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빗코 서비스 종료, 원화 상비군 거래소 '붕괴 가속' 누적 적자·모기업 재무 악화 영향…특정 플랫폼 위주 시장 고착화 우려
이민우 기자공개 2024-05-14 09:03:51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3: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봤던 한빗코가 이달 문을 닫는다. 지난해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 허들을 넘지 못하며 되려 과태료 처분을 받은 지 약 반년 만이다. 누적된 적자와 더불어 모기업 티사이언티픽의 불안정한 재무상황 등 여러 요인이 배경이다.폐업하는 곳이 1개 더 늘어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풀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이미 지난해부터 캐셔레스트 등 중소형 거래소가 잇달아 사업을 접으며 붕괴가 가속화된 상황이다. 차후 신규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로 발전할 상비군이 줄어들고 특정 플랫폼 위주 점유율 고착 심화가 우려된다.
한빗코는 이달 16일 가상자산 거래소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2017년 플루토스 디에스와 김지한 전 대표의 손길로 가상자산 시장에 들어선 지 7년만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초창기와 2021년 전후 호황기, 침체기를 모두 거치며 존속해왔지만 2021년부터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했다.
지난해 광주은행과 실명확인입출금계좌 계약을 맺는 등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도약에 근접했던 바 있다. 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당국으로부터 고객확인의무(KYC) 및 거래제한조치 등의 미흡을 지적 받았다. 이에 20억원 상당 특금법 위반 과태료 처분에 처했고,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전환도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과태료 처분과 함께 원화마켓 전환이 무산되고 희망퇴직을 신청받으면서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던 것이 꽤 오래됐다”며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현재 일부를 제외하면 내부 인력 역시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기간 적자 누적에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도약도 물거품된 만큼 사업을 더 이상 이어가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한빗코는 서비스 시작 다음연도인 2018년부터 지속된 영업적자에 시달려왔다. 2022년 운영사 플루토스디에스가 티사이언티픽에 240억원 몸값으로 인수된 이후에도 영업적자는 더 커졌다.
인수자 티사이언티픽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2021년 연결기준 10억원 상당 영업이익을 냈던 실적이 한빗코 인수 연도인 2022년부터는 24억원 영업손실로 뒤집혔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56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고 결손금이 734억원까지 확대됐다. 거금을 들였지만 모기업 재무 상황 역시 어려운 만큼 한빗코에 여력을 더 쏟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빗코 서비스 종료로 국내 비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중 거래량이 발생하는 곳은 포블게이트, 지닥 등 4곳 정도만 남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캐셔레스트, 코인빗, 후오비코리아 등 비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상당수가 폐업을 고했다. 크립토 윈터와 가상자산 투자 위축 등에 대응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연명해왔던 게 한계에 다다랐다.
비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는 그간 차후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상비군으로 여겨졌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에서 제시하는 허들이 높지만 현재 5대 원화 거래소 중심으로 굳어진 체제를 비집고 들어갈 일말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운영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곳이 많아지면서 국내 거래소 풀도 축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소형거래소 붕괴는 향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이 특정 플랫폼 위주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미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업비트, 빗썸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달리 코인원·코빗·고팍스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5대 거래소 중 가장 점유율이 낮은 고팍스의 경우 최근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지위 유지에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추세다. 실명계좌를 제공해온 전북은행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자본잠식 문제를 우려하며 재무건전성 방안을 요구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고팍스와 전북은행 간 실명계좌 계약이 올해 8월 만료된다. 전북은행이 스트리미에서 제시한 재무건전성 방안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실명계좌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우선 스트리미는 현재 충당부채로 잡히며 자본잠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파이 미지급금을 두고 채권단에 잔여액을 주식으로 출자전환을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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