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룡펀드 멸종 시대다. 국내에서 1조원대 넘는 공모펀드는 유진챔피언단기채 단 하나만 남았다.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신영밸류고배당이 지난해 9000억원대로 꺾이면서 아예 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각 운용사의 수조원대 펀드가 시장을 수놓았지만, ETF로 흐름이 넘어가면서 공룡펀드도 자취를 감췄다.삭막한 시장, 눈에 띄는 주자가 있다. 지난해 공모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VIP자산운용이다. 지난해 4월 3일 출시한 ‘VIP한국형가치투자’ 공모펀드가 이달 1주년을 맞았다. 그 사이 시장에서 2400억원 넘는 자금을 끌어들였고 누적 수익률도 23.5%를 기록했다. 신생 공모 운용사로는 상당한 성과다.
사실 VIP자산운용이 처음 공모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땐 우려가 많았다. ETF와 패시브로 중심축이 넘어가면서 주식형 액티브 펀드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 가판대에서도 국내주식형 펀드 추천은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종합운용사들도 고전하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운용사가 힘을 쓰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평이 많았다.
VIP자산운용의 성공은 고객의 니즈를 읽은 데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써서 광고를 많이 한 게 아니다. VIP자산운용의 첫 공모펀드는 손익차등형으로 구성됐다. 성과가 나면 고객이 먼저 가져가고 손실이 나면 VIP자산운용의 자기자본이 먼저 인식한다. 과거 손실 경험으로 공모펀드 투자를 어려워하는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쌓아주려 했다.
간판 펀드인 VIP한국형가치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사모펀드에만 적용했던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체계를 가져왔다. 타 공모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도 운용보수를 그대로 수취한다. 때문에 펀드 투자는 운용사만 돈 버는 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VIP운용은 이를 깨고자 운용보수를 성과에 연동시키기로 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보수도 0원으로 책정해 고객과 공동운명체로 묶이면서 투심을 끌어들였다.
VIP운용의 도전에 운용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수많은 사모운용사들이 다수의 손익차등형 펀드를 출시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공모운용사도 잇따라 손익차등형 상품을 출시했다. 한편에서는 제살깎아먹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고객들이 원하는 방향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앞서가는 파이오니어(Pioneer)가 있다면 변화는 빠를 수 있다. 공룡펀드가 즐비했던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하지만 공모펀드 비히클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VIP운용처럼 확고한 전략으로 수익률을 내면서도 고객 입장에서 운용하는, 펀드의 본질을 실천하는 펀드는 여전히 인기를 끈다. 1년을 숨가쁘게 달려온 VIP자산운용이 앞으로 업계에 일으킬 새 바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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