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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88전차에서 블랙팬서까지, 잭팟 준비한 현대로템⑤K시리즈 전차 국산화 업그레이드…주요부품 자체개발 성공에 국산화율 85%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02 10:25:33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30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늘 국산화를 꿈꿔왔다. 철도차량 사업을 근간으로 초반에는 독일·미국 등 선진국의 선로를 따랐고 최근에는 더 빠른 차량을 우리 기술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연혁을 돌아보면 국내 전차 사업을 맡아 이끈 건 당연한 수순이다. 철도를 생산하던 기술력으로 국산화 전차가 탄생한다.

한국형 전차는 완성무기 중에서도 눈에 띄게 위상이 변했다. 미국 전차를 모태로 생산하던 수준에서 전차의 심장부인 엔진까지 국산화를 앞두고 있다. 그 속을 채우는 부품도 열에 여덟이 국내 기술로 제작된다. 국산화율이 높아질 수록 해외 기술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앞서고 있다. 덕분에 최근 잭팟이 터진 폴란드 방산 수출액의 60% 이상을 K2가 채웠다. 국산화율 만큼 수익성도 담보된다.

◇88전차에서 블랙팬서까지…국산화율 85%

'88전차'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K1 전차의 본격적인 배치는 1980년대 이뤄진다. 정확하게 1988년 보급이 이뤄진 것은 아니고 1985년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실전 배치됐다. 모태는 미국의 걸프전을 주도했던 M1 전차다. M1을 기본으로 하긴 했지만 첫 국산화 전차다. 이전까지는 미국 등에서 수입해온 전차를 썼다. M48A3K와 M48A5K 등이다. 일부 국내 생산됐지만 조립이지 제작이 아니었다.

국산화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전차는 2000년대 이후 등장한다. 개량형 K1A1이다. K1A1은 2001년 현대모비스의 주도로 탄생한다. 현대로템은 현대모비스로부터 2002년 방산 사업을 물려받았다. K1A1 출시 당시 국산화율 67%다. 탄도계산기, 포수조준경 등 320여종의 부품을 국산화했다. 국산화 효과는 대당 2억7000만원의 제작비 절감으로 돌아온다. 대당 가격은 44억원이었다.

2008년 K2 개발에 성공한다. 201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애칭은 흑표, 해외에서는 블랙팬서라 부른다. 목표는 국산화율 90%, 실제 국산화율은 84.4%까지 올라왔다. 100%를 추구하지 않는 건 채산성이 맞지 않는 일부 부품이 있어서다.

개념연구부터 시제품 개발까지 10년 이상이 걸렸고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현대로템뿐 아니라 당시 삼성탈레스와 넥스원퓨처 등 20여개 기업이 참여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다. 자체 개발과 생산에 집중한 건 수출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주요부품 국산화 주력…'심장'도 국산으로 만든다

K2 개발로 축포를 터트렸지만 산고도 겪었다.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이 원인이었는데 9600km를 주행하며 어떤 결함도 없어야한다는 기준치를 넘기가 퍽 어려웠다.

K2 전차가 먼저 개발된 뒤 파워팩까지 국산화한다는 포부로 2005년 약 1000억원에 가까운 개발비를 들였지만 국산 변속기가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엔진은 국산화했지만 파워팩을 함께 구성하는 변속기는 독일제를 달았다.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는 건 완전 국산화가 코앞이라서다. 군 당국이 4차 양산분부터 변속기까지 국산으로 바꿔 100% 국산화를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2조원을 들여 K2 150여대를 추가 생산하는데 파워팩 국산화도 함께 추진한다는 목표다.

이 경우 폴란드 추가 수출분에는 완전 국산화 K2 전차가 납품될 수 있다. 튀르키예에 국산 변속기를 수출한 이력이 있어 현실화가 머지 않았다. 변속기는 협력사 SNT다이내믹스가 개발하지만 독일제보다 완성무기 수출·변속기 수급 면에서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K2에 탑재하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 사진=현대두산인프라코어
국산화 부품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현대로템이 잘 알고 있다. 부품 100%를 현대로템이 만들지는 않지만 개발을 주도하는 건 최종 제작사인 현대로템이다.

주요 부품의 국산화는 이미 마쳤다. 현대로템이 꼽은 국산화 부품은 포탑과 차체간 전력과 신호, 공기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금속제 고리인 '슬립링' 등이다. 전차의 포탑에 적용돼 포탑과 전차포의 고저각을 측정하고 감지하는 리졸버 조립체 '포고저감지기'와 풍향, 풍속, 온도, 대기압 등을 감지하는 센서 조립체인 '기상감지기'도 초반부터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들이다.

◇폴란드 잡고 루마니아로…수출 성과 실적으로

2022년 폴란드와의 방산수출 계약은 전례가 없던 규모다. 국내 방산 수출 역사를 통틀어 최고액이었다. K방산 수출 잭팟의 주역으로는 K2전차가 꼽힌다. 폴란드와의 방산수출 2차 계약물량 30조원 중 현대로템의 K2가 20조원을 차지한다.

자체기술력으로 약 85%를 만드는 만큼 고객맞춤형 전차개발도 가능하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맞춤형 K2PL 모델도 개발해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루마니아 수출도 기대 중이다. 독일의 2A8 전차와 경합 중이다. 최종 관문 격인 실사격 테스트가 목전이다. 목표 물량은 500대, 수주액은 10조원이다.

수출 효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1분기 매출액 7478억원, 영업이익 4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9.3%, 40% 증가한 수치다. 디펜스솔루션의 매출이 3180억원으로 가장 컸다. 1분기에는 국군 납품 물량이 우선돼 폴란드 수출액이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2분기와 그 이후 실적 전망이 더 맑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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