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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공매도를 허(許)하라

이승우 자본시장부 부장공개 2024-05-21 07:01:1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이 헤매고 있다. 총성 없는 미국과의 전쟁으로 G2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발빠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말에서 2023년 상반기까지 중국에서 빠져나간 주식과 채권 자금은 1조37000억 위안, 달러로 환산하면 1880억달러에 달한다. 그 이후에도 자금유출은 계속 되었기에 최근 2년 사이 최소 20%, 최대 30% 이상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 해외 자본의 창구 역할을 하는 홍콩, 그 곳에서 근무하는 IB들은 심각하다. 동아시아 금융허브가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이동,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는 것으로 보고 있다.

IB들은 홍콩을 포함한 해외 자본 이탈의 원인을 중국 내부에서도 찾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중국 정부의 '비상식적'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게 만든 결정타라고 지적한다. '제로 코로나'를 기반으로 해외 자본의 손발을 묶었고 금융종사자들의 출입국 통제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다. 그 즈음 중국 태생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압박도 관전자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외국계 IB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정부가 중국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를 꼭 찍어 이야기했다. 외국계 IB 사이에서 한국 정부의 해당 조치를 '당황 그자체, 중국스럽다'고 표현한다. 비상 상황도 아니고 경제 안보 측면도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자본시장 룰(rule)을 훼손했다는 걸 해외 IB들도 이미 간파하고 있다.

차입 공매도는 정부가 권장한 거래다. 사모운용사 육성을 위해 롱숏 플레이가 주전략인 헤지펀드 라이선스를 정부가 부여했다. 차입공매도를 위한 대차 비즈니스를 위해서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제도도 도입했다. 글로벌 IB와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자는 의도였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갑자기 뒤집은 셈이다.

공매도 금지는 정부의 다른 부처 정책과도 결을 달리 한다. 환율 급상승으로 외화 차입을 독려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달리 금융당국은 국내 기업의 외화 조달을 막고 있다.

최근 카카오가 해외에서 교환사채(EB)를 발행했을 때에도 해외 투자자를 구하는 게 힘들었다. 해외투자자는 공매도를 통해 가격 변동에 대한 헤지(hedge)를 해야하는데 한국 정부가 금지한 상태라 이 거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는 사모투자자를 암암리에 구했다.

공매도 금지의 결정적인 근거인 '작전세력과의 결탁'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작전세력 그 자체이지 공매도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주식의 적정가격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다. 오버밸류를 제어하는 공매도가 없으면 작전세력이 더 들끓을 수 있다.

정부도 알고 있다. 금융시장은 매우 정교하게 얽히고 설켜 있다는 걸. 어느 한 구석이 막히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납득하기 힘든 규제는 없애야 한다.

다만 그동안 합법인 차입공매도와 불법인 무차입공매도를 혼동한 IB들도 내부 시스템을 제대로 손봐야 한다. 그래야 정부도 순리로 돌아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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