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iM뱅크' 리브랜딩]시중은행과 인뱅 사이 '니치 마켓' 노린다②법인·소매금융 고객 잠식 위기 직면…새로운 정체성 정립 돌파구 마련
최필우 기자공개 2024-06-03 12:28:51
[편집자주]
대구은행이 iM뱅크로 재탄생한다.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사명을 변경하는 첫 사례다.사명 변경은 간판을 바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대구은행은 'iM' 리브랜딩을 통해 영업 권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비대면 플랫폼 경쟁력 강화한다는 구상이다.대구은행 리브랜딩 기대 효과와 전략에 담긴 고민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0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두고 한 DGB금융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지방은행은 대형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형 은행이 공세적으로 지방 기업 고객 유치에 나서고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리테일 고객이 늘어나면서 신규 영업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시중은행 전환과 iM뱅크 사명 변경은 새로운 정체성과 영업 전략을 정립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인허가를 받았으나 전통적인 모델을 따르기보다 인터넷은행의 성격을 가미한다는 구상이다. 모바일뱅크 브랜드인 iM뱅크를 행명으로 채택한 것도 플랫폼 강점을 추구하는 은행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다.
◇대형 시중은행이 허문 수도권·지방 경계
대형 시중은행이 고금리를 바탕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수년째 올리고 있지만 최근 대구은행의 온도는 사뭇 다르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3639억원을 기록해 2022년 3878억원에 비해 239억원(6.2%)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11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해 역성장 기조를 이어갔다.
실적 침체 현상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하는 다른 지방은행에도 나타나고 있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3791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은 2547억원에서 2397억원으로, 전북은행은 1770억원에서 1726억원으로 줄었다. 경남은행 정도만이 2431억원에서 2476억원으로 순이익이 1.9% 늘었다.
지방은행이 성장 동력을 상실한 배경에는 지방에 분포한 전통 산업이 침체되고 인구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은행권 판도 변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수도권을 주영업 권역으로 삼아온 대형 시중은행이 기업금융 분야에서 과당 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지방 소재 기관과 법인을 공략하고 있다. 지방은행 입장에선 신규 고객 또는 대출을 유지한다 해도 기존 고객 이탈이 발생해 성장 폭이 제한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인터넷은행 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지방은행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지난 1분기 일제히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다. 대형 시중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면서 소매금융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지방은행은 같은 전략을 쓰기엔 역부족이다. 인터넷은행 약진에 따라 지방은행이 입지를 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실적 침체를 개별 은행 사정으로 보기엔 전반적인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권 판도 변화에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실함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결정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인터넷은행 장점 취사선택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대형 시중은행에 맞불을 놓는 전략을 쓰진 않을 계획이다. 기존 시중은행과 비교해 자본력이 크게 뒤처지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성장 모델을 답습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대신 인터넷은행처럼 비대면 플랫폼을 강화해 경영 효율을 극대화한다. 기존 시중은행은 수도권 영업점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 발생하는 비효율로 고민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서울·경기·인천 지역 영업 전략을 새로 짤 수 있다. 대구은행이 인터넷(i), 모바일(M) 중심 영업 지향점을 반영한 iM뱅크 브랜드를 채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프라인 거점 점포를 두고 기업금융 영업에 나설 수 있는 건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장점이다.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채널만을 내세워 성장하고 있지만 대구은행은 필요에 따라 대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이 됐지만 전통적인 성장 모델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배합해 효율적인 채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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