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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메스는 지금]삼성의 숨은 보석, 국내 반도체 장비 1위의 명암①특정 고객 의존도 '절대적', 신장비 개발 필수

김도현 기자공개 2024-05-29 08:00:00

[편집자주]

국내 최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이지만 규모 대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 삼성그룹에 속한 세메스가 주인공이다. 세메스는 주요 설비를 내재화하면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정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확실한 고객들이 각 분야에서 선두권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사실상 외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여서 실적이 두 계열사에 달려있는 점, 국내 소부장 기술을 도용했다는 업계 비판 등이 리스크다. 세메스를 둘러싼 상황과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소재, 장비 등을 다루는 글로벌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장악한 분야다.

이들 국가에서 핵심 설비 등을 들여오지 않으면 국내 양강은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이는 일본 수출규제, 미국의 중국 제재 등에서 드러났다. 메모리 1~2위가 있음에도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 게 삼성 계열사 세메스다. 유일하게 전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에서 순위권에 드는 곳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세메스의 역할이 중요한 배경이다. 세메스를 비롯한 토종 장비사가 힘을 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힘을 받게 된다.

◇30년 넘은 역사, 한국 장비업체 첫 '1조 클럽'

세메스는 1993년 삼성전자와 일본 다이니폰스크린(DNS)이 합작해 만든 한국DNS가 전신이다. 공교롭게도 그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세계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듬해 1공장을 준공하고 세정 장비(Wet Station)를 출시했다. 이후 폐가스를 처리하는 스크러버(Scrubber), 포토 트랙 장비 등을 내놓으면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1998년 미국 법인설립, 1999년 2공장 준공 등으로 사세도 확장했다.

*출처 : 세메스 *작성 : 더벨

2000년에는 식각 공정에서 사용되는 에처 장비를 국산화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후공정 위주에서 전공정으로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 의미가 컸다.

2005년 지금의 세메스로 사명이 변경됐다. 당시 DNS의 지분 전량을 삼성전자가 인수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세메스 지분 91.54%를 보유 중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디스플레이 장비사업도 본격화했다. 삼성그룹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양산에 돌입하면서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디스플레이 세정분야 세계 1위에 오르는 성과도 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 검사 및 관련 부수 설비 등까지 생산하면서 세메스는 주요 공정 대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디스플레이 역시 점차 분야를 확장했다. 2013년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였던 세크론과 지이에스를 흡수합병했다. 2015년 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0년대 후반~2020년대 초반에는 디스플레이 비중이 대폭 줄고 반도체 사업이 호황을 이뤘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투자가 전방산업 영향으로 대조를 이룬 영향이다. 2021년에는 연매출 3조원까지 찍었다. 이때 세계 순위가 6위까지 오른 바 있다.

다만 세메스는 국내 최대 장비 제조사지만 삼성전자와만 거래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제한적이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해외 기업과의 경쟁을 뚫어야만 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기존 설비 성능 향상은 물론 제품군을 꾸준히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외산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 절감, 공급망 안정화 등을 위해 세메스가 필요하다. 현재 천안, 화성, 동탄, 평택 등에 생산라인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팹 인근에서 발 빠른 대응을 위한 포진이다. 추후 용인에 핵심 장비 R&D 및 기술 육성을 위한 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앞두고 있다.

세메스 천안사업장

◇'형님과 함께 간다' 삼성 반도체 실적 직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 세계 반도체 장비 순위(매출 기준)에서 세메스는 10위를 차지했다. 2022년 대비 한 계단 떨어졌지만 '톱10'은 유지했다.

지난해 세메스는 연결기준 매출 2조5155억원, 영업이익 6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약 13%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2194억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실적에서 90% 내외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연간 적자로 돌아선 탓이다.

이렇듯 세메스는 삼성전자라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자회사인 만큼 장비를 외판하기 힘들고 가격협상이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구조다.

대신 삼성전자라는 확실한 고객의 존재는 든든하다. 작년을 제외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성과는 대체로 긍정적이기도 하다. 연매출이 조단위 수준인 장비사는 국내에 드물다.

올 1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흑자 전환하자 세메스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 기간(연결기준) 세메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87억원, 40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가 재개되는 시점이어서 매출은 전년 동기(7285억원) 대비 낮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352억원) 대비 증가했다. 이미 2023년 한해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어선 수치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부품 교체 등 사후서비스(AS) 수익이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같은 시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1억원에서 133억원으로 전환됐다. 생산실적을 봐도 개선세가 드러난다. 올 1분기 제조한 에칭 장비 21대, 조립 및 테스터 장비 170대 등은 지난해 연간 대수의 3분의 1 정도다. 전반적인 가동률이 올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물론 포토 및 클린 장비, 자동화 설비 등은 예년 대비 부족하다. 하반기로 갈수록 평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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