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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FX 강자 덱스터]'고릴라 링링'에서 탄생한 기술력①동물 털 구현 위한 '젤로스' 개발 계기로 설립…국내 VFX 경쟁력 압도적

고진영 기자공개 2024-06-03 11:12:31

[편집자주]

덱스터는 VFX 업계에서 독보적 선두 주자로 꼽힌다. 영화 <미스터 고> 제작을 위해 세워진 회사인데 흥행 실적은 볼품없었지만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남겼다. 이제는 후반작업뿐 아니라 콘텐츠 기획과 제작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덱스터의 시작과 지금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덱스터(덱스터 스튜디오)는 시각 특수효과 VFX(Visual Effect) 전문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콘텐츠 기획과 촬영 및 제작, 음향처리 등 전·후반작업이 모두 가능하도록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로 유명한 김용화 감독이 2011년 설립했는데 계기가 꽤 특별하다.

◇흥행 참패 <미스터 고>의 유산

덱스터 창업자인 김용화 감독은 일찌감치 충무로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데뷔작 <오 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까지 3편을 줄줄이 성공시켰다. 그러다 아시아 최초로 전체 3D 영화를 만들겠다며 도전한 작품이 <미스터 고>다.

<미스터 고>는 허영만 작가의 만화 <제7구단>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고릴라 '링링'과 그의 매니저인 15세 소녀 '웨이웨이'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원작과 비교하면 내용 대부분이 달라졌지만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독창적 소재는 그대로 가져왔다.

링링의 움직임은 역동적이다. 육중한 체구로 공을 쳐내고 날렵하게 달리며,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막걸리를 마신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을 하려면 당연히 엄청난 돈이 필요했다. 특수효과와 3D 촬영에 필요한 예산만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 <반지의 제왕>과 <아바타>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시각효과 회사 ‘웨타디지털’에 문의했을 때도 최소 500억원은 줘야 한다는 견적이 나왔다.

영화 <미스터 고> 스틸컷

결국 그 돈을 주고 외주를 하기보다 직접 만들어야겠다며 덱스터를 세웠다. 고릴라의 수북한 털을 진짜처럼 보여주는 문제가 가장 까다로웠다. 털이 흔들리고 엉키거나 뒤로 눕는 모습을 한 올 한 올 그려냈다간 몇 년이 걸려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덱스터는 동물의 털을 구현하는 디지털 Fur(털) 제작프로그램 젤로스(ZelosFur)를 만들었다. 개발에 1년 3개월 걸렸다. 할리우드의 ILM과 픽사, 웨타디지털만 이런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덱스터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해냈다. LG엔시스(현 LG CNS)와 제휴를 통해 클라우드 렌더링 서비스를 적용했던 덕분이다.

그러나 3년 동안 순제작비만 225억 원이 들어간 미스터 고는 김 감독에게 처음으로 쓴 잔을 안긴 작품이 됐다. 최종 관객이 133만명 남짓에 그쳐 본전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덱스터의 탄생에 기여했으니 결과적으로 실패작은 아니었던 셈이다.

◇'크리처' 구현 강점, 라이브러리 축적으로 비용효율화

동물의 털을 표현하는 덱스터 기술은 새의 깃털이나 사람의 머리카락, 자연환경을 구현하는 기술로 확장됐다.기술력을 확보한 덱스터는 2016년 넷플릭스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을 리얼라이즈픽쳐스와 공동제작하고 CG 작업을 도맡았다. 신과함께는 컴퓨터그래픽이 쓰이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흥행 공신이라고 해도 크게 과언은 아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스틸컷

이후로도 덱스터는 영화 <승리호>, <모가디슈>, <기생충>, <무빙>, <경성크리처>, <파묘>, <이재, 곧 죽습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 <외계+인> 등의 VFX와 DI(디지털 색보정)에 참여하면서 영상 후반작업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술적 도전이 필요한 작품들 대다수는 덱스터가 작업한다는 평이다.

지난해는 할리우드 영화 <나이츠 오브 더 조디악(Knights of the Zodiac)>에 해외 스튜디오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한 기술제작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수주한 작품 중에선 <외계+인>의 수주금액이 141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밖에 <이재, 곧 죽습니다>의 경우 35억원에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VFX 프로젝트는 보통 경쟁입찰이나 소수 유력 업체와의 사전 미팅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비용 경쟁력이나 레퍼런스가 관건”이라며 “덱스터는 국내 VFX 업체 중 가장 많은 작업을 진행 중이고 라이브러리를 축적해 이전 작업물을 비슷한 차기작에 활용하는 등 레퍼런스 뿐 아니라 효율화 측면에서도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덱스터는 탄생 배경이 배경이니 만큼 크리처 구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크리처는 CG를 통해 사람이나 동물 등을 실제와 흡사하게 구현한 것을 말한다. 털을 구현하는 기술인 젤로스는 젠(ZENN)으로 업그레이드 됐고 물을 구현하는 ‘자비스’, 디지털 환경을 구현하는 ‘젠브’ 등 80여개의 자체 프로그램을 보유 중이다.

덱스터 측은 “업계에선 회사 기술력이 할리우드의 90% 수준은 도달했다고 본다”며 “ 할리우드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디지털 크리처의 털이나 얼굴, 바다 구현같은 기술을 전부 자체적으로 개발해서 제작에 활용하는 업체는 덱스터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덱스터의 사업부문은 크게 VFX 제작과 투자제작, 광고제작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677억원으로 전년(659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코로나 영향으로 2019년 550억원대에서 2020년 260억원 수준으로 줄었던 외형이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수주한 영화들의 개봉 지연, 외주 용역비와 인건비 탓에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VFX 사업은 전문인력이 핵심이기 때문에 인건비 지출이 많은 편이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4100만원으로 전년(25억원)과 비교해선 축소됐다. 자회사 덱스터크레마 이익이 늘고 외주 비용을 절감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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