총 판세도 뒤집어…모녀 소폭 우위
모녀는 국민연금으로부터 통합 비전을 인정받음과 함께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실질적인 지분율 우위도 점할 수 있게 됐다. 국민연금 결정이 나기 전까지 송영숙 회장 측 지분은 친족과 재단 지분을 모두 합쳐 35%였다. 신동국 회장이라는 우군을 업은 형제 측 지분율 40.56%보다 약 5%p 적은 수치다.
국민연금이 극적으로 모녀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 지분이 42.66%로 형제 측 지분을 소폭 앞서게 됐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쥐고 있다. 주총 판도가 또 한번 뒤집힌 셈이다.
국민연금이 형제 편을 들거나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다면 모녀 측은 이사회 구성에서 밀릴 가능성이 컸다. 한미약품그룹 사우회까지 나섰지만 이들의 지분율은 0.3%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법원이 OCI와 한미약품그룹 통합 정당성에 명분을 실어준 점도 국민연금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역시 형제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미약품그룹의 신주발행이 경영상 필요 요건을 충족했고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았다고 봤다. 송영숙 회장과 경영진의 결정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행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대주주의 사익보다 회사자금조달을 우선했다고 판단했다.
◇표대결 벌어질 주총 앞두고 지분 모으기 총력
통합의 의미와 실익을 모두 챙긴 모녀. 하지만 아직 정기주총이라는 큰 산이 남았다. 이사회에 OCI 측 인사를 모두 선임해야 원활히 통합 절차를 마무리지을 수 있다.
28일 주총에서 구성될 이사회는 소액주주 표심에 따라 근소한 차이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불과 2.1%p에 불과하다.
두 형제는 유리한 이사회를 구성하기 위해 2.1% 이상의 지분을 모아야 한다. 양측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소액주주 의결권은 두 형제 측이 앞서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모은 의결권은 2%에 가깝다. 송영숙 회장 측은 1% 정도의 의결권을 모았다고 알려졌다.
정기주총을 하루 앞두고 소액주주를 향한 양측의 호소는 극에 달하고 있다.
형제 측은 27일 "신동국 회장은 소액주주들이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 지 좋은 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주주들을 독려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은 중간배당 도입, 당기순이익의 50%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각종 주주친화정책을 거론하며 "주주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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