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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한종희 vs LG 조주완, 자리 건 'AI 전쟁' 돌입 신개념 가전·TV 승부수, 마케팅 대결 본격화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04 07:57:02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떻게 빨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누리게 하고 가치(밸류)를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작은 중요하지 않다."(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인공지능(AI) 가전의 시초는 LG전자가 만들어낸 업(UP) 가전이다."(조주완 LG전자 CEO)

한동안 잠잠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에 다시 불이 붙었다. AI를 적용한 가전과 TV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패권 다툼을 시작했다.

선공은 삼성전자가 날렸다.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적극 어필하면서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에 LG전자는 '우리가 원조'라는 식으로 반박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3일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사옥에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를 열고 자사 기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날 한 부회장은 "AI 생태계가 빠르게 퍼지고 있고 누구나 다 한다지만 실제 제품으로 실생활에 적용된 건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LG전자는 AI 가전 참고자료를 배포하면서 경쟁사 잔칫날에 재를 뿌리고자 했다. LG전자는 조 CEO의 'CES 2024' 발언을 인용해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인공지능'을 '공감지능'으로 재정의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양사는 가전 및 TV 관련 상대방에 대한 비방 수위를 높이면서 수차례 갈등은 빚은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소강상태가 이어졌으나 올해 들어 공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데 이어 가전에 AI라는 신개념이 도입되면서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타사보다 우위에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앞서 양사는 OLED TV, 세탁건조기 등을 두고 충돌하기도 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이 "국내 대형 OLED TV 점유율에서 경쟁사를 넘었다"고 언급하자 LG전자는 즉각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자료를 근거로 '팩트체크'를 했다.

조주완 LG전자 CEO

지난달에는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LG전자는 '트롬 오브제 컬렉션 워시콤보' 출시 자료에서 "국내 판매 중인 동종의 세탁건조기의 건조 소비전력이 1000와트(W)를 넘는 것과 달리 (우리 제품은) 570W에 불과하다"고 저격했다.

발끈한 삼성전자는 "순간 최대치를 표기한 것일 뿐 전체 가동시간을 고려하면 소비 전력은 훨씬 낮다"고 맞대응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연달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서 LG전자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흐름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AI 가전 원년으로 불리는 2024년이 이제 2분기에 접어들었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하나둘씩 관련 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업계 최초로 3개국(한국 미국 프랑스)에서 미디어데이를 동시 개최하고 AI 가전 라인업(비스포크 AI)을 한 번에 글로벌 출시하기로 했다.

LG전자는 비교적 공을 들이지 않았던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콘텐츠·플랫폼 부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간거래(B2B) 분야를 통한 실적 상승세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AI발 가전 및 TV 대전은 한 부회장과 조 CEO 행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LG전자는 역대급 매출을 내면서 한판승을 거둔 바 있다. 이에 따라 조 CEO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대표이사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 부회장은 2022년부터 부회장에 올라 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으로 여러 결실을 맺기도 했다. 다만 2022년부터 스마트폰, 가전 등 성과가 경쟁사 대비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궁극적으로 AI 시장에서의 성패는 두 사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넘어 그룹 명운까지 달린 문제다. 따라서 최전선에 있는 가전, TV 대결에서 밀리게 되면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양측이 신경전을 재개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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