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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한국형 구축함·잠수함 산증인' 한화오션⑥장보고-I,II,Ⅲ 거치며 국산화율 80%까지…AIP·소나 자체기술 확보, 잠수함 수출 드라이브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03 07:31:55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5년 '잠수함 설계개념'이라는 번역서가 국내에 출간된다. 흔한 개념서 같지만 국내 잠수함 업계에서는 기록할 만한 연혁이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독일 하베데 조선소에 잠수함 유학생을 보낸 지도 2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이렇다할 전문서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 눈에 띄는 건 역자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기술자인 신면섭씨가 직접 번역작업에 뛰어들어 내놨다. 1987년 첫 잠수함 건조 후 16년간의 노하우를 집약했다고 설명했다.

에피소드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잠수함의 역사는 한화오션의 족적 그 자체다. 한화오션이라는 이름의 출범은 최근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오랜 아이덴티티를 이어받은 베테랑이다. 기술력과 경험, 든든한 모기업까지 갖춘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품에서 다시 한번 성장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80% 안팎의 잠수함·호위함 국산화율은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자산이 됐다.

유학생을 보내던 한화오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잠수함을 수출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화오션의 미래 방향타는 국내산 잠수함 생산에서 국산화율 확대, 잠수함 수출과 해외 군함 유지보수(MRO) 사업으로 바뀌어 맞춰졌다.

◇독일 기술 배웠던 한화오션, 국산화율 80%까지

한화그룹의 방산 특징은 '육·해·공'이다. 국내 어떤 방산 기업도 세 영역을 함께 영위하는 곳은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하늘과 우주, 지상까지 아우른다면 자회사 한화오션이 바닷길을 지킨다. 새로운 기업을 그룹의 품에 안은 곳들은 종종 과거의 연혁을 지우는 데 집중하지만 한화오션은 50년 역사를 그대로 기록해 뒀다. 대우조선해양부터 한화오션까지 긴 시간이 쌓인 만큼 한화오션만의 기록도 적잖다.
2021년 해군에 인도된 국내 첫 3000t급 중형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은 한국형 구축함 사업과 잠수함 사업인 장보고-I,II,III 사업을 모두 수행한 국내 유일의 방산업체다. 세 번의 큰 사업 순환을 거치며 국내 생산 잠수함의 국산화율은 단순 조립에서 1200톤(t)급 33%, 1800t급 36%에서 3000t급 76%까지 올라간다.

장보고-I,II 사업을 통해 독일의 디젤 잠수함 기술을 체득한다. 1번 장보고함은 독일 HDW조선소에서 들여온 것이고 이후에 조립, 성능개량 등을 경험했다. 2008년 들어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기로 했다. 장보고-Ⅲ 사업이다. 배치-I인 도산안창호함이 76%의 국산화를 이뤘고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은 국산화율 80%를 목표하고 있다.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 6번함의 국산화율은 82%다. KDX-I,II,III의 전 라인업을 건조하며 높여온 수치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투함을 수출했고 국내 기업 중 홀로 해외에 잠수함을 수출한 경험을 갖췄다.

◇AIP·소나 체계 등 주요부품 국산화 완료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이 국산화율 80%를 목표하기까지는 주요 부품의 국산화가 주효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배치I 잠수함은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수직발사장치와 수평발사차계,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등을 국산화했다고 밝혔다.

배치-II 잠수함은 잠항지속능력이 기존의 3~4배로 길어진다. 최대 4배도 승무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한 기간으로 만약 무인으로 배를 운항할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는 이미 더 긴 운항시간을 확보했다.
주요 부품 국산화율을 높인 차세대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모형. 사진=한화오션

세계 최초로 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탑재한 덕이다. 특히 AIP의 국산화가 한화오션의 자랑이다. 디젤엔진을 잠수정 안에서 작동하면 승무원들이 사용해야하는 산소까지 고갈될 위험도가 높아진다. 충분한 연료 없이는 무조건 해상에 올라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해상에 올라오면 적에 발각될 수 있다. 해결책으로 AIP를 낙점하고 연구개발에 천착했다.

음파탐지기 소나(SONAR) 체계도 국산화했는데 특히 음향측심기와 음탐기 비컨(beacon), 발사형 수중환경측정기 제품을 내세웠다. 이 장비들을 국산화하면서 절반 수준으로 비용이 줄었다.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 6번함도 자이로와 전자전장비, 발전기 등을 국산화했다. 국산화율 부품은 더 늘려갈 방침이라고 한화오션은 밝혔다.

◇폴란드·캐나다 수출 노린다…MRO도 '드라이브'

한화오션은 방산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까지 팔을 걷고 홍보에 나섰다.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서 두다 대통령과 만나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의 잠항기간을 자랑한 게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은 폴란드와 캐나다 등에 하이브리드 디젤 잠수함을 판매하기 위해 김 부회장을 필두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개최한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폴란드 함정사업 계약 체결 일정을 공유했다. 배선태 특수선사업부 영업담당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경우 2026년, 폴란드 함정사업은 내년 각각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전입찰(RFI)이나 입찰제안요청서(RFP) 준비 단계"라고 전했다.
이달 5일 한화오션 정승균 해외사업단장(좌부터 첫 번째)이 미국과 호주 주요 군 관계자들에게 한화오션의 장보고 잠수함 건조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아직은 실적에 성과가 뚜렷하게 반영되지는 못하고 있다. 특수선사업부의 1분기 매출액은 1422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이다. 한화오션은 2분기부터는 매출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연간 실적은 잠수함과 잠수함 창정비 사업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신설한 함정 MRO 전담 조직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 법인 한화오션 USA 홀딩스에 181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한편 호주 오스탈 조선소 인수를 추진해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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