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IBK운용, 호실적 불구 무배당 삼성E&A에 견제구배당가능이익 달성 불구 묵묵부답, 주주가치 훼손 우려
황원지 기자공개 2024-05-03 08:26:49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자산운용이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의 무배당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E&A는 재작년에 이어 작년까지 호실적을 보이면서 10년만에 배당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2년 연속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주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26일 더벨이 IBK자산운용의 의결권 행사 내역(2023년 4월 초~2024년 3월 말)을 분석한 결과 16개 투자기업 주주총회의 총 104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100개의 안건에는 찬성의 뜻을 밝혔으나 삼성E&A, 삼성물산, 씨에스윈드 등 일부 회사의 안건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눈에 띄는 건 삼성E&A의 재무제표에 던진 반대표다. IBK자산운용은 “무배당 결정에 대해 과소배당이라고 판단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IBK자산운용의 반대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2020년부터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과소배당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삼성E&A의 배당은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이슈다. 삼성E&A가 재작년(2022년) 10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삼성E&A의 2022년 매출은 10조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이익잉여금도 1조6000억원을 넘어서면서 배당재원도 충분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10년 가까이 중단됐던 배당이 재개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지난해 무배당 결정을 내리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지난해 발표하기로 했던 3개년 주주환원정책 발표 지연도 주주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삼성E&A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무배당을 결정하면서 2023년 안에 주주환원 3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계획이 발표되면 배당 유무나 규모 등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발표 시점이 계속해서 밀리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삼성E&A는 미청구공사가 늘면서 순현금이 줄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삼성E&A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미청구공사는 1조549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8% 증가했다. 미청구공사는 예정 공사기한이 지났음에도 발주사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이다. 미청구공사가 쌓이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순현금도 다소 줄었다. 삼성E&A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순현금은 1조3282억원으로 전년(1조7784억원) 대비 25%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023년 6956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전년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미청구공사 증가 등으로 인해 운전자본이 악화되면서 현금성자산, 순현금이 감소하고 있다.
다만 배당을 중지한 건 유동성 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라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건설은 보안상 이유 때문에 같은 계열사인 삼성E&A가 맡는 경우가 많다. 삼성E&A의 지난해 미청구공사 중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 등 계열사로부터 왔다. 다만 삼성전자의 현금보유고는 90조원 이상인 만큼 미청구공사가 실제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삼성E&A는 올해 초 장래사업 및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2024년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삼성E&A는 수소 등 에너지 전환 신사업 분야에 2000억원을 투자한다. 수소시장 선점을 위한 원천기술에 투자하고, 전략적 협업을 추진한다. 또한 EPC(설계-조달-시공) 수행혁신을 위해 설계 자동화, 기자재 제작 및 자동화, 모듈 효율화 등에 1300억원을 투자한다. 이외에도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를 위해 진행하는 인프라 투자 및 유지보수에 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IBK자산운용은 삼성물산의 안건에도 일부 반대표를 행사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안다자산운용,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가 행동주의를 전개한 곳이다. IBK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가 안건으로 올린 배당 상향에 대해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IBK자산운용은 “배당금 지급수준이 회사의 이익규모 및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돼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가 제시한 자사주 취득의 건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행동주의 펀드 측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IBK자산운용은 “자기주식 취득에 있어 회사의 이익규모, 재무상황, 과거 취득의 적정성, 경영권 관련 사항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재원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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