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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비행을 위한 24시간 안내서' 대한항공 종합통제센터 [르포] 불꺼지지 않는 OCC, 하루 400편 관리…격납고엔 '티웨이' 대체 항공기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7 08:04:5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장님, 터뷸런스(turbulence·난기류) 정보 전달하려 연락드렸습니다. 앞서 운항 중인 082 항공편은 가벼운 난기류가 있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따르면 현 운항 고도에서는 터뷸런스 문제가 없기 때문에 동일한 고도를 권장드립니다."

"네, 카피했습니다. 현재 고도 3만8000피트(ft) 유지하겠습니다."

미국에서 인천으로 돌아오고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조종사와 종합통제센터(OCC) 전문가의 위성통화 대화다. 하나의 항공기를 띄우더라도 고려해야하는 조건이 적잖다. 지상의 조종실로 불리는 OCC에서는 기상과 항로, 이착륙 시간과 상황뿐 아니라 국제 정세까지 살핀다. 입구 맞은 편 벽면을 빼곡히 채울 만큼 큰 스크린을 설치한 이유다.

대한항공은 23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 위치한 OCC와 정비 격납고, 객실훈련센터와 항공의료센터 등의 핵심시설을 공개했다.
조종 승무원과 위성통화 중인 안전운항 관리사. 사진=대한항공
◇하루 400편 관리하는 '지상의 조종실'

여행의 설렘과 야간 비행의 낭만, 바쁜 출장 일정. 한 비행기에 타고 있는 탑승객들에게는 제각각의 사연이 있다. 이야기가 탈없이 이어지려면 항공기의 정시 출발과 안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안전과 시간은 어긋나면 크게 문제가 되지만 지켜지면 티가 나지 않는 일, 이 '기본'을 지키기 위해서 밤낮을 잊은 이들도 있다.

전면 스크린과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항공기의 항적이 점 표식으로 반영되는 한편 글로벌 뉴스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운항 관리사의 자리마다에도 모니터가 적어도 세 대씩 놓였다. 항공기상전문가용 웹페이지와 보딩 스케줄, 경보시스템 등 여러 화면이 동시에 띄워져 있다.
항공기 상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대형 스크린. 사진=허인혜 기자
대한항공 여객기 138대와 화물기 23대는 모두 OCC에서 관리한다. 하루 처리해야 하는 항공기 정보만 적어도 400편 이상이다. OCC는 330평의 넓은 공간을 쓴다. 이곳을 11개 부서, 240명의 전문가가 채우고 있다. 24시간 근무제를 위해 3교대를 실시한다.

운항관리센터는 항로와 연료, 탑재량, 비행시간 산출과 운항 모니터링을 수행한다. 정비지원센터에서는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탑재관리센터에서는 승객 좌석과 화물 탑재 위치 등을 결정한다.

◇'Zero Defects'로 나아가는 격납고, 한편엔 '티웨이'

김포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는 대한항공과 진에어 항공기를 정비하는 격납고가 있다. 축구장 2개, 아파트 10층 규모의 격납고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크게 적힌 '결함 없음(Zero Defects)'이라는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항공기 3대를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대한항공 항공기 2대와 진에어 항공기 1대가 정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항 중 관리도 중요하지만 전후 정비도 놓치지 않아야할 요소다. 24시간 기체와 부품을 검사하고 수리한다. 결함률이 낮아 정시 운항률이 100%에 가깝다.
대한항공의 김포 격납고. 대한항공 HL8313 기종과 진에어 HL7757 기종이 정비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허인혜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예고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주기장 정면에 서 있는 붉은 빛 비행기, 티웨이항공 도색을 마친 대한항공의 항공기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이 합병 항공사의 대체 항공사로서 투입하는 유럽·미주 항로 비행기 정비도 협의 중이다.

김일찬 운항점검정비공장 부공장장은 "항공기 한 대를 정비하는 데 한달 이상의 시간을 들인다"며 "시간을 더 단축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기종 별로 프로그램을 달리 짜는 한편 최적의 기간을 고려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친절의 대명사'? 단호한 "짐 버려"

국내 1위 항공사인 만큼 체계에 대한 의심은 없었지만 기대보다 대단했다. 객실훈련센터 이야기다. 좌석 등 일부분만 재연돼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틀렸다. 지하 2층, 지상 2층의 연면적 7695㎡ 규모를 갖췄다. 보잉 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똑같은 모형 시설을 배치해 뒀다.
객실훈련센터에서 활용하는 보잉 737 기종의 모형. 사진=허인혜 기자
객실훈련센터에서는 각종 비상상황에 대한 객실 승무원의 대응책을 교육한다. 문 개폐 훈련부터 비상시 대응 방안까지 범주가 넓다. 승무원은 친절의 대명사지만 위험 상황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최초 충격시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을, 항공기가 완전히 멈추면 탈출 여부를 판단하고 '벨트 풀어'부터 '짐 버려'까지를 명령한다. 실제로 큰 소리의 명령어를 들으니 위험도가 느껴지는 한편 몸이 반응했다.

기내 안전을 위협하는 탑승객을 제어하는 훈련도 이행한다. 교육 담당자가 술에 취해 승무원을 위협하는 탑승객 연기를 실감나게 펼치자 제어 역할을 맡은 담당자가 규정에 맞춘 고지와 함께 포박하는 장면이 시현됐다. 비상 착수에 대비해 가로 25m, 세로 50m 크기의 대형 수영장도 갖췄다. 바다나 강에 내릴 경우를 대비해 지상 2층 높이에서 탈출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 구명보트에 탑승하고 구조 요청을 하는 과정도 훈련한다.
A380 기종 문 개폐 훈련. 사진=허인혜 기자
꾸준한 자기반성이 주효했다. 유종석 부사장은 "지난해 델타 안전팀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올리버 와이의 안전진단을 받았다"며 "국제 기준인 ICAO SMS 성숙도 진단 지수에서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았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를 기점으로 안전 문화를 다시 정립하자는 기조를 세웠다.

준비는 자신감으로 드러났다. 비상 착수 훈련을 시현했던 한 승무원은 "안전 관리에 이만큼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 대한항공 비행기를 탈 때마다, 오늘 보셨던 장면을 떠올려 안전에 대해서는 안심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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