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조함자립' 50년 추진한 HD현대중공업④절반 이하였던 국산화율, 주요 함정에서 80%까지…새 시장 '수출·MRO'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26 07:40:44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艦(함)은 한 글자지만 그 안에 품는 해상 세계의 규모는 크고 깊다. 군함으로 좁혀도 쓰임과 운항 위치에 따라 종류가 여럿이다. 물 위에서 함정을 호위하는 호위함, 보호와 공격 능력을 두루 갖춘 범용 전투함인 구축함, 수면 아래에서 적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잠수함 등이다.그리고 이 군함들의 국산화를 목표한 '조함자립(造艦自立)'은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의 금과옥조다. 1970년대 첫 국산 전투함 울산급 호위함을 시작으로 독자 설계와 건조 단계까지 성장한 이지스 구축함대, 요즘 가장 '핫'한 3000톤(t)급 잠수함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국산화율은 빠르게 늘어 선체의 팔할을 우리 기술로 채우고 있다.
국산화율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방산 선진국에 못지않은 기술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수출 대상 국가도 동유럽과 중동 등 후발국에서 미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가 속한 '파이브아이즈'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도 규모만큼 수익성의 성장도 기대 중이다.
◇'핫'한 3000t급 잠수함까지…80%로 도약한 함정 국산화율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크게 아홉 가지의 군함을 제작하고 있다.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을 필두로 초계함 고속정과 경비함, 상륙함 등을 두루 만든다. 모두 중요한 함정들이지만 특히 주력하고 있는 부문은 호위함과 구축함, 잠수함 등 세 가지다. 국내 조선사들이 잠수함과 수상함에 집중하는 건 그 규모가 약 320조원에 이르러서다.
첫 개발부터만 해도 역사가 50년이니 그동안의 포트폴리오도, 지금 제작 중인 함정의 리스트도 길다. 1975년 울산함 개발부터 이지스구축함 배치Ⅰ·Ⅱ를 포함해 중·대형 함정 개발사업의 절반 이상을 HD현대중공업이 가져왔다.
현존하는 가장 큰 잠수함이자 최신예로 꼽히는 3000t급 신채호함의 국산화 비율이 80% 수준이다. 2000년대 진수해 2019년까지 취역한 손원일급 잠수함이 38.6%의 국산화율을 보였는데 2017년 착공한 신채호함의 국산화율이 두 배 이상 높아진 셈이다. 장보고-Ⅱ급(1800t급)과 비교하면 크기도 두 배 가량 커졌다. 크기만큼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등 요구하는 기술력의 수준도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국산화율 성장 속도는 두 잠수함의 수치를 단순 비교한 것 이상이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함도 약 80%의 국산화율을 이뤘다. 이지스구축함은 탄도탄 등 미사일 위협 대응을 목적으로 한 특수선으로 국내에는 1994년 도입됐다. 국내 최초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의 국산화율은 52% 수준이었다. 이때만 해도 핵심장비를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와 건조 사업비용의 절반이 미국으로 흘러갔다.
◇핵심장비 소나·다기능 레이더 국산화
초기 이지스함 사업비용의 용처를 보면 알 수 있듯 국산화만큼 중요한 게 핵심장비를 국내 기술로 넣을 수 있느냐다. HD현대중공업은 음파 탐지 기능인 소나(Sonar, SOund Navigation And Ranging) 체계와 다기능 레이더 등을 함정에 탑재하고 있다.
통합 소나 체계는 음향 센서를 통해 적 잠수함 등 수중 위협요소를 탐지한다. 신형 구축함에서는 탐지거리를 늘린 저주파 기반의 소나체계를 차용했다. 선체 고정형 음탐기 등이 통합돼 있다. 이밖에 적의 탄도탄을 탐지하고 추격, 요격하는 3축 체계도 갖췄다.
충남함은 국내 기술로 만든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이지스 레이더처럼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로 전방위 대공·대함 표적에 대한 탐지·추적과 다수의 대공 표적에 대해 동시 대응이 가능한 장비라고 HD현대중공업은 설명했다.
◇높은 국산화율로 연 새 시장 '수출·MRO'
특수선 사업부는 사실 영업이익이 아주 높은 부문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액은 4188억원인데 영업이익은 186억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특수선 사업을 이어나가는 건 앞으로의 수익성 확대를 기대해서다. 2030년까지 특수선 사업 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높은 국산화율은 새 시장을 연다. 특수선 수출과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이다. 핵심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오면 국내에서 생산한 함정도 수출이 어려운데 이런 제약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자체 기술을 보유한 만큼 최근 특수선 분야의 블루오션인 MRO까지 영역이 넓어진다.
중남미 방위산업 수출 사상 최대 규모로 꼽히는 페루 함정 수출도 이에 따른 쾌거다. 페루 국영 시마(SIMA)조선소와 총 6406억원 규모의 함정 4척에 대한 현지 건조 공동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3400t급 호위함 1척을 비롯해 2200t급 원해경비함 1척, 1400t급 상륙함 2척이다. HD현대중공업의 역할은 함정의 설계와 기자재 공급, 기술 지원이다. 현지에서는 조립 단계인 최종 건조를 맡는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수주전은 캐나다의 대형 함정 수주건이다. 70조원 규모로 12척의 신예 함정을 주문한다. 캐나다 무역 사절단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방문해 두 곳을 비교하고 있다.
MRO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미 해군 MRO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77조9200억원에서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이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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