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VC 톺아보기]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아무도 가보지 않은길 개척"⑥KTB네트워크 공채 1기 출신 벤처업계 ‘전설’…자타공인 한국 VC 선구자
이채원 기자공개 2024-04-15 08:35:22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5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성인 회장(사진)은 돈이나 오너에 의해 지배되는 회사가 아니라 전문성 있는 파트너들이 주축이 돼 운영되는 회사를 꿈꿨다. 그래서 유한회사(LLC)형 벤처캐피탈(VC)을 선택했다. LLC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회사의 주인(출자사원)이 되어 운영된다. 회사의 지분을 가진 파트너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면서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외부세력에 좌우되지 않고 오너 리스크도 없다.국내 1호 LLC형 VC인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정성인 회장의 손에서 탄생했다. 정 회장은 1981년 KTB네트워크를 통해 벤처캐피탈업계에 입문했고 인터베스트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화려한 펀드 운용 경력을 자랑한다. 대표직에 있으면서도 실무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었다. 정 회장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걸어온 길이 한국형 LLC가 걸어온 길"이라 자부한다.
정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기 위해 지분을 파트너들에게 단계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최근 그 과정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알려진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새로운 챕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성인 회장이 물러나도 파트너들이 주축이 돼 하우스를 운영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 창업가의 은퇴 이후 프리미어파트너스는 또 어떤 역사를 써내려갈까.
◇자칭 ‘정성인 대리’ 실무 꼼꼼히 챙겨…지분 정리 중에도 펀드 운용 그대로

실제로 프리미어파트너스가 2005년 출범한 이후 결성한 대부분의 펀드에 정성인 회장이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6년부터 다른 파트너들에게 대표 펀드매니저 자리를 내줬다. 실무 책임감이 강한 정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맡은 펀드를 끝까지 책임질 계획이다.
일례로 2013년에 결성됐지만 아직 청산 전인 ‘프리미어 Growth-M&A 투자조합’이 있다. 이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는 정성인 회장이다. 그는 여전히 사후펀드에 대한 영업보고서에 사인을 할 정도로 펀드 매니저로서 책임을 지고 있다.
정 회장은 '좋은 기업은 사업 방향성과 속도를 조정할 줄 하는 곳'이라고 봤다. 모든 역량을 가지고 달려가는 것보다 조금씩 증명하면서 성장하는 방향이 더 올바른 때가 많다는 식견을 가진다. 따라서 안 될 때를 가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방법을 생각해 내는 기업을 발굴했고 직접 그러한 기업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일까 정 회장은 프리미어파트너스의 리스크관리위원장으로 오랜 기간 일했다. 또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별개로 펀드매니저가 매월 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내용을 보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전체회의에서 시장 변화 상황, 회수 계획, 회사의 특별한 사항 등을 공유한다.
정 회장의 식견은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우스만의 철저한 리스크관리 능력으로 출자자(LP)와의 신뢰를 구축했고 국민연금, 산업은행, 한국성장금융,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벤처금융 시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연기금은 물론 다수의 금융기관, 셀트리온, 포스코와 같은 민간 기업까지 파트너로 확보했다.
◇KTB네트워크 공채 1기, 40년 투자 경력…벤처업계 ‘전설’ 그가 걸어온 길
정성인 회장은 40년간 VC업계에 몸을 담은 시조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1981년 KTB네트워크를 통해 벤처캐피탈업계에 입문했다. 16년을 근무하고 현대기술투자를 거쳐 인터베스트라는 VC를 공동 창업했다. 그리고 2005년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세웠다.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꿈꾼 것은 아니다. 벤처캐피탈의 뜻도 모르던 시절 선배의 권유로 KTB에 입사했다. VC 업무를 경험하면서 늘 새로운 기업과 기술을 마주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세우고 LLC 1호펀드를 조성하면서 부담도 상당했지만 그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기백으로 투자에 나섰다. 1호펀드의 운영 실적이 곧 한국 LLC펀드 역사의 시작이 되기 때문이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1호펀드로 10%가 넘는 내부수익률(IRR)을 올렸고 이후 꾸준히 펀드레이징에 성공하면서 하우스는 현재 3조원에 육박하는 AUM을 바라보고 있다.
2019년에는 13대 벤처캐피탈협회장으로 취임해 벤처투자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다. 당시 VC협회가 진행한 회장 후보자 모집 공고에 정성인 회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그가 VC협회장으로 있던 2020년 벤처투자촉진법이 통과됐다. 그는 “벤처투자촉진법의 조속한 제정으로 벤처캐피탈이 독립적인 금융산업으로 인정받고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바 있다.
벤처투자촉진법에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기업가치를 투자시점에 정하지 않고 후속 투자를 받는 시점에 재평가하는 제도로, 초기 스타트업의 경영권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민간 투자자본이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각종 제도적 기반도 담겼다.
정 회장이 프리미어파트너스 설립 초기 말하던 꿈은 팀이 모두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것이었다. 적어도 5000억원의 자금을 모아 굴릴 수 있는 막강한 팀을 만들 싶다는 목표를 가졌다. 그의 꿈은 2022년에 이뤄졌다. 그 해 프리미어파트너스는 7000억원이 넘는 PEF(사모펀드)를 결성했다.
이후 그는 정성인이 없는 미래의 프리미어파트너스를 고민해왔다. 본인이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오너에 의해 지배되는 회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파트너들이 이끌어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뚝심을 이어온 정 회장, 그가 남긴 발자취는 한국 벤처투자업계에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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