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탁사 책준사업 리포트]하나자산신탁, 공시사업장 시공사 재무지표 '적신호'②부채·유동·당좌비율 저조한 건설사 다수, 회생신청 대우조선해양도 포함
이재빈 기자공개 2024-05-27 07:43:40
[편집자주]
부동산신탁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제공한 책임준공 약정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공사비 인상 여파로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는 시공사가 늘면서 대신 의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끝내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대주단과 손해배상을 두고 법적다툼을 벌이는 사례도 나온다. 더벨은 국내 시행법인들의 감사보고서 속에서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 약정을 명시한 사업장을 조사해봤다. 2023년말 책임준공 약정 사업장들의 전체 대출잔액 1조원 이상인 부동산신탁사가 대상이다. 이를 통해 각사별 책준형 사업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한 토지신탁 사업지 가운데 감사보고서 상에서 시공사가 확인된 사업장은 총 11곳이다. 이 가운데 재무건전성이 종합건설업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시공사는 4곳으로 확인됐다. 안정적인 수준의 재무지표를 보유하고 있는 시공사는 2곳에 그쳤다.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을 맡은 사업지도 있다.공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어 신탁계정대가 투입된 사업지도 포착됐다. 부산 서구 암남동 물류센터 사업지로 약 230억원의 신탁계정대가 투입됐다. 다만 하나자산신탁은 연내 준공 부동산 매각을 통한 신탁계정대 회수를 전망하고 있고 일부 사업장은 이미 준공을 마쳤거나 상반기 중 준공이 예정돼 있다.
◇1차 책임준공 의무 시공사, 재무지표 대부분 미흡
2023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법인 가운데 하나자산신탁에 부동산이나 토지를 신탁하고 있는 기업은 약 500곳이다. 이 가운데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받고 있다고 감사보고서에 명시한 법인은 총 12곳으로 확인됐다.
대구 중구 동산동에 주상복합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도원동산개발을 제외한 11개 법인은 시공사가 확정된 상태다. 11개 시공사 중 2023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 이내에 자리하고 있는 시공사는 4곳이다. 화성산업(43위)과 대보건설(52위), 태왕이앤씨(67위), 대상건설(78위) 등이다.
11개 시공사 중 2023년 말 기준으로 유동비율과 당좌비율이 200%를 상회하면서 부채비율이 200% 미만인 건설사는 태왕이앤시와 대명이십일 2곳에 그쳤다. 나머지 9개 시공사 중 4곳은 부채비율과 유동비율, 당좌비율 중 하나 이상이 종합건설업 평균을 밑돌았다.
이들 시공사의 재무지표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유동성 문제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질 경우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한 하나자산신탁의 자원 유출 가능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준공기한이 도과되면 시공사가 채무를 인수해야 하지만 도산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을 경우 책임준공 미이행 시 대출원금 및 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약정한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져야 한다.
손해배상금 지급을 막기 위해서는 신탁계정대 등의 투입을 통해 어떻게든 공사를 진행시켜야 한다. 분양대금 등으로 공사비를 조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악화된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PF대출보다 변제순위가 뒷단에 자리해 회수 가능성도 떨어진다.
책인준공 확약이 제공된 사업장의 건설사 중 대표적인 재무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법인은 3곳이다. 먼저 부산 서구 암남동 물류센터 시공을 맡은 건영은 부채총계 2653억원, 자본총계 572억원으로 부채비율 463.81%를 기록했다. 갚아야 하는 빚이 자기자본의 5배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부산 사하구 신평동 지식산업센터 시공을 맡은 대보건설도 부채비율이 279.96%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214.36%인 일동은 울산 남구 공동주택의 시공을 맡았다.
부채비율은 신용평가사도 자주 사용하는 안정성 평가 지표다. 신용등급 'BBB'를 받기 위해서는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시장에서도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면 빚이 과도한 것으로 보고 300%를 넘어가면 위험한 수준으로 간주한다. 워크아웃을 신청할 당시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478%였다.
유동성을 가늠할 때 사용되는 유동비율이 200%를 하회하는 시공사는 5곳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1년 이내에 현금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유동자산을 1년 이내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시장에서는 유동비율이 200%를 상회하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분류된다. 반면 100%를 하회하면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1년간 들어올 돈보다 갚아야 할 돈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조달청이 매년 6월 공개하는 종합건설업 평균 유동비율은 2022년 말 기준 148.8%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시공사는 105.96%에 그친 일동이다. 평택 고덕 국제화지구 근린생활시설 시공을 맡은 홍성건설은 110.98%, 울산 달동 주상복합 시공사인 대상건설은 154.89%에 그쳤다. 이밖에도 대보건설이 127.4%, 건영이 158.11%로 나타났다.
건영과 홍성건설의 경우 유동부채 대비 당좌자산 비율이 100%를 하회했다. 건영이 43.73%, 홍성건설이 91.72%로 나타났다. 유동비율이 가장 낮은 일동은 5.77%에 그쳤다.
당좌자산은 기업이 원할 때 즉각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유동자산에서 재고자산을 제외해 산정한다. 유동비율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유동성 지표다. 시공사 재고자산인 토지와 건물의 경우 매각이 불발되면 현금화가 어려워 유동성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동자산에서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시공사도 다수 확인됐다. 유동자산 대부분이 공사비 매출채권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제때 현금이 유입되지 않을 경우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대상건설의 경우 매출채권 1006억원 중 433억원에 대해 대손충당금이 설정돼 있다. 경북 경주 공동주택 사업장에서 115억원, 평택 고덕 지식산업센터에서 33억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했다. 대손충당금을 반영하면 전체 유동자산의 78.71%를 매출채권이 차지하게 된다.
파주 오피스텔 시공사인 영진종합건설도 공사미수금 256억원, 미청구공사 536억원이 유동자산에 포함돼 있다. 공사미수금 대손충당금 38억원을 제외하면 유동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14%다. 안산 물류센터를 시공하는 백상건설도 비중이 76.96%를 기록했다.
하나자산신탁이 책임준공 약정을 제공한 사업장의 시공사 중에는 대우조선해양건설도 포함돼 있다. 임금지불 및 채무상환능력 부족으로 인해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건설사다.
하나자산신탁 관계자는 "11개 사업장 중 2개 사업장은 5월 현재 준공이 완료됐고 상반기 중으로 2개 사업장의 준공이 예정돼 있다"며 "현재 공정률과 계약률 등의 측면에서 책임준공 기한이 경과할 것으로 우려되는 사업지는 없다"고 설명했다.
◇암남 물류창고, 공사비 부족에 신탁계정대 239억 수혈
하나자산신탁이 신탁계정대를 투입한 사업지도 확인됐다. 암남물류개발이 시행하고 건영이 시공하는 물류센터 사업장이다. 물류센터는 부산 서구 암남동 633-3번지 일원 1만9835㎡ 부지에 연면적 8만5797.66㎡, 지상 8층 규모로 조성됐다.
시행사는 2021년 9월 1400억원 규모 대출약정을 체결하고 착공에 나섰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 진행이 어려워졌다. 결국 하나자산신탁이 239억원의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책임준공 약정을 이행할 수 있었다.
하나자산신탁 입장에서는 손해배상 의무는 면했지만 자금이 묶이게 된 상황이다. PF 대출을 제공한 대주단도 자금을 회수하지 못 하고 있다.
신탁계정대 회수 목표는 오는 9월이다. 물류센터 선매입 약정을 체결한 마스턴투자운용과 매각 가격 및 시점을 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나자산신탁은 물류센터 매각이 불발돼도 신탁계정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을 맡은 건영의 타지역 사업장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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