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세메스는 지금]삼성 반도체 임원 제2막, 기술유출 통로 '갈림길'②연이어 모회사 출신 CEO, 소부장 사관학교 역할도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30 11:24:24

[편집자주]

국내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이지만 규모 대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삼성그룹에 속한 세메스가 주인공이다. 세메스는 주요 설비를 내재화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정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확실한 고객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권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사실상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여서 실적이 두 계열사에 달려있는 점, 국내 소부장 기술을 도용했다는 업계 비판 등이 리스크다. 세메스를 둘러싼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메스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최대 고객인 모회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포석이다. 최고경영자(CEO) 외 주요 임원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넘어온 이들이 다수다.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만큼 다른 삼성전자 협력사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문제는 세메스 관련 인력들이 새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중국 등으로 우리나라의 핵심 반도체 기술이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필수 설비 내재화의 양면성이다.

◇반도체 시너지 모색, '삼성맨' 대거 투입

현재 세메스를 이끌고 있는 정태경 대표는 2022년 3월 취임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패키지 선행연구팀장, 테스트&패키지(TP)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에는 TP센터장을 맡으면서 삼성전자와 일본 도레이가 합작 설립한 스테코 대표를 겸직했다. 세메스로 오기 전에는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사업팀장(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그동안 세메스는 10명의 수장을 맞이했는데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초대 CEO인 김광교 전 대표부터 전임인 강창진 전 대표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힘을 보탰던 인물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출신이 국내 소재, 장비업체 대표나 임원으로 가는 건 일상적"이라면서 "특히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만큼 이동이 좀 더 수월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통상 삼성전자 내부 승진 경쟁에서 밀린 임원이나 부장급 인사가 협력사 요직으로 옮기는 사례는 많다. 다만 세메스는 직속 기업이어서 삼성전자 출신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후문이다.

세메스는 반도체 공정 중 △세정 △노광 △식각 △검사 등 영역의 장비를 다룬다. 웨이퍼 이송시스템(OHT) 등 물류 설비도 생산한다. 반도체 생산라인 내 주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삼성전자와의 원활한 소통이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대표 외 주요 임원도 삼성전자를 거친 이들이 포진돼 있다. 최길현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연구소장은 삼성전자에서 글로벌인프라총괄,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문형준 기획지원팀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획팀장으로 재직했었다.

김경현 클린팀장, 김장환 요소기술그룹장, 박동운 포토모듈그룹장, 박상현 포토개발그룹장 등도 삼성전자에서 왔다.

성덕용 기타비상무이사와 황희돈 기타비상무이사는 각각 삼성전자에서 설비기술연구소 담당임원(부사장),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담당임원(부사장)으로 근무 중이다. 조기재 감사는 현 삼성전자 메모리 지원팀장이다. 이들은 비상근 인원으로 삼성전자와의 네트워킹을 위해 세메스에 발을 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 위주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품목이 다양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이 많아 특수 공정 도입이 활발한 분야다. 앞으로 세메스가 개발 및 생산해야 할 장비 라인업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임직원의 러시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반대로 세메스에서 다른 토종 장비업체 등으로 이직하는 일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세메스를 '소부장 사관학교'라 부르기도 한다.

출처 : 세메스

◇삼성전자와 통하는 길, 중국발 기술유출 '표적'

삼성전자로서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세메스가 가장 믿을 만한 협력사이면서 '리스크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최근 수년간 세메스는 수차례 기술유출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형제 기술범'이 대표적이다.

세메스 전 연구원인 A씨는 2019년 반도체 장비사를 설립한 뒤 세메스 설비 기술 등을 부정 취득해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중국에 수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A씨는 올 초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A씨가 구속되자 친형인 B씨는 동생 회사를 대신 운영하면서 기존 장비 외관을 변경해 중국으로 넘기는 등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B씨는 추가 수출을 시도하던 중 인천항에서 검찰에 발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이전에도 세메스 출신 임직원이 중국 등으로 기술유출을 주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메스 출신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국은 물론 네덜란드, 일본 등과 중국 반도체 굴기 압박에 나서면서 중국이 장비 국산화에 속도를 낸 영향이 한국에 미치는 분위기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중국 쪽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출신 인재를 빼 오다가 제재가 심해지자 협력사 등으로 우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와 직접 연결되는 세메스는 중국이 노리기 좋은 먹잇감"이라고 지적했다.
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가 압수한 중국 수출 예정이던 반도체 세정 장비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