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와이어블, 경영윤리 리스크·줄어든 먹거리 '이중고'①기지국기반 수익 축소 추세, 장병권 대표 구속 이력 잡음
최현서 기자공개 2024-05-31 07:38:21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9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와이어블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의 전신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과 13개 기간통신사업자가 모여 1996년 설립한 국내 첫 공용 통신장비사다. 지하철, 지하상가 등 통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 세워졌다.20여년동안 기지국 기반의 탄탄한 수익원을 갖췄지만 시간이 흐르며 수익성에 한계가 오고 있다. 이에 더해 경영 윤리와 관련된 리스크도 지속해 부각되는 중이다.
◇공용 기지국 기반 수익성 큰폭 성장
와이어블의 전신은 한국전파기지국관리㈜다. 한국무선국관리사업단과 SK텔레콤, 한국통신프리텔(2009년 6월 KT에 합병), LG텔레콤(LG유플러스의 모체) 등 13개 기간통신사업자가 의기투합해 1996년 12월 30일 설립했다. 2002년 한국전파기지국으로 사명을 바꾼 뒤 2021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통신 음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과도하게 많은 통신사 탓에 기지국 쏠림 현상이 있었다. 현재 이동전화(MNO) 기준 기간통신사업자는 SKT,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와 최근 정부의 승인을 받은 스테이지엑스까지 총 4개지만 1990년대에는 그 수가 10개사를 넘길 정도로 사업자가 많았다.
사업자가 많아지면서 통신 서비스의 필수 요소인 기지국이 과도하게 많아졌다. 지금은 폐기된 '전담사 제도'가 있던 게 주 원인이었다. 기지국을 사업자가 직접 짓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현재는 통신3사가 일부 지역에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을 공유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하거나 통신장비사가 지은 기지국을 빌리는 형태로 망을 공급한다.
이렇다보니 수익성이 보장되고 사람이 몰리는 대도시와 지상에만 기지국이 설치됐고 지방은 소외됐다. 도시라고 해도 지하철이나 지하상가와 같은 곳에서 전화가 안 터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취지는 좋았으나 시작은 쉽지 않았다. 사업 첫 해인 1997년 전국에 4997개의 기지국이 세워졌는데 이 중 1019개만이 공용으로 설치됐다. 공용화율은 20.4%에 불과했다.
당시 공용 기지국 사업을 전담하던 정통부 전파방송관리국은 사업 부진 원인으로 △통신 시장의 시장 선점을 위한 개별 기지국 설치 선호 현상 △이미 설치된 기지국의 시설 제공 기피 △도심 내 송·수신장비 설치 공간 확보의 어려움 △공용기지국 설치를 위한 자본과 전문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이듬해 정부는 새로 지어지는 기지국은 공용화가 원칙이라는 방침을 내림과 동시에 공용 기지국 건립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공용 기지국 설립에 탄력을 받은 한국전파기지국관리는 통신시설 구축을 통해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1999년 120억원에 그쳤던 통신시설 매출이 2000년 185억 2001년 276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26억원의 총 매출 중 통신시설 건설로 376억원을 벌었다.
기지국 사용료도 또다른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통신3사를 상대로 철탑을 빌려줘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 한국도로공사 등 20개의 기관도 와이어블의 고객사다. 지난해 기지국 사용료로 346억원을 받았다.
다만 최근 3년간 실적을 살펴보면 수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1년 실적을 보면 매출 785억원, 영업이익 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6억원, 29억원이다. 외형과 이익 모두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병권 대표 사법 리스크 꼬리표
이런 와중에 최근 몇 년 사이 최대주주 리스크까지 겹다. 경영진의 윤리 문제다. 장병권 와이어블 대표는 부회장 시절인 2014년 구속 기소됐다. 셋톱박스 제조업체 홈캐스트 인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간 담보 없이 연대보증을 서도록 지시해 66억4000만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를 받았다.
계열사 명의로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당시 한국전파기지국이 연대 보증을 제공한 것처럼 보증서, 대출약정서, 이사회 결의서 등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이를 통해 제2금융권으로부터 1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이듬해 있었던 항소심에서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형 집행 중이었던 2016년 12월 가석방됐다. 이후 4개월만인 2017년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
당시 홈캐스트의 최대주주였던 장 대표는 홈캐스트가 바이오 산업에 발을 들인다는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26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2020년 장 대표의 징역 1년을 선고를 확정했다. 이후 출소한 장 대표는 올 3월 들어서야 와이어블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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